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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

김영호 / 2005-01-24 / 조회: 4,515

전시(戰時) 대통령의 취임사


미국의 수도 와싱톤의 중심은 국회의사당이다. 미국 헌법에도 대통령보다 의회에 관한 조항이 먼저 나온다. 현재 의사당은 남북전쟁 중 링컨대통령이 신축한 건물이다. 의사당 건물을 신축할 당시 남북전쟁이 시작되자 링컨의 보좌관들이 전쟁 중 의사당 신축에 반대했다. 그러자 링컨은 전쟁의 목적이 미국 헌법을 지키는 것이고 헌법에 규정된 가장 중요한 기관은 의회라는 이유를 들어 공사를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사이에 두고 의사당 맞은 편에 링컨 기념관이 있다. 그 내부에는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링컨 대통령의 전신상이 있다. 링컨은 전시(戰時) 대통령이었다. 지난 1월 20일 국회의사당에서 제2기 취임식을 가진 부시대통령도 전시대통령이다. 그는 아프카니스탄ㆍ이라크 전쟁을 거쳐 언제 끝날지 모르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이다.


부시는 취임 연설에서 세계 평화는 자유의 전세계적 확산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자유는 여타 국가들의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미국은 지역적,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폭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자유화운동을 지원하고 민주적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그는 천명했다. 이슬람 지역은 서구와 문화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없다는 주장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9.11테러 직후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테러 방지라는 구체적 목표에 초점을 맞춘 제1기 때의 대외정책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취임 연설은 제2기 대외정책 목표로서 자유의 전세계적 확장이라는 보편적 원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2기 부시행정부 대외정책의 구체적 방향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의해 제시되었다. 부시 취임 직전 열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라이스는 자유의 적이고 테러의 온상으로서 “폭정의 거점”으로 여섯 개 국가들을 지목했다. 여기에는 북한, 이란, 벨로루시, 쿠바, 미얀마, 짐바브웨가 포함되어 있다. 9.11테러 이후 부시는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불렀다. 이번에 “축”이 아니라 “거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들 국가들을 이슈와 상황에 따라 각개 격파해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기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과거 행정부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 초대 대통령 와싱톤은 이임사에서 신생 공화국 미국이 구대륙인 유럽의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먼로독트린을 입안했고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국무장관으로 평가받는 존 퀸시 아담스는 미국 밖에 깡패같은 지도자들이 많이 있지만 미국은 그들을 손보기 위해 개입하거나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고립주의 노선을 견지했다. 와싱톤과 아담스의 전통에 따라 미국 상원은 윌슨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전세계적 확산을 기치로 내걸고 개입주의적 노선을 추구했을 때 반대했고 미국은 고립주의 노선으로 회귀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미국 의회는 부시행정부의 개입주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부시의 취임 연설은 미국이 앞으로 개입주의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자유확산론과 폭정제거론의 한계점


제2기 부시행정부의 개입주의적 노선의 성공적인 수행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 우선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제2차 이라크전쟁을 위해 부시행정부는 2003회계연도에 790억달러, 2004회계연도에 870억달러의를 전쟁비용으로 썼다. 이러한 전쟁비용 부담 정도가 미국에게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는 1991년 제1차 이라크전쟁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제1차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이 사용한 전쟁 총비용은 610억달러였는데 이 중 미국이 부담한 액수는 7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 나머지 전쟁 비용은 일본이 130억불, 한국이 5억불 등 여타 국가들이 나누어 전부 부담함으로써 당시 미국의 전쟁비용은 이번 이라크전쟁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전쟁비용 부담 증가로 인하여 퍼거슨(Niall Ferguson)이 지적하는 “월 마트 원칙”(Wal-mart principle)이 미국 외교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전쟁 혹은 외교정책을 가장 싼 물건을 파는 월 마트처럼 무조건 저렴한 비용으로 수행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아무리 중요한 전쟁 혹은 외교정책이라 할지라도 일단 그 비용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미국 국민의 여론은 그러한 정책들에 대해서 갑자기 반대로 돌아서고 만다. 또한 이미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은 사망자 1340명, 부상자 1만명을 넘어섰다. 인명 피해의 증가도 향후 또 다른 지역에서 부시행정부 개입정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폭정의 거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 필수적이다. 부시 취임 몇시간 전에 가진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체니부통령은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그는 이란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상정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부시와 라이스가 말하는 “폭정의 거점”은 공중폭격만으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1981년 이스라엘은 이라크 핵 시설을 공군력을 동원하여 폭파시켰지만 후세인은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하여 그를 제거할 때까지 건재했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에 15만병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미국 보유 10개 전투사단이 이라크전쟁을 위해 모두 순환 근무 중이고 심지어 해병사단 및 예비군까지 투입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여분의 병력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라크 사태가 안정되기만 하면 상당한 병력이 이미 이란 국경 근처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란으로 전쟁을 확대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베트남전쟁 당시 캄보디아 지역으로 전쟁을 확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설령 폭정의 거점 제거를 위해 전쟁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이라크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전후 처리도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역사적 경험은 점령지역에 대한 성공적인 전후 처리를 위해서는 점령지 주민 40명당 미군 1명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일본, 코소보 점령이 모두 이 통계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 현재 이라크의 경우 이라크 주민 160명당 연합군 1인이 배치되어 있다. 이라크전쟁 입안 과정에서 신세키(Eric Shinseki) 전 미육군참모총장은 최소한 25만명의 군병력이 전후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의 주장은 타당했다. 제1기 부시행정부에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월포비츠 부장관은 미군의 첨단화, 경량화, 정보화를 위해 육군 사단 병력 축소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개입주의적 대외정책 목표 수행에 필요한 군사력 수준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것으로 비판받았다. 현재 미국 의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것을 국방성에 요구했고 국방성도 노력하고 있지만 단 시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부시행정부 노선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일방주의적이라는 점이다. 선과 악, 폭정과 자유의 기준을 미국이 정하고 여타의 국가들이 동참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폭정의 거점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라크전쟁에 파병하지 않았고 앞으로 폭정과의 전쟁에도 파병할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군사적 도움을 얻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더욱 어렵다. 부시의 자유확산론과 라이스의 폭정제거론이 갖고 있는 수사학적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제2기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미국 국내의 여론, 적정한 군사력 수준, 국제사회의 협조 여부에 따라서 그 성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2기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


