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1970년대 퍼주기식 연금운영으로 망했다가
개인선택과 책임을 높인 연금개혁으로 경제 살렸죠
칠레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이 빨랐던 국가다. 1820년에 퇴직군인연금제도를 도입 및 시행했고, 이후 공무원과 국영기업에 대한 연금제도를 확대 시행했다. 1924년에는 블루칼라 위주의 노동자사회보장기금을 창설했고, 1925년에는 사부문 피고용자사회보장기금과 공공부문 및 언론인을 위한 국가사회보장기금도 창설했다.
1970년대 물가 상승률 600%
정부의 복지에 대한 급진적인 정책과 함께 정부의 경제 개입도 강화됐다. 1970년에 집권한 아옌데 정권은 급진적인 사회주의 개혁을 시도했다. 사회보장제도 확대와 함께 팽창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1973년 칠레의 물가는 600% 넘게 치솟았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25%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 역시 참혹한 수치를 보였다. 1972년 경제성장률은 -1.2%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1973년엔 더욱 심각해져 경제성장률이 -5.6%를 나타냈다.
과도한 정부개입과 개혁
사실 칠레는 경제적 상황이 후진국에 속해 있었다. 정상적인 경제 발전 과정을 겪지 않고, 지나친 분배 위주의 경제 정책과 과도한 정부 개입이 칠레 경제를 급속히 악화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아옌데 정권은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개혁을 단행했다. 사유재산 국유화와 소득 재분배를 추진했다. 모든 경제 분야에 정부 개입을 강화하고 심지어 기업과 금융기관을 국유화해 버렸다. 이러한 아옌데 정권의 개혁은 칠레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반전은 1973년에 찾아왔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를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것이다. 피노체트는 1973년 9월, 칠레 대통령에 취임했고 본격적인 칠레 개혁에 나섰다. 그 시작이 바로 신자유주의 경제 혁명이다. 피노체트는 철권 독재정치로 국내외적으로 통렬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칠레의 경제개혁에서 거둔 업적에 대해선 다른 해석이 있다.
피노체트 정권은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정부 기구를 축소하고 정부 지출도 줄여나갔다. 특히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특권적 연금을 제거하고 난립하던 사회보장제도 역시 단일화했다. 또한 정부가 독점하고 있던 연금을 민간 주도의 적립식 연금으로 전환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칠레의 연금제도는 파탄 직전에 있었다. 경제는 악화되고 있었지만 지급되는 연금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만 갔고, 칠레의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 재정은 꾸준히 악화됐다.
피노체트 정권은 월급에서 원천징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로자가 소득의 10%를 개인연금 저축 계좌에 납입하고 장애보험과 생명보험을 선택하여 추가 납부하는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했다. 특히 연금을 적립액과 수익률에 맞춰 지급하도록 하여 개인이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게 했다. 이는 개인 선택의 자유와 책임을 높이는 동시에 연금기금 운용기관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연금기금 재정의 건실화를 꾀하는 효과가 있었다.
민간연금제도 도입
실제로 1981년부터 시작한 칠레의 연금개혁은 칠레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민간 연금제도를 도입한 뒤로 칠레의 총저축률은 높아졌다. 1982년 1%까지 추락했던 저축률은 1989년 이후 20% 이상 상승했다. 저축이 늘어난 만큼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칠레의 연금제도 개혁은 국가의 비효율적인 관리와 퍼주기 식 연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칠레가 기존의 공적 연금을 계속 유지했을 경우 엄청난 재정 손실은 물론 경제 파탄에 이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속 가능성’이다. 제아무리 좋아 보이는 정책이더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결코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경제 사정이 좋고 재정이 넉넉할 때야 걱정이 없겠지만 문제는 경제가 위축되고 재정이 부족할 때에 발생한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복지국가라 하더라도 방만한 복지 정책을 지속하다가는 경제 위기에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복지는 결코 공짜가 아니며 누군가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기억해주세요
실제로 1981년부터 시작한 칠레의 연금개혁은 칠레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민간 연금제도를 도입한 뒤로 칠레의 총저축률은 높아졌다. 저축이 늘어난 만큼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칠레의 연금제도 개혁은 국가의 비효율적인 관리와 퍼주기 식의 연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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