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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북한정세 전망

홍관희 / 2005-01-13 / 조회: 3,746

2005년이 밝아오고 있다. 한반도에서 2005년은 연대기적(年代記的)으로 몇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을사보호조약 100주기, 광복 60주기, 소위 '6·15공동선언’ 5주기 등이다. 북한에게 있어 2005년은 노동당 창건 60주기에 선군정치 10주기라는 추가적 의미가 더해진다.


뿐만 아니라, 2005년은 북한의 대남전략을 보다 공세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강한 모멘텀 같은 것이 부상하고 있어서 주목되는 해이다. 한편 북한의 대남공세 강화 전망과 함께, 김정일정권의 붕괴 가능성이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한마디로 2005년의 북한정세는 金正日정권의 대남공세 증대와 정권의 붕괴 가능성이라는 상호 이율배반적인 2가지의 특성이 함께 대두하고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북한을 다루어 나가는데 복잡함과 혼란이 수반되고 있으며, 냉철한 현실인식과 유연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마치 죽음을 앞둔 악한(惡漢)의 단말마적 공세를 막아내어 체제와 국민을 수호하는 일과, 동시에 그들의 죽음 이후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국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 新年 「공동사설」에 나타난 정책 전망


김일성 생시(生時)에 북한은 매년 1월 1일 김일성이 신년사를 발표해왔으나, 김일성 사망(1994) 이후 1995년부터는 「노동신문」「조선인민군」「청년전위」 3개 신문의 『공동사설』을 발표해오고 있다. 대체로 공동사설에서는 북한의 시정방침이 제시되고, 이어 그 방침대로 시행하기 위한 전국적 범위의 활동이 시작되므로, 공동사설은 북한의 한 해 국정방향을 알아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이다.


“전당·전군·전민이 일심단결하여 선군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라는 제하(題下)의 2005년도 공동사설은 전반적으로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작성되었는 바, 곧 (i)내부결속, (ii)대남공세 그리고 (iii)경제진흥의 독려이다.


2002년 7월의 「7·1 경제관리개선조치」이후 시행되어 온 부분적인 경제개혁 조치에 따라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정보·문물의 도입과 자본주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으며, 그만큼 체제결속을 도모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금을 비롯한 남한으로부터의 경제협력 지원을 획득할 목적하에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어오던 개성공단사업에서 조차, 경우에 따라 非협조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2005년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사상교양사업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바, 선군사상교양, 사회주의·애국주의 교양, 반미계급교양 학습이 그 중심 내용이다. 공동사설은 예컨대 “반동적인 사상독소와 썩어빠진 부르죠아 생활양식이 절대로 침습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청년들에 대한 교양사업을 더욱 잘하여, 그들을 정치사상적으로 튼튼히 준비시키며, 수령결사옹위의 전위투사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사설은 아울러 내부결속을 위한 대대적인 정치·사상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당창건 60돐과 조국광복 60돐은 …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불멸의 혁명력사와 업적을 끝없이 빛내이고 당의 선군령도에 따라 주체의 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하려는 천만군민의 철석의 의지를 온 세상에 과시하는 중요한 계기로 된다”는 것이며, 또한 “ … 뜻깊은 올해에 백전백승의 선군의 위력, 혁명의 수뇌부의 두리에 굳게 뭉친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강성대국 건설에서 비약의 폭풍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남 공세 측면에서, 북한은 그동안 대남 선전의 기본 개념이었던 “민족공조”를 보다 세분화하여, ①'민족자주’ 공조 ②'반전평화’ 공조③'통일애국’ 공조의 3대 공조를 남한에게 요구하고 있다. '민족자주’ 공조는 반미·반외세의 슬로건하에 구체적으로는 한·미, 한·미일 공조를 와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반전평화’ 공조는 주한미군 철수와 남한의 대북 안보경계 태세 이완 및 핵문제의 사실호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끝으로, '통일애국’ 공조는 “민족공동의 리익과 번영”이라는 구호하에 대북 적대감을 해소하고, 남북간 경제·사회 분야에서의 각계 각층 교류·접촉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의 확대는 북한의 입장에서 현금 및 현물을 획득하고, '통일’의 명분하에 남한사회를 상대로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간주된다.


북한은 6·15공동선언을 민족사적 업적으로 평가하고,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북한식 표현인 “꺽어지는 해”로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005년 통일설 및 '2005년 조국통일원년’ 등의 구호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이다.(유동렬, “2005년 통일설의 실체,” 2005.1)


경제정책 목표로 북한은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서의 결정적 전환을 제시하고 그 사업 중의 하나로 식량문제 해결을 '중대 정치문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협동조합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포전담당제’를 활성화하는 등 농업개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사설에서 농업을 경제의 '주공전선’으로 설정하여, “농사를 짓는데 모든 력량을 총집중, 총동원”할 것을 주민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경제관료의 “과학적 경영전략과 기업전략”을 강조함으로써, 경제관리상의 합리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2. 북한의 체제위기와 경제개혁 시도

북한의 체제위기는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붕괴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는 분석도 있는 바, 이러한 진단이 정확할 것이다. 북한 문제의 핵심은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제개혁이 불가피한 바, 그 체제개혁이 어떠한 형태로든 체제붕괴를 가속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이율배반적 모순에 존재한다. 여기에 김정일을 비롯한 정권지도부의 딜레마가 있다.