제2기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자유확산론과 폭정제거론이라는 정책 목표에 따라 추진될 것이다. 이런 정책 목표에 비추어볼 때 부시행정부는 대북 강경노선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제1기 부시행정부 내에서 온건파를 대표했던 파월과 아미티지는 이미 물러났고 럼즈펠드와 월포비츠는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에 대한 실패로 인하여 발언권이 약화된 상황이다. 그 결과 라이스가 대북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의 정권 교체에 두어질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과 정권 교체는 직접적인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기보다는 유엔을 통한 경제 제재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같은 간접적 방식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은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모색할 것이다. 이 방식은 형식적인 면에서 제1기 부시행정부 때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3차에 걸친 베이징 6자회담으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제4차 6자회담은 북한에게 커다란 딜레마를 제공하고 있다. 부시의 재선으로 북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북한이 제4차 6자회담에 나오지 않을 경우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서 북한이 완전히 책임을 뒤집어쓰고 말 것이다. 북한이 회담에 나오지 않을 경우 6자회담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될 것이라고 미국이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방식으로든지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제4차 회담에 “회담을 위한 회담”에 나오는 것도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다. 6자회담 무용론의 확산은 북핵 문제를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라는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2003년 6자회담을 수용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고 북한에게는 북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핵무기를 숨겨 놓고 에너지 및 경제 지원도 받을 수 있다는 북한의 발상은 제2기 부시행정부의 출범으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북핵 문제의 악화는 미국에게도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지만 북한보다는 덜 하다.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북핵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보리 회부 이후 상황은 의장 성명 채택, 안보리에 의한 경제 제재의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다. 북한은 안보리에 의한 제재를 전쟁선포로 비난하면서 크게 반발할 것이고 한반도 긴장은 고조될 것이다. 이때 미국은 지금까지 6자 회담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중국에게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한반도 안정을 바라는 중국으로서는 북핵 문제가 또 다른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북핵 문제로 인한 위기 상황의 고조는 중국에게도 커다란 외교적 부담이 될 것이다. 안보리 회부 이후에는 중국이 안보리에 의한 대북 제재 조치에 동의하는지 여부가 북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다.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대북 군사 공격을 감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라크에 군사력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폭정제거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2 전선을 한반도에 열 수 있는 군사적 여력이 없다.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여타 6자회담 당사자들이 모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 직접적인 대북 군사 조치보다는 북한 인권 문제 및 유엔과 일본을 통한 경제 제재 조치 등을 취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다. 특히 2004년 10월 18일 부시대통령이 서명한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정권 교체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북한 정부에 대해 비인도적(일반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가장 중요한 조건은 북한의 자유화와 민주화이다. 이 법안을 통하여 미국이 탈북자 처리 문제에 관하여 주도권을 장악하고 중국, 러시아, 몽고 등이 미국에 협조할 경우 북한 정권의 기반은 급속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또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같은 다자적 방식으로 대북한 군사적 압력을 높여 나갈 것이다.

한국의 대응 방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 완전 폐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북한의 선택에 따라서 한국 정부의 역할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제4차 6자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이 완전 핵 폐기를 전제로 플루토늄 및 우라늄 핵 시설을 동결할 경우 대북한 에너지 지원을 포함하여 북한 개혁과 개방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다자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폐기로 가기 위한 핵 동결의 시기는 매우 짧아야 할 것이고 사찰은 즉시 받아들여져야 한다. 미국은 대북 에너지 지원을 위해서는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기구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개혁과 개방으로 나올 경우 “북한판 마셜플랜”을 실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특별다자기구” 내에 한국 주도로 “특별금융기구”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북한판 마셜플랜”은 북한에게 북핵 터널의 끝에 명확한 긍정적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또한 대북한 인센티브의 명확한 제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주변국가와 국제사회로부터 대북 제재에 대한 지지와 동의를 얻어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제2기 부시행정부의 출범으로 북한은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김영호 /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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