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야구 속 경제이야기”

박지환 / 2023-11-29 / 조회: 257

스포츠와 경제가 상관이 있을까?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큰 비즈니스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관련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 인기를 가지는 프로 스포츠는 KBO, 프로야구이다.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구단이 존재하며, 800만 관중이라는 엄청난 기록과 더불어 시간이 갈수록 팬층도 두꺼워지고 있다. 이러한 프로야구의 인기는 경제 효과에 있어서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온다.


겨울,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나오는 뉴스들은 귀를 의심케 만든다. 최근 코로나와 부동산, 물가 급등으로 인해 서민들은 힘겨워하고 야구단은 적자를 기록하는데 스토브리그는 과열되어 수백억을 푸는 구단들의 뉴스가 들려온다. 작년 KBO에서 오고 간 FA만 해도 총액이 무려 800억이 넘는다. 당연히 매년, FA 시장이 과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구단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 팀 성적을 위해 스타 선수를 잡는다고 항변한다. 구단의 말이 과연 맞을까? 1999 FA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외부 FA에 가장 돈을 많이 쓴 구단은 롯데와 LG이다. 이 두 구단의 성적은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롯데는 1992, LG 1994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FA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해서 그 효과를 본 것이 아니었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적으로 이유를 따져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매몰비용의 오류이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미래의 발생할 효용이 크지 않음에도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깝거나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하게 되는 행동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이미 사라진 비용이 아까워서 비효율적으로 집착하는 행위이다. 고액 연봉을 주고 새로 계약한 선수의 성적이 낮아도, 같은 포지션의 신인선수가 뛰어나더라도 신인선수의 얼굴을 보기 힘들다. 계약금이 아까워서라도 스타 선수의 출전을 고집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거액 FA 영입은 오히려 선수단의 조직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계속되는 팬들의 비판과 확실하지 않은 효과에도 구단들이 거액 FA 계약을 계속 체결하는 이유가 있을까?


단순히 성적에 대한 수요가 아닌 것이다. 구단이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명예가 아닌 구단의 마케팅이다. 구단이 이기는 경기를 보여준다면 팬들의 관심이 올라가 관중수도 늘어날 것이고, 이에 마케팅 효과를 크게 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 내 프랜차이즈 선수, 실력이 검증된 선수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되고 거액 FA 체결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20년의 경력을 가진 추신수가 SSG 랜더스와 계약을 했을 때, 광고를 하겠다고 나선 광고주들의 연락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스타 선수의 영입 사실만으로도 구단이 얻는 마케팅 효과는 매우 크다는 것이다.


야구로 인한 마케팅 효과를 얘기하자면,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2021 SK텔레콤을 모기업으로 둔 SK와이번스는 신세계에 매각되어 SSG 랜더스로 바뀌었다. SK텔레콤은 한국 최대 인기 스포츠인 야구를 포기하였고 왜 SSG는 발 빠르게 인수했을까?


그 이유는 기업의 사업 방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기업 간 거래 B2B(Business to Business)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었고, 신세계의 주력 사업인 유통업은 기업과 소비자거래인 B2C(Business to Consumer)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야구의 특성상 SK텔레콤의 야구단을 운영하여 얻는 이익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세계는 야구단 운영을 통해 얻은 마케팅 효과는 굉장했다. 신세계는 스타벅스와의 협업, 쓱닷컴 데이, 이마트 데이, 노브랜드 버거 데이 등 그룹 내 계열사를 적극 활용하여 계열사 브랜드 고객을 SSG 랜더스의 팬으로 유입하고 SSG 랜더스의 팬들이 브랜드에 호감을 갖게 하는 선순환을 유도했다. 또한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광현과 20년 경력의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하는 등 과감한 fa 투자를 통해 성적과 마케팅 효과,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실제로 2022 SSG 랜더스는 우승을 거머쥐었고, 우승 기념 선보인 이마트쓱세일은 전년도와 비교하면 2.1배 증가한 매출을, SSG 랜더스필드 F&B(식음료) 월평균 매출은 2018년 대비 2배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프로야구는 곧 투자이며 투자를 성공하기 위해선 수많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선수를 사들이는 게 아니고 승리를 사들여야 해요야구를 주제로 한 영화머니볼에 나오는 대사이다. 이 의미는 단순히 야구 경기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마케팅 전략의 승리라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LG’가 적힌 옷을 입고 ‘KT’가 적힌 모자를 쓰고 야구장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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