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적자 영화제, 심사 후 정리되는 게 마땅

강성일 / 2024-12-11 / 조회: 159       마켓뉴스

40여 개 영화제, 세금으로 운영하며 만성 적자에 허덕여
측근 인사, 폐쇄적인 조직 운영, 친인척 채용, 임금 과다 지급 사례 발견
프랑스 칸영화제, 매년 100억 원 흑자에 경제파급효과 3000억 원
참가비 받는 미국의 SXSW 영화제, 전체 수익 1800억 원


한반도 고대사를 담은 <삼국지-위서 동이전>에 축제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고구려와 부여 사람들은 제천 행사 기간에 날마다 마시고 먹고 춤을 췄으며, 계급과 신분에 상관없이 어울리고, 죄인을 풀어주어 같이 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3000여 개의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조상의 축제 DNA가 잘 전수된 듯하다.

조상들이 술 마시고 춤추며 즐겼다면 현대의 축제는 실로 다양하고 다채로워졌다. 영화제도 축제 중의 하나다. 사람들은 영화제를 찾아 평소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독립 영화와 해외 영화를 즐긴다. 서울환경영화제, 창원환경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같은 영화제는 환경, 여성 인권 등의 아젠다에 관심 많은 사람이 몰리기도 한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화제 관련 예산 편성에 대해 불만을 보인 단체가 있다. 영화제연대가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 사업 예산이 50% 줄어든 사안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영화제연대는 국가 세금이 지원되는 기존 영화제 40개를 20개로 줄이겠다는 의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8월 1일 국회에서 진행된 영화발전기금 관련 토론회에서 한 영화 관계자는 예산 삭감으로 지원받는 영화제가 40개에서 11개로 줄어들었다며 한국 영화제의 존속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40여 개나 되는 영화제가 지금까지 세금으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27년간 부산시로부터 매년 70억 원 이상을 지원받았고, 전주국제영화제는 작년에 전주시와 전라북도로부터 35억 원을 지원받았다. 주목할 점은 두 영화제 모두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었음에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하면 관리가 잘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측근 인사와 폐쇄적인 조직 운영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작년에 39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친인척 채용, 임금 과다 지급 등이 감사 중에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5억 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해외영화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칸 영화제도 국가의 세금 지원을 받는다. 칸은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의 3배에 해당하는 400억 원을 사용하는데, 1년 수익이 580억 원에 달해 매년 1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낸다. 게다가 칸 영화제가 지역에 가져오는 경제 파급효과가 3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의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영화제는 민간 기업에서 시작했다. 영화제에 참가하는 사람은 참가비 200만 원을 내야 한다. 고가 전력이 먹혀들어 참가비 수익으로만 매년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영화제 전체 수익이 1억 4000만 달러(한화 약 1800억원)에 달한다.

영화 종주국 프랑스의 칸 영화제를 우리나라의 영화제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야박하게 들릴 수 있다. SXSW 영화제의 고가의 참가비 전략이 우리나라에서 통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막대한 세금으로 운영되면서 수익을 거의 남기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영화제들은 두 영화제를 세심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앞으로 심사를 거쳐 영화제 지원 숫자를 줄이는 등의 냉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각각의 영화제가 세금에 의존하지 않고 재정 자립을 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길 기대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창동 감독의 <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가 난 배경에 국내 영화제가 산실 역할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재정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영화제 환경은 바뀌어야 한다. 누구는 영화를 즐겁게 보지만, 누군가는 재정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모두가 행복한 축제로 변화해야 한다. 


강성일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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