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ball (내리막길 효과 - 시장경제의 가치)

이규종 / 2023-11-29 / 조회: 181

snowball (내리막길 효과 - 시장경제의 가치)


가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현재의 생활을 개선하거나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서 혹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목적은 다를지라도 우리는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국가도 서로 이유만 다를 뿐 부유해지기를 원하는 것은 개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부러워하는 국가 중 한국형 모델이라는 것을 도입해 자국의 성장 전략으로 삼은 나라들이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부 주도로 계획을 수립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해서 수출 중심의 전략을 펴지만,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우리만큼 극적인 효과를 본 나라는 없다. 그럼, 우리의 성공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어서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눈 굴리기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을 굴려보면 큰 눈덩이를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선은 작은 눈송이들을 모아서 굴릴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단단하게 뭉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다음에는 계속해서 힘을 줘가며 눈을 굴린다. 몇 번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긴 하지만 아무리 힘껏 굴려 봐도 몇 바퀴 구르다가 멈춰 서고 크기가 커질수록 미는 것도 힘에 부친다. 제법 큰 눈덩이를 만들었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너무 무거워서 더는 굴러가지 않는다.


한숨을 한번 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리막길에서 눈을 굴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내리막길이라고 해서 눈덩이가 저절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처음에는 평지와 마찬가지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어느 정도 크기를 불려 놓으면  밀지 않아도 눈덩이가 굴러간다. 이제는 미는 힘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굴러가니 크기를 키우는데도 제한이 없다. 내리막길에서 굴린 눈덩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평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몸집을 불린다. 길이 끝나지 않는다면 한계 또한 없다.


놓치고 있는 한 가지


가난한 나라는 무엇이 부족해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도 가끔은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푸념 어린 말을 하기는 하지만, 변변한 천연자원이 없어도 오늘의 부를 이룩한 것을 생각해 보면 자원 부족이 가난의 원인은 아니다. 그럼, 자본이나 기술의 문제일까. 그것 또한 아닌 것 같다. 폐허에서 시작한 우리보다 더 열악한 조건을 상정하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요소라고 여겨지는 자원·자본·기술 등은 눈 굴리기에서 미는 힘과 같다. 모두가 평지에서 눈을 굴린다면 힘의 차이가 눈덩이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다. 힘이 차이가 난다면 작은 나라는 결국 큰 나라를 이길 수 없고 같다면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 한 나라의 부는 그렇게 결정되는 것일까. 세계에는 크지만 가난하거나 작아도 부유한 나라들이 많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앞지르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이러한 사실들을 생각해 보면 미는 힘의 크기가 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 무엇이 부를 만들어 낼까. 미는 힘의 차이가 아니라면 다른 점은 평지와 내리막길의 차이, 제도의 차이에서 오는 자발적인 힘의 유무뿐이다. 경제가 미는 힘으로 굴러가느냐 아니면  자신의 힘으로 굴러가느냐의 차이 말이다.


한 가지의 가치


속담 중에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값어치가 있다는 말이다. 내리막길의 눈덩이가 스스로 굴러가듯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구슬들을 모아서 보배로 만들고 만들어진 보배를 구슬 삼아 더 좋은 보배를 만드는 사람들. 자신의 부를 증가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개인의 존재가 바로 우리의 성장 비결이다. 현재의 부는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며 우연히 만들어진 것도 아닌 자유 시장경제 제도 속에서 우리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둘 중의 하나


우리는 종종 갖고 있는 것의 가치를 잊어버린다. 시장경제 제도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부를 창출하는 대안처럼)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한번 멈춰버린 눈덩이는 다시는 스스로 굴러가지 않는다. 내리막길에서 만들어진 눈덩이를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평지로 옮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가 일군 풍요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제라는 내리막길이 없어지면 경제는 멈춰 서고 더는 자신의 힘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강제로 굴릴 것인가 스스로 굴러가게 둘 것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강제적인 힘과 자발적인 힘, 둘 중의 하나 뿐이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 일궈낸 풍요지만 제도적 바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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