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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의 국제정치학

이춘근 / 2005-03-07 / 조회: 6,591

1. 들어가는 말


독도 문제로 또 다시 나라가 들끓고 있다. 1952년 이래 지금까지 일본은 주기적으로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해 오고 있다. 그 때마다 한국에는 민족주의적 감정이 고조되었고 상당 기간 일본과의 관계가 냉랭해 지곤 했다. 그러다간 또 잠잠해 지는 패턴이 반복 되었다. 물론 독도 때문에 국제 정치의 기본구도를 위협할 정도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적은 없었다.

사실 효율적인 냉전전략을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정상화되기 원했고, 그 결과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룩되었다. 당시 일본은 독도 문제를 한일간의 분쟁지역으로 명시하기를 원했고, 한국 측은 독도 문제를 아예 분쟁 이슈에 포함되는 것으로 생각하려하지 않았다. 한일 협정 당시 한국은 독도문제 해결을 제 3 국에 의한 조정에 맡기자고 제의했고 이에 대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통한 해결을 주장 했다.

한국은 독도가 분쟁 이슈에 포함 된다고 명기될 경우 한일협정 자체를 서명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결국 당시 사토 일본 총리는 한일간 분쟁관련 문건에서 독도를 제외하기로 결심 했고, 그 결과 독도 문제는 일단 덮어둔 채 한일간에 국교가 정상화 될 수 있었다. 물론 사토 총리는 '일본은 독도 문제 해결을 못보고 선반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일본이 독도라는 문구를 뺀 것은 외교상의 정치적 결정으로, 일본이 향후 독도를 분쟁지로 거론 안하겠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 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도 문제를 지속적인 현안으로 만들려는 일본과 독도를 문제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한국 측의 상반된 입장이 지금껏 반복되고 있다. 일본이 주기적으로 독도 문제를 걸고 나오는 이유는 독도가 한일 양국 사이에 영토분쟁 중인 섬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데 1차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다.

2. 독도 문제의 본질


지난 2월 23일 일본 시마네 현(島根縣)은 竹島 (독도의 일본명)의 날 제정 조례안을 상정했고 같은 날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 대사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언급했다. 시마네 현은 독도 남동쪽의, 동해와 접하고 있는 일본 본토 혼슈 섬의 한 현으로서 독도까지의 거리가 한국 본토에서의 독도까지 최단 거리보다도 약 20 Km 정도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울릉도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이 가깝지만 본토를 기준할 경우 일본이 더 가깝다) 1905년 2월 22일 일본은 소위 '시마네 현 고시 제 40호’ 라는 것을 통해 독도를 불법으로 편입 조치했고 이어 을사조약(1905), 정미조약(1907)을 거쳐 1910년 한국을 합병 했었다. 독도를 불법으로 편입 조치한지 꼭 100년 이 지난 2005년 2월 23일 일본 시마네 현은 이날을 '타케시마 의 날’ 로 지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거한다면 독도 문제의 쟁점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즉 역사적인 문제, 지리적인 문제, 선점의 합법성 문제, 2차대전 이후 일본 영토처리에 관한 국제법적인 문제 등이다. 한일 양측은 역사적인 문헌을 통해 독도가 자국의 고유한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은 울릉도에서 가깝다는 주장, 일본은 본토에서 더 가깝다는 주장으로 독도의 지리적 근접성에 관해 논쟁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이 먼저 독도를 영토로 편입 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 측은 독도를 일본의 영토에서 제외한 2차대전 이후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일본은 침략영토 포기 조항의 재확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본은 독도 포기 조항이 구체적으로 포함 되어 있지 않다고 강변한다.

일본인들의 한국사 연구 열기는 대단한 것이며 한국사 관련 연구 업적도 엄청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도에 관한 한 한국학자들의 연구업적은 일본인들의 연구를, 적어도 양적측면에서는, 확실하게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론과 근거로서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독도 문제가 또 야기된 이유를 우리 정부는 국민들에게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 더욱 답답한 것은 현재 한국 정부가 독도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게임 플랜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때그때 순간적인 감정으로 대응해서는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독도 문제의 역사가 50년도 넘었다는 사실로서 증명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은 최근 더욱 노골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독도 문제를 걸고넘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 주재 일본 대사가 독도를 일본 땅이라 말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그러나 그의 말을 망언이라 말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일본 측의 주장은 계획적이고 전략적이다. 우리는 지금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한 일본 대사의 말에 대단히 흥분하고 있지만 지금부터 1년 전인 2004년 1월 9일, 한국의 독도 자연 우표 발행에 즈음하여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타케시마(독도)는 일본의 영토” 라면서“한국도 잘 분별해서 대응 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한 바 있었다.

