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언택트(untact)로의 전환일 것이다. 일하고, 공부하고, 소비하는 생활 전반이 비대면, 비접촉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무인 키오스크, 온라인 쇼핑, 배달앱 등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위생의 개념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만큼 언택트 방식을 우리 생활 전반에 녹여내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뿐 아니라 신종플루, 메르스 등 새롭게 등장하는 전염병들은 직접적인 접촉 뿐 아니라 공기, 물건을 통해서도 전파가 가능하다. 특히 바이러스가 유리, 플라스틱, 종이, 섬유 등 일상 용품 표면에 수일 간 살아남아 감염을 일으키므로 이를 막기 위한 비대면, 비접촉 방식으로의 변화는 계속해서 강화될 수밖에 없다.
우선, 위생의 관점에서 일회용품에 대한 인식 및 제도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을 금기시 해왔다. 커피전문점에도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대신 다회용 머그컵을 사용하도록 강제해왔고, 대형마트에서는 비닐봉투나 비닐 끈을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해왔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쓰레기를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재사용하는 물건,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품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며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가 과연 합리적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위생측면에서 일회용품 사용만큼 효과적이고 탁월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환자의 수술과 치료 전반에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처럼, 개인의 위생관리를 위해서 일회용품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19 등 치명적인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해 인간의 생명과 위생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환경보호 논리만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위생을 고려한다면 일회용품 사용은 불가피하다. 우리가 매일 외출할 때마다 사용하는 마스크 역시 일회용품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문 손잡이, 버스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에 세균번식을 막는 항균비닐을 붙이기 시작했다. 또, 커피전문점에서는 머그컵 대신 종이컵, 플라스틱컵을 사용하고 있으며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일회용 식기, 비닐포장재 사용도 크게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해 집에서 가져온 장바구니, 머그컵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나아가 그동안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가 환경이라는 단일 목적에 매몰되어 다른 측면을 도외시하지는 않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보호 논리가 인간의 생명, 위생을 지키는 일에 우선할 수 없다. 일회용품 사용금지와 같이 환경규제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막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누구나 일회용 컵, 빨대, 식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자신의 안전과 위생에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환경규제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자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바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그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자칫 감염병 대처에 있어 유연성을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컵, 식기를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진 만큼 코로나사태 이전의 환경규제를 강행한다면 소비자들의 반발과 불편이 예상된다.
달라진 위생 기준에 적합한 환경제도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자연분해되는 플라스틱과 얇지만 성능이 좋은 마스크 필터의 개발과 재생할 수 있는 일회용품의 회수율 제고 등 위생적이고, 환경에도 친화적인 방식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일회용품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된 상황에서 이를 억지로 막는다면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고, 환경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렵다. 환경친화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개인의 위생관리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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