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늘 요란하다. 담보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로 늘었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우려감과 공포 조성에는 의미가 있겠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 정말로 우리 사회가 걱정하고 살펴봐야할 것은 정부의 부채이다.
가계부채는 정부부채와 달리 자산을 담보로 하거나 개인의 신용을 통해 발생한다. 이는 개인이 스스로의 역량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뜻한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부채 규모도 커지기 마련이다. 사회가 걱정하거나 정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지원정책이나 규제로 인해 부채가 늘어날 때 발생한다. 의도적으로 붐을 일으키거나 지원 정책을 통해 감당하지 못할 부채를 만들게 되면, 개인들은 부채의 악순환 고리에 빠진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을 통제해 자금을 할당하면서 문제가 심각해 진다. 금리의 가격기능이 사라지고 관치금융의 폐해가 발생한다. 정치적이거나 거시적인 목표를 정하고 금융행위를 통제하는 정책들은 대부분 실패한다. 경제는 자발적 거래를 통해 스스로의 질서를 만들어 간다. 이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어떠한 개입도 시장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 수 없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아니라 정부부채이다. 정부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부채를 발생시켜야 하는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부채가 바로 국민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감시해야 할 문제이다.
정부부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낮은 것은, 누구의 돈도 아니고 국민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서 서로 떠넘기기 때문이다. 이 틈을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파고들면서 자신들을 위해 부채를 늘리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정부부채는 누구도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서 얼마 만큼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지 파악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앙부처, 각 부처별 기관들, 공기업들, 지방정부와 산하 단체들 수 없이 많은 정부 조직이 정치적 명분을 만들어 부채를 늘리고 있다. 정책 실패에 따라 발생하는 우발채무도 가늠하기 어렵다. 현상 파악이 안되니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
미래의 정부부채 규모를 예측할 수 없기에 대책도 없다. 앞으로 정부부채가 얼마나 늘어날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언제, 누가, 어떻게 부채를 늘릴지도 알 수 없다. 이를 통제할 방법도 없다. 그야말로 '묻지마 부채’이다.
더구나 그 결정 주체인 정치인들과 공무원들도 문제다. 자신의 돈이 아니다보니, 정부 살림이 파산한다고 해도 자신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생각으로 무책임하게 부채를 늘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쓰는 돈도 공짜가 아니다. 국민의 피와 땀의 결실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더구나 미래 세대가 쓸 돈을 미리 써버리겠다는 '부채 남발’은 파렴치한 행위다.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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