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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균형 잃은 개입이 기업을 위축시킨다

고광용 / 2025-07-31 / 조회: 90       EBN 산업경제

지난 7월 1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상법 개정안이 최종 공포되었다. 핵심 내용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사외이사 명칭 변경 및 의무 선임비율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선·해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등 이른바 '3%룰’ 적용이다.


제도 취지는 주주 권익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있다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를 우선한 입법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 적용했다. 얼핏 주주 보호 강화처럼 보이지만, 이사는 법적으로 주주와 위임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계약 관계를 맺는 존재다. 주주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법률로 규율할 경우, 이사회는 모든 의사결정에서 주주의 반발과 소송 가능성에 노출된다. 결국 경영 판단이 위축되고,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는 중장기적 성장전략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의무선임 비율을 1/4에서 1/3로 높인 조항도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현재 기업들은 법률상 결격사유, 겸직 제한, 정보 비대칭 등의 문제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갖춘 이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리한 법적 요건 강화는 오히려 이사회 구성의 왜곡을 낳고, 기업 운영에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3%룰 확대 적용이다. 기존에는 감사위원 중 기타비상무이사에 한해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었으나, 모든 감사위원에게 확대 적용했다. 최대주주는 감사위원 선임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고, 소수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나 사모펀드 등이 감사위원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 감사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하거나,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등 기업 경영의 안정성이 훼손될 위험도 존재한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의 상장기업처럼 실질적 경영권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런 방어수단 없이 감사위원 선임권까지 제한하는 제도는 경영권 방어라는 최소한의 균형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상법 개정의 근본 취지였던 주주 권익 보호와 이사 책임 강화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율성과 경영 안정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경우, 오히려 투자 위축, 혁신 저해,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는 제도 설계의 '균형감’이다. 감사위원 선임 방식에 기업 자율성을 일부 보장하고, 미국의 포이즌필, 프랑스·일본의 차등의결권과 같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권 방어장치를 병행 도입하는 입법 보완이 요구된다. 시행령과 같은 하위법령 수준에서도 3% 의결권 제한 대상, 독립이사 겸직기준 및 후보군 육성 정책지원 등 세부 내용을 정교하게 다듬어, 시장 현실과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법이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은 기업이 보다 창의적이고 책임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울타리여야 한다. 주주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기업 경영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구조는 결국 성장의 동력을 잃게 만든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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