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목을 베어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오현석 / 2023-11-29 / 조회: 264

양의 목을 베어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얼마 전, 교양 수업 시간에 고대 신화에 대한 내용을 배우게 되었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여러 문화의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희생양이라는 존재이다. 어느 집단이나 내부의 갈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내부 갈등은 분노와 폭력성으로 연결된다. 분노와 폭력성이 집단에 축적되면 집단의 존립 여부가 흔들린다. 이러한 분노와 폭력성을 해소할 대상이 될 존재가 바로 희생양이다. 희생양은 갈등의 원인도 결과도 아니며, 큰 연관성이 없다. 그럼에도 희생양은 모든 분노와 폭력을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고대 농경 사회에서 가뭄이라는 재앙은 집단 구성원들을 기아와 죽음에 빠트리게 된다. 이러한 가뭄 상황에서 집단은 상황의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해답을 내야 하지만, 그들에게 상황을 해결할 만한 역량은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 공포, 분노, 폭력성을 잠재울 대상을 물색한다. 대상은 당연히 가뭄의 원인이 아니다. 집단은 대상의 목을 베어 신에게 바침으로서 사태의 해결을 바란다. 대상은 약하거나 소수이므로 저항할 수 없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다른 희생양을 바치고 또 바치면서 집단의 불안, 공포, 혼란을 잠재운다. 그리고 지배층은 분노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 권력을 유지한다.


, 문제 상황의 발생, 문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능력 또는 의지 부재, 분노와 폭력성을 해소할 희생양 물색의 단계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다수의 분노와 폭력성을 해소한다. 이를 통해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향했을 분노를 해소하고 집단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한다. 당연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저 문제로 생겨난 분노만 사라졌을 뿐이다. 이 같은 희생양은 여러 문화권에 등장한다. 중국 상나라의 순장 제도, 아즈텍의 인신공양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희생양은 고대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이 대표적이다. 소빙하기로 인한 식량 감소, 흑사병이라는 재앙적인 질병이 확산된다. 과학적 지식이 없는 대중들은 혼란과 공포에 빠지고 분노와 폭력성이 중세 유럽 사회에 축적된다. 이제 그들은 희생양을 찾는다. 모든 것이 마녀의 소행이라 믿고 싶어 한다. 무고한 대상들을 마녀로 몰아넣어 그들을 죽여 불안, 공포, 분노, 폭력성을 잠재운다. 이를 통해 흔들리던 중세 교회 권력은 중세 유럽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한다. 물론 마녀를 죽여서 소빙하기와 흑사병이 사라질 수 없다.


더 나아가 근현대의 유태인 학살 과정에서도 1차 세계 대전 패배, 전쟁 책임을 무시하고자 하는 독일인들의 정서, 유태인에게 책임 전가라는 동일한 매커니즘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유태인들은 독일을 망친 주역으로서 모든 분노의 대상이 되고, 이를 통해 나치는 독일을 장악했다.


이러한 희생양은 현대 사회에서도 등장한다. 여전히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분노를 쏟아낼 희생양을 찾기 바쁘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재정 정책을 총동원하여 막대한 현금을 시장에 공급했다. 이렇게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 들어가 집값이 급격히 상승했다. 한국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급격한 집값 상승이라는 문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쉽게 해결 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불안, 분노, 폭력성이 쌓여 가는데, 권력 집단은 이러한 폭력성을 해소할 희생양을 찾게 된다. 그 희생양은 다주택자였다.


다주택자는 주택 시장에서 소비자로서 시장에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또한 임대 주택 시장의 주된 공급자로, 이들이 공급하는 주택이 많을수록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임차 할 수 있다. 그러나 희생양으로 지목된 이상 그들은 그저 분노의 대상이 된다. 정치 권력은 모든 분노와 폭력성을 다주택자를 향해 돌리고 자신들은 권력을 유지한다.


한 편, 집값은 다주택자와 무관하게 코로나19 종식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자 다시 하락했다. 문제 상황의 원인이 해결되자 사태가 종식 되었던 것이다. 희생양의 목을 베는 것과 비가 내리는 것이  무관했던 것처럼, 다주택자를 공격하는 것과 집값이 내려가는 것은 무관했다.


가뭄을 해결하는 것은 희생양의 목을 베는 무지한 행위가 아니다. 미리 저수지를 건설하여 충분한 물을 확복하고, 가뭄에 강한 곡식을 개량하는 것이 가뭄을 해결 할 방법이다. 언젠가 다시 금리가 하락하고 시장에 현금이 풀리는 날이 올 수 있다. 그 때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각종 규제들을 풀어, 수요가 많은 땅들에 기업들이 자유롭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양도세 부담을 낮추어 주택 보유자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주택을 내놓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보유세 부담을 낮추어 임차인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 또한 막아야한다. 시장을 안정 시키는 것은 각종 규제와 징벌적인 세금이 아니라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제 희생양 찾기를 멈추고 저수지를 지을 때이다. 양의 목을 베어도 비는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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