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로 한미동맹은 강화했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이 미국의 공급망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유주의 가치동맹의 서막이 올랐다. 자유주의 가치동맹으로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국가안보를 지키면서 시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기존의 경제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는 항상 어려움이 존재한다. 중국은 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중간재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자국 완결형 산업구조를 구축 중이다. 이러한 중국의 산업정책이 지난 10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지 않은 이유다. 우리나라가 대중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었지만, 반도체 수출로 인해 이러한 현상을 깨닫지 못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장악하면 대한민국은 중국의 시장으로 전락하고 경제적 입지를 상실하게 된다. 중국은 한미일 동맹 관계를 끊어 놓기만 하면, 대한민국을 경제면에서나 군사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대한민국 경제는 중국의 위협으로 이미 고사하고 있고, 시간은 중국 편이다.
국가안보는 단순한 군사적 균형과 이에 따른 평화유지만이 아니라 국민이 위협받지 않고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 안보를 포함하고 있다. 자유주의 가치동맹은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서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생존 전략이다. 미국의 자부심은 베트남 전쟁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에서 무너졌다. 미국 국민은 기본적인 상품의 공급망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트럼프(Donald Trump) 재임 시절의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이 경제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인 것이 드러났다.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 행정부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면서 민주당이 정치적 기조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했다. 이것은 인플레이션저감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의한 청정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로 대변된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이용하여 배터리 등에 필요한 광물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의해 반도체 제조 및 연구, 그리고 인력양성 생태계를 강화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국가안보 문제와 국내 반중 정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중국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미국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동안 구축된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에서의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우리는 생태계의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장비 및 제조에서 대외 의존형의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성장했다.
우리의 메모리 반도체 생태계는 네덜란드 ASML에서 장비를 들여와 중국에서 생산하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반도체를 활용하는 생태계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가치동맹의 생태계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은 중국에 의해 고사한다.
강화한 한미동맹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 투자가 성과를 낸다면, 미국 내에 완결된 반도체 생산체제가 구축된다. 이것은 미래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난공불락의 위상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자국 내 완결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한, 중국의 전자 산업은 가치동맹의 반도체 생태계에 종속된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반도체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대신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생산해 중국에 팔면 그만이다. 또한 가치동맹의 반도체 생태계 속에서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능력을 배양하고 메모리뿐 아니라 비메모리 분야, 그리고 장비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광물에서 모든 나라가 중국에 종속돼 있으나, 미국이 주요 광물을 개발하고 민주콩고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탈중국의 배터리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치동맹으로 우리는 중국 시장과 미국 시장의 교두보를 모두 확보하게 된 셈이다. 주요 미래 산업들이 가치동맹을 형성하여 미국과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대중국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이 이번 조치로 우리 기업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은 우리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미국 내에 생산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관련 생태계의 경쟁력도 강화한다. 우리 기업이 미국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 지금과 같이 중국과 거래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 기업이 보조금을 받든 받지 않든 미국은 자국 내 생태계를 강화하고,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대해 장비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가치동맹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자명하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안보가 확고할 때, 한중은 상호 존중하면서 대중 협력을 강화했다. 6자 회담으로 중국이 한반도 안보를 농단했고, 한미일 안보 체제가 약화할 때,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이 우리에게 경제적 측면이나 안보적 측면에서 압박해 왔다. 가치동맹은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가치동맹을 통해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상호 협력 관계 속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가치동맹은 필요한 조건이지만 이것만으로 우리의 번영이 약속되는 것은 아니다. 철강, 화학, 전자, 조선, 원전 등 기존의 산업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가치동맹으로 국가안보는 지켰지만, 가치동맹이 다른 형태의 쇄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평화를 지키는 나라와의 협력은 우리나라 번영의 초석이다.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세계와 협력하는 전략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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