우리는 오히려 작년에 더욱 강력하게 항의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작년은 비교적 잘 지나갔고, TV 연속극 등 한류 열풍으로 오히려 한일관계는 더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일본은 최근 한국의 대응을 '국내정치용’ 이라고 폄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필자는 독도문제를 역사적, 지리적인 , 국제법적인 측면 이외에 반드시 국제정치, 국제 전략적인 측면에서 접근 해야만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 나타난 수많은 전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영토문제 였다. 거의 모든 전쟁의 배후에는 영토 문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국제정치학에서는 결코 영토를 불변의 상수로 취급하지 않는다. 영토는 늘 변하는 것이다. 1980년대의 세계 지도와 2000년대의 세계 지도를 비교해 보라. 누구든 한눈에 국경선의 엄청난 변화를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흰 바탕에 하늘색으로 그려진, 만주대륙과의 경계선을 또렷하게 구분한 한반도기를 올림픽에도 들고 나갔었지만, 수 천 년 우리 역사 중 우리 영토가 한반도기에 나타난 곳 만으로 한정된 것은 불과 500 여 년 전의 일일 뿐이다. 어느 날, 우리나라가 이웃 국가들을 압도할 수 있을 막강한 국력을 가지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날 중국은 더 이상 고구려를 자기 역사라 말하지 않을 것이고, 일본도 독도를 자기 것 이라고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도 우리가 우리의 영토는 한반도기에 그려진 영토뿐이라 주장 한다면 우리는 참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말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정치란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이 최근 고구려를 중국 역사라 말하는 것이나 일본이 더욱 노골적으로 독도를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의 증강된 힘을 반영하는 것이며, 중국, 일본이 제기하는 고구려와 독도문제는 역시 변동하는 국제상황에 맞추어 나타나는 인위적(전략적)인 일인 것이다. 독도 문제는 그래서 반드시 국제정치와 국제 전략의 측면에서 이해되어야만 할 문제다.


3. 독도문제의 현황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꼭 같이 일본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독도는 일본 땅이라 배우며 자란다. 우리는 일본의 이러한 태도를 말 도 안 되는 침략 근성의 발로라고 치부하지만 이 문제가 주기적으로 터지는 전략적인 이유는 이미 앞에서도 논한 바처럼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 이슈로 만들려는 일본의 의도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은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냉전이 종식된 1990년 대 이후 일본은 독도를 국제분쟁중인 섬 중의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1997년 일본이 독도 영유를 주장했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사람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며 독도 접안시설을 만들고 독도 수비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격려하는 등 민족 감정의 측면에서 보면 그럴듯할지 모르나 외교적으로는 도대체 기본이 되지 않은 행동을 취했다. 얼마 후 한국의 F-16 전투기 편대와 한국 해군 함정이 독도주변을 순항하는 사진이 우리 신문과 방송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라는 섬이 있는지도 몰랐던 세계 시민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영토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홍콩의 주간지 Far Eastern Economic Review 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독도 관련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응답자의 60 % 이상이 독도를 일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한국이 문제를 야기하는(provoke) 것처럼 보인다는 것 이었다.


2002년 판에는 독도라고 표시했던 미국 CIA의 World Fact Book 이 2004년 판에서는 독도/타케시마 라는 이름을 병기하고 있다는 사실, 2004년 여름 포르투갈 리스본시에서 열린 유로 2004 축구 경기 대회 당시 리스본 시내 중심가의 광장 바닥에 설치되었던 대형 세계 지도에 독도가 Take Sima 라고 표시 되었던 사실, 그리고 2005년 3월 2일 자 프랑스 4대 방송중 하나라는 아르테 TV가 '내막:일본영토’ 라는 프로그램에서 독도를 타케시마라 표시하고 일본 령이라 발표 한 사실 등은 일본의 계획이 세계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는 몇 가지 작은 사례일 뿐이다.


4. 독도문제의 국제정치학


독도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 땅이다. 왜냐하면 독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이지 일본의 주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 자기 땅이었다는 주장, 지도에 보니까 우리 땅이었다는 주장 등은 현실 국제정치학과는 거리가 멀다. 독도는 우리가 장악하고 있기에 우리 땅이며 우리는 독도를 결코 남에게 다시 빼앗기면 안된다. 일본은 냉전 당시 소련의 군함들이 한국과 독도 사이로(독도와 일본 사이가 아니라, 즉 일본에서 보다 먼 곳으로) 지나다니기를 원하는 전략적 소망에서 독도를 자기 땅이라 주장하기도 했지만, 지금 일본이 독도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으로는 총도 쏠 수 있고 국군도 가질 수 있으며(일본의 군대는 현재 국군이라 부를 수 없고 자위대라 부른다) 세계무대에서 정치적 영향을 발휘 할 수 있는, '보통국가’ 가 되겠다는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일본은 국군이라고도 불리지 못하는 군대를 세계 2-3위권의 막강한 군대로 성장 시키는데 성공 했다. 한국은 솔직히 독도 상공에서 공중전 혹은 폭격 작전을 수행 할 수 있는 수준의 전투기를 아직 한대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앞바다에서 미군 함정과 합동작전을 펼치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비교할 때 초라하기 그지없는 연안해군 수준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일본은 영국도 가지고 있지 못한 바다의 전자군단 이지스함을 4척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그 4척 모두를 동해(그들이 말하는 일본해)에 배치하고 있다. 일본은 작년 10월 하순 세계 20개국의 해군과 참관단을 초청, 동해 바다에서 '팀 사무라이’ (Team Samurai) 라는 해군연습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육군이 일본보다 양적으로는 강한지 모르겠으나 독도를 방어하기 위해 육군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도를 민족 감정만으로는 영원히 우리의 것으로 지킬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독도를 지킬 힘을 갖추는 것이 궁극적인 관건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래의 문제며 어려운 문제다. 보다 쉽고 현실적인 방법은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 이슈화 시킬 수 없는 국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국제정치란 인간들이 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동학(dynamic)이 물리학적 법칙처럼 나타나는 곳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은 한미 동맹이 약화될 경우 중국, 일본이 한국에게 집적거릴 일이 생길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한다. 지금 그런 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노골화 하는 이유의 근저에는 한미 동맹의 약화, 미일동맹의 강화라는 상황이 깔려 있음을 부정 할 수 없다.


우선 우리의 능력을 증대 시켜야 한다. 허세는 필요 없다. 그리고 국제정치의 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능력이 외교와 전략이다. 현재와 같은 국제정치상황을 광정(匡正)하지 않는 한 독도를 지킬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춘근 /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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