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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헌법, 법치의 기둥 - 하이에크가 오늘의 한국에 던진 경고

이혜민 / 2025-08-27 / 조회: 13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거대한 건물도 기초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붕괴된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에서의 그 기초는 바로 '자유’와 '법치’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은 이 두 기둥을 세우는 설계도이자, 그것이 무너질 때 벌어질 참상을 예견한 경고문과 같은 책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마치 수십 년 전 그가 미래를 예언이라도 한 듯, 오늘의 대한민국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 같은 섬뜩함을 느꼈다.


하이에크는 자유를 단순히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자유를 “권력이 자의적으로 간섭하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 자유는 법치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법치가 단순한 '합법성’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만약 권력이 법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꾼다면, 모든 것은 합법일지라도 자유는 사라진다. 이 지점에서 나는 우리 사회를 떠올렸다. 지금 한국에서도 '법’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고, 시장을 강제로 재편하며, 표현과 사상의 자유마저 은근히, 아니 어쩌면 대놓고 옥죄는 움직임이 보인다. 겉으로는 합법의 모습이지만, 하이에크가 말한 법치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다.


책의 3부에서 하이에크는 복지국가의 그림자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복지정책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필요’라는 이름으로 무한히 확장될 때 국가의 권력이 얼마나 쉽게 비대해지는지를 경고한다. 오늘날 한국은 고령화·양극화·주거문제를 이유로 수많은 규제와 재분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장의 자율성과 개인의 선택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한다. 집값을 잡겠다며 더 강력한 규제를 만들고, 청년을 돕겠다며 일자리 시장을 통제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유로운 경쟁과 창의는 위축된다. '선의’라는 포장지가 진짜 위험을 가리고 있다.


하이에크는 책에서 “사회가 성취해온 소중한 것들을 파괴해 온 것은 완벽주의였다”고 말했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한대 얻어맞은듯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완벽한 평등, 완벽한 계획, 완벽한 안전을 향한 집착이 결국 자유를 질식시킨다는 사실은 역사 속 수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정책과 제도가 바로 그 완벽주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그것은 과연 진보일까, 아니면 되돌릴 수 없는 후퇴일까.


《자유헌정론》은 나에게 단순한 독서 경험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시민 교과서’였다. 이 책은 권력의 달콤한 유혹에 속지 말라고, 법의 이름으로 자유를 포기하지 말라고, 그리고 자유가 사라지는 순간 법과 정의마저 무너진다고 끊임없이 속삭였다. 자유는 싸워서 얻어진 만큼,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유가 '그저 방임하는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자유는 무정부 상태에서 꽃피지 않는다. 그것은 엄격히 제한된 권력,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법, 그리고 책임을 수반하는 권리 위에서만 유지된다. 하이에크의 주장은 단순히 이상론이 아니라, 인류가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어낸 교훈이었다.


지금의 한국은 경제 규모와 민주주의 수준에서 분명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제도와 정책의 방향에서는 여전히 '자유와 통제’ 사이에서 진동한다. 나는 《자유헌정론》이 제시한 원칙들이 새로운 사회계약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은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울타리여야 하며, 정책은 자유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복지 역시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하이에크가 말한 '자유헌정’이란, 개인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보장하는 제도적 틀이다. 이 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우리는 자유를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는 역사의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 《자유헌정론》은 그 경고와 함께, 자유를 지켜내는 구체적인 설계도를 우리에게 건넨다. 그리고 나는 그 설계도를 오늘의 한국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더 많은 국가 개입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권력의 손을 조심스럽게 거두고 자유의 영역을 지킬 것인가. 하이에크는 분명 후자를 선택하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 없는 복지는 결국 복지 없는 사회보다 더 잔인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결심했다. 자유헌정이란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패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나의 꿈인 정치인에 조금 더 다가가며 이 방패가 무너지지 않도록, '법치’라는 기둥을 우리 세대가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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