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경제 읽기] 정부는 왜 실패할까

최승노 / 2021-06-07 / 조회: 50,194

정부는 '램프의 요정'이 아니다


아라비아 문학작품 《천일야화》 가운데 '알라딘과 요술램프'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는 어떤 소원도 척척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한다. 지니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램프의 주인 알라딘을 어마어마한 부자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공주와 결혼도 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커다란 궁전을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한다. 이처럼 소원을 비는 족족 이뤄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는 오랜 세월 뭇사람들에게 완벽히 초월적인 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 아낌없이 봉사하고, 어떤 어려운 일도 문제없이 척척 해결하는 만능의 조직이자, 보통의 기업이나 이익집단과 달리 사사로운 이기심을 초월한 기구로서 정부를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엄연한 착각이자 헛된 꿈이다. 정부는 기업이나 이익집단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정부 또한 기업이나 이익집단과 똑같은 ‘사람’으로 구성돼 있고,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실상 이익집단


만약 정부가 완벽하게 ‘공익을 위한 정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부’이고자 한다면 정부를 이루는 구성원이 사사로운 이익에 초연한 성인군자들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오히려 기업이나 이익집단 구성원과 다름없이 정부 조직의 관료와 정치가 또한 동일하게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고 보편타당하다. 실제로 정부 본연의 이기적인 속성은 각종 비리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공기업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비리와 권력 의존적 부정부패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거대한 이권을 둘러싼 로비는 정부 비리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로비 사건은 1996년에 벌어진 ‘린다 김 사건’이다. 김영삼 정부 때, 무기업체 로랄사는 린다 김을 로비스트로 고용해 백두사업(정찰기 도입 사업)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린다 김에게 1000만달러 이상을 지급했다. 문제는 린다 김의 로비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였다. 당시 고위급 간부가 린다 김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백두사업은 린다 김과 연결된 로랄사에 돌아갔고, 린다 김은 법적 기준을 뛰어넘는 수수료를 취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는 국가 사업이 불법 로비 행위에 좌지우지된 사상 초유의 부정부패 사건이었다.


뷰캐넌은 자신의 이론 ‘공공선택론’에서 ‘공익을 위한 정부’ 개념을 통렬히 비판했다. 뷰캐넌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공익을 위한 정부’란 헛된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실제 정부는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욕망의 주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정부를 운영하거나 정부의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하는 구성원이 바로 이기적인 개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장 참여자들이 저마다 이익을 추구하듯 정부 구성원들 또한 대중의 지지와 정치권력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결정하기도 하고, 정치적 의도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기적이고 비효율적인 관료사회


특히 정부 조직의 문제는 권력이 집중될수록 정부 관료의 체계가 강화되는 데 있다. 관료란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고급 공무원을 말한다.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경쟁하듯, 관료들 사이에서도 이익을 얻기 위한 경쟁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시장 참여자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듯, 관료들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거나 더 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스크바의 한 기업인은 이렇게 말했다.


“관료사회는 전반적으로 다 썩었다. 어디를 가든 관리들은 시장의 이해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만 따질 뿐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뇌물을 원한다.”


이처럼 정책 결정과 집행의 주체가 이기심으로 가득한 관료들이라면, 관료들의 총합인 정부가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설령 최고 지도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은 정책을 결정한다고 해도,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인 관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진심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어떤 정책도 결코 순조로이 시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조직은 특성상 경제적 원리와 효율성보다 조금 더디더라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정부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여러 의견을 모아서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가까스로 결정한 정책을 집행할 즈음에는 이미 문제가 사라졌거나, 아니면 악화돼 정책과 맞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무정부주의처럼 정부를 부정하고 정부 없는 세상을 꿈꿀 필요는 없다. 국방, 외교, 치안, 사법 시스템처럼 꼭 필요한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 물론 그런 분야에서도 정부가 무조건적인 권력을 가질 수는 없다. 철학자 아인 랜드는 “사회가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면 정부가 통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국민의 재산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역할에 충실하면서 국민의 세금을 헛되이 쓰지 않아야 존재 의미가 있다.


△ 기억해주세요


정부는 기업이나 이익집단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정부 또한 기업이나 이익집단과 똑같은 ‘사람’으로 구성돼 있고,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조직의 문제는 권력이 집중될수록 정부 관료의 체계가 강화되는 데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듯, 관료들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거나 더 큰 권력을 차지하려고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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