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상품의 이면을 파헤치다

한유진 / 2023-11-29 / 조회: 167

6% 금리 대 청년도약계좌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렸으나, 근래 은행의 고금리 특판 전쟁이 다시 불붙어 주변의 고금리 상품이 급증하였다. 금융 소비자들은 우대조건 없는 최고금리 상품을 찾기 바쁘다. 이러한 고금리 상품 급증의 배경으로는 근시일 내 만기 도래 예정에 있는 상품이 많아짐에 따라 은행이 예금 유치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예금이자를 많이 주는 은행이 과연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가 세계 이슈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약 250조라는 큰 규모의 이자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재미 없는은행 산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국내 은행이 이토록 높은 이자 수익을 벌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버는가?


국내 은행의 대규모 이자 수익은 실상과점이라는 산업적 구조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수급의 원리를 고려할 때 생산자(공급자의 수)는 시장의 유형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소수의 공급자로 이루어진 은행 산업은 대표적 과점시장이다. 이론적으로 과점시장은 낮은 생산량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시장의 비효율성과 자원 배분의 왜곡을 야기한다. 과점 시장 형성의 주요 원인에는 은행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이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은행 산업 내 경쟁 촉진을 통하여 예금/대출 금리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여러 시도들이 있어왔다. 


은행의 이자 ()수익은 (대출 이자 수익) – (예금 이자 비용)으로 책정된다. 대학생 신분으로 대출 목적의 금리를 접할 일이 매우 적지만, 실상 은행은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별도로 책정한다. 그 책정 과정은 각각의 금융 상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기반한다. 일반적으로 안전 상품으로 간주되는 은행 예금과 달리 대출 금리는미상환 가능성의 리스크를 고려하여 예금보다 높게 책정된다. 이러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통상 예대마진이라고 부른다. 예대마진은 은행의 주요한 수익원이 되며, 디지털화/글로벌화 등에 힘입어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한 국외 은행과 달리 국내 시중은행은 여전히이자놀음에 머무르며 과점시장 체제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은행산업 구조의 과점화에 따른자금운용 편중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실제로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미래와 시사점(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자금은 주로 예수금(2019년말 기준 자금조달의 78.2%) 등을 중심으로 조달되어 부동산 등을 담보로 한 대출 위주(전체 자금운용의 73.9%)로 운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 간 자산구성이 매우 유사한 영업행태 쏠림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시스템적 리스크가 증폭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국내 시중 은행 앞에는 국내 자산시장 협소 및 해외진출 제약, 규제 강화, 핀테크 발달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그렇다면, 예금 금리 앞 금융 소비자들의 행태는 어떠한가? 일명금리 노마드족이 있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떨어지면 인터넷 은행에 몰리고, 인터넷 은행은 고객 유치를 위해 선이자 지급 등을 내세운다. 금리의 유불리에 따라 급속도로 돈이 오가는머니 무브는 인터넷 뱅킹의 상용화 이후 보편화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이자놀이에 치중된 국내 시중은행의 사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머니무브에 더욱 취약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고금리를 외치는 시중은행으로 많은 양의 자금이 흡수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나, 고금리 예금상품을 통한 자금의 빠른 흡수는 궁극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대출 금리를 상승시킨다. 별도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예금 상품으로의 쏠림은 예수금을 통해 조달한 자본의 대출 위주 자금 운용이라는 편중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금융 소비자로서 금리 책정에 개입할 수는 없어도, 고금리의 이면에 어떠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유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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