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시장에서 발견한 경쟁의 순기능

구한민 / 2023-11-29 / 조회: 177

중국 역사상 수많은 철학자가 사상의 꽃을 피운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무대는 역설적이게도 패권국 간 끊임없는 다툼이 이어지던 춘추전국시대였다.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권력을 다투며 경쟁하는 틈에서 세계 유수의 이데올로기가 속속 등장한 것이다. 수백 년간 이어진 지난한 싸움에 지친 백성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유가·법가·도가·묵가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동양철학이 등장한 이 시기를 두고 혹자는 '동양의 르네상스기라 부른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치열한 경쟁은 다양성과 혁신을 위한 진보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왔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가에서도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시장의 패권을 두고 다투는 업체들의 이야기다. 모빌리티 공유서비스란 전동킥보드·전동자전거·전동스쿠터 등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교통 서비스를 뜻한다. 지난 2019년부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캠퍼스에서도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 서비스가 그러하듯 출혈 경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역시 일종의 플랫폼 사업이어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쟁이 소비자로서는 어떠한가? 뚜벅이인 나는 평소 모빌리티 공유서비스를 즐겨 이용한다. 그래서 우리 학교 캠퍼스를 두고 펼쳐지는 모빌리티 공유서비스의 춘추전국시대를 수년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결론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들 업체의 경쟁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었다. 마치 춘추전국시대에 백성들을 위한 여러 사상들이 만발한 것처럼 말이다.


구체적으로 내가 느낀 경쟁의 순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 소비자의 선택에 다양성이 확대되었다. 2019 A 업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다. 해당 업체는 전동킥보드만 운영하고 있어 3분 이내의 초단거리가 아닌 이상 안전상의 이유로 이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 들어온 B 업체에서는 전동자전거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이때부터 짧은 거리를 이용할 때는 A 업체, 조금 긴 거리를 이동할 때는 B업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이 시장에 진입한 C 업체는 이용하기에 더욱 편리한 전동스쿠터까지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다.


둘째, 기기의 성능이 향상되었다. 초기에는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한 규제가 없었음에도 10km/h 수준을 상회하는 속도의 기기밖에 없었다. 직접 이용해보면 느낄 수 있지만 속도가 15km/h에 미치지 못하는 기기라면, 굳이 돈을 내고서 이용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D 업체가 들어오면서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다. 운행 중 속도를 기준으로 20km/h까지 달릴 수 있는 기기가 제공된 것이다. 이에 다른 업체들도 부랴부랴 성능이 좋은 기기들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셋째,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드는 가격이 낮아졌다. 2019년 처음 이 시장이 열린 이후, 많은 업체가 생성과 소멸을 거쳤다. 그 결과, 주변에 다섯 개의 업체가 남게 되었는데 이들이 제공하는 기기의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평균적인 가격이 낮아졌다. 이전에는 기기를 이용하는데 필요한 잠금 해제 비용과 분당 이용료를 함께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업체가 늘어나며 이용료 단가가 낮아졌고, 최근에는 잠금 해제 비용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생겨났다. 시장 지배력을 위한 경쟁이 소비자 가격을 낮춘 것이다.


넷째, 부가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예를 들면, B 업체는 정기권 또는 출·퇴근시간 할인제도 등을 운영하고, D 업체는 30분 이내에 다른 기기를 이용하면 환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E 업체에서는 기기를 이용하면 안전장치를 함께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업체들은 경쟁 우위에 올라서기 위하여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도입하려고 한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모든 업체가 안전성을 향상하는 데 노력하게 되었다. 사회적인 화두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이듯, 소비자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업체들은 속속 주정차시설을 정비하고, 불법주차 감시·규제를 강화하는 등 안전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물론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규제가 강해진 까닭도 있지만, 안전성 역시 소비자의 선택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업체들이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의 직접 편익이 될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의 간접 편익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시장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경쟁의 순기능은 다양했다. 소비자로서는 제품·서비스 선택의 폭 확대, 가격 인하, 품질 향상, 고객 서비스 향상 그리고 안전성 확대 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모두 경쟁이 아니라면 자연스레 촉진될 수 없었던 것들이다.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의 말대로혁신의 동인(動人)은 경쟁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의 진보에 자유경쟁의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경쟁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경쟁이 과열되어 적정 한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역효과를 미치고, 불공정한 경쟁은 사회적 동질성을 마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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