지난 2002년 7·1조치 이후의 경제개혁 시도가 과연 북한의 내재적인 붕괴 과정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가 전문가들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개혁 조치의 현황과 향후 파장에 대한 논의도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사회 저변에 확산되고 있는 '시장(市場) 성향’의 경제 현상이 김정일정권의 악성 세습제도 및 압제체제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경제 현상이 김정일정권에 대한 저항과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김정일정권은 이러한 예상치 않은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사상교양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점차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사회주의체제 근간인 중앙계획경제체제를 와해시키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기적으로 볼 때는 김정일정권이 새로운 경제 변화의 압력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김정일정권의 통치 방식도 크게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변화는 주민들의 사고(思考)의 자유와 연결되어 김정일정권의 정치적 통제력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 '시장화(marketization)’를 향한 새로운 경제현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압제적인 성격을 갖는 김정일체제와 충돌하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중국의 '개혁·개방’ 경우를 보면, 권력 지도부가 앞장서서 '시장화’를 격려·지도하였고, 이러한 움직임이 사회전반으로 공식화되고 확산됨으로써, 경제발전을 위한 엄청난 추진력을 창출하였다. 그리하여 오늘날 유례없는 사회주의·공산주의체제로부터의 자본주의체제를 향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이행(移行)과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과 달리, 개혁·개방을 향한 중앙권력의 성실한 지도력(指導力)이 결여된 상황에서, 북한사회 저변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시장화’ 현상이 중앙권력의 압제에 맞서, 보다 제도적인 규모로 정착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악성의 세습적·압제적 권력구조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모든 정치체제의 정치불안의 최대 원인은 권력이양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유민주주의제도의 장점은 권력이양 과정이 제도화되어 있어, 예측가능하고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북한의 경우, 현재 그 징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바와 같이, 권력이양을 놓고 혈족간 암투가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고, 이는 치명적인 체제위기로 발전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한편, 북한체제의 회생(回生)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이익과 국가안보에 반드시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정권이 대남적화전략의 기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북한체제의 회생은 한반도 안보에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우리가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김정일정권의 조기 붕괴가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안보위협을 제거하고, 민족통일의 숙원을 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재 진행 중인 북한사회 저변의 '시장 성향’의 변화가 성숙·발전되지도 못한채, 단지 김정일정권의 재정(財政) 수익(收益)구조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왜곡 유도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김정일 압제정권의 수명(壽命)만을 연장하게 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3. 중국의 새로운 한반도 통일전선전략 우려

부시행정부의 2기 연임 성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전황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고 한·미간의 대북정책 공조가 원할치 못함에 따라, 북한 핵·인권문제에 관해 효과적인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부시행정부는 효과적인 대북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태도가 점차 자국(自國)의 국익을 중심으로, 더욱 현실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것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띠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인권과 탈북민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2중적이고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예컨대, 탈북민의 외국공관 진입사건이 공개적으로 발생한 경우, 한국과 미국 등의 눈치를 보아 이들을 제3국 추방이라는 형식을 빌어 한국 入國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드러나지 않은 경우에는 비밀리에 매월 1천여명의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송환하여왔음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북한 인권참상을 우려하는 국제사회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와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논리하에, 북한 지역을 미국과의 경쟁에서 전략적 완충지역으로 간주하여, 북한 독재체제를 두둔하고, 김정일정권의 존속을 도와주고, 붕괴를 막아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2005.1.12)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동식 목사의 납북 및 생사 문제로 북경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중국정부의 물리적인 방해와 저지로 기자회견이 강제로 봉쇄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중국의 총리는 한국의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이성적”인 정책으로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2005.1.5, 원자바오 총리 발언).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1998년 김대중 집권 이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김정일·좌파세력의 표면화·세력화 현상을 십분 활용하면서, 북한핵·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수년간 전개된 한반도 주변국간 협상과정의 탐색 끝에, 한반도에서 새로운 국제적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곧 중국, 북한, 남한내 친북세력 및 권력을 연결하는 축을 형성하면서, 한반도에서 자유·우익, 反美, 反日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국제적 힘의 분포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는 북한핵, 인권, 한반도 통일, 체제와 이념 문제에 대한 상호 대치되는 인식과 가치관이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 변화 가능성은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 북한핵 및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의 바램과 상치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헌법, 그리고 정통성 수호 차원에서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러한 분석이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홍관희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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