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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사라진다--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율 개편 시급

이호경 / 2025-08-06 / 조회: 179       마켓뉴스

한국에서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은 막대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회사를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포기하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기업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수십·수백 명의 사람이 함께 일하는 일터이자, 한 가문과 지역사회의 역사다. 그런데 세금 때문에 기업이 문을 닫거나 외부로 넘어가는 현실은 제도가 기업의 존속을 막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법정 최고세율이 50%에 이르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실효세율은 60%를 넘는다. 기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후계자조차 과도한 세금에 짓눌려 경영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세금이 많다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높은 상속세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들어놓는다. 급히 외부 자금을 끌어오거나 일부 지분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창업자의 철학과 장기 전략이 희미해진다. 기업은 단기 수익만 좇는 구조로 전락하고, 결국 혁신과 고용 창출 능력까지 약화된다. 심지어 외국 자본에 인수되거나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산업과 지역사회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상속세는 가족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막대한 세금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지분과 책임을 두고 다툼이 발생하고, 이는 기업 승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가족기업이라는 공동체 내부의 신뢰가 무너지고, 세대 간 갈등이 제도적으로 고착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스웨덴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때 상속세 최고세율이 70%에 달했던 스웨덴은 기업 매각, 주가 폭락, 본사 해외 이전이 속출하자 2005년 상속세를 전격 폐지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이케아가 외국으로 본사를 옮긴 사례는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존속과 국가 경쟁력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주요 유럽국가들도 상속세 감면이나 유예 제도를 통해 가업 승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상속세 개편이 시급하다.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고, 과표구간과 세율을 현실화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 확대, 연부연납 기간 연장, 자본이득세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요건을 충족하면 가업승계 상속세를 사실상 면제하고 있으며, 우리 역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유연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단순한 경제 주체가 아니라 사회적 공동체다. 세금이 그 존속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와 산업, 미래 세대의 경제 생태계도 살아남는다. 상속세는 단지 부의 이전을 조정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축적된 가치를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관문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을 물려주는 것이 곧 해체와 매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국가의 성장 동력을 스스로 잘라내는 일이나 다름없다. 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 


이호경 자유기업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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