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는 2007년 3월 13일 도쿄에서 '안전보장에 관한 공동선언’(이하 '일·호 안보공동선언’이라고 칭함)을 서명·발표하였다. 그리고, 이어 4월 12일 도쿄에서는 미·일·호 3국의 외교·국방 분야의 국장급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와 같은 '일·호 안보공동선언’의 발표와 더불어 미·일·호 3국의 안보협력 회동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견제를 포석으로서 미·일·호 3각 안보동맹체제의 구축이 추구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내었고, 중국 역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즉, 미·일·호 3국 정부관계자들의 '중국 견제’를 위한 일부의 시각에 대한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은 중국에 대한 '아시아판 나토(NATO)’라는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였다.
최근, 주일미군의 재편을 통한 미일동맹의 강화 동향과 전략적 의미, '제2차 아미티지 보고서’의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초석으로서의 미일동맹 강조, 미국의 중국견제 및 포위망 전략( a hedging strategy), 일본의 '전후체제 탈피, 강한 일본 건설’ 노선 등을 고려해 볼 때, '일·호 안보공동선언’의 전략적 함의에 매우 주목된다.
본고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아래에서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배경,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주요 내용과 특징 등에 관해 살펴 본 뒤,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전략적 함의에 관해 구체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II.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배경과 미국·일본·호주의 전략적 입장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에는 일본·호주 양자간의 전략적 입장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입장이 투영되어 있다.
미국은 2001년 호주와의 '2+2(외교·국방장관)' 회담시에 미·한·일·호 등 역내 동맹국을 연계하는 다자안보협력 방안을 제시하였고, 9·11 테러사건 이후 2002년 3월에 하와이에서 개최된 미국·일본·호주 3자간 세미나를 통해 서는 일본·호주의 공감대를 확보하였다.
이후, 미국·일본·호주 안보대화는 3국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활성화를 띠고 전개되었다. 미국·일본·호주 3자 외무차관급 정책협의회가 2002년 8월에 도쿄에서 개최되어 대중국정책, 대북한정책, 아시아 안보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였고, 나아가 워싱턴, 도쿄, 캔버라 등에서 후속 모임이 이루어지면서 전략대화의 의제도 북한핵·이라크·이란·중국의 역할·중앙아시아·대테러·지역협력·ARF 기능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와 같은 차관급 정책협의회는 2005년 5월에 접어들어 미국의 주도로 장관급 전략대화로 격상·운영되었다. 2006년 3월에 개최된 미국·일본·호주 3개국 장관급 전략대화에서는 중국의 군비 투명성 문제, 이란·북한 핵의 대응 공조, 대테러 정례회의 개최, 일본의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지지 등을 요지로 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2007년 2월에는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일본과 호주를 방문하여 미국·일본·호주 3각 안보협력이 '역내 평화와 자유의 보류’임을 강조하면서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 채택을 촉구·지원하였다.
이처럼,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에는 일본·호주·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투영되어 있는데, 각자의 전략적 입장은 <표 1>과 같다.
<표 1> 미국·일본·호주의 전략적 입장
미 국 | ◎ 중국의 부상, 북한 핵문제, 양안(兩岸)문제, 테러, 해적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처하기 역내 양자동맹을 보완 할 수 있는 다자간 안보협력을 전략적으로 검토함. - 미국의 양자동맹국들을 전략적으로 연계 ◎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으로 군사적으로 확대하는데 역사적·지리 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일본·호주의 전략 적 협력을 중시함. |
일본 | ◎ '전후체제 탈피, 강한 일본 건설’을 추구하는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서의 안보협력 확대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함. - 미국 이외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군사협력 체제 수립 기회. ◎ '21세기 국제지도국’을 지향하여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추구 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안보 역할의 확대는 미래지향형 리더십의 확보에 매우 중요한 전 략적 의미를 내포함. - 자위대 해외활동을 '부수적 임무’에서 '주임무’로 격상. ◎ 미국·일본·호주의 3각 안보협력체제의 구축은 미·일동맹의 질적 강 화 및 일본의 전략적 위상을 제고하는데 매우 유리함. ◎ 테러, WMD 확산, 해적 등 새로운 안보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전략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 ◎ 일본의 해상 수송로의 안전확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함. |
호주 | ◎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외교적 위상 제고와 아시아태평양 강국으로 서 정체성 확보를 추구하기 위해 미·일과의 안보협력 강화 필요함. ◎ 일본과의 안보협력은 미·일동맹과의 안보협력으로 귀결되며, 대테러 전·PSI·MD 등 대미국 협력 강화로 귀결되므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에서의 전략적 위상 제고에 중요함. |
III.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주요 내용
일본과 호주는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의 공유를 강조하면서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을 서명·발표하였다.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은 <표 2>에 나타난 바 같이,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민주주의·인권·자유·법의 지배 등의 가치와 안전보장상의 이익 등을 기초로 하면서 자위대와 호주군의 실질적 협력의 강화를 추구해 갈 것임을 천명하였고, 아울러 일본·호주의 안보협력이 미국·일본·호주의 협력 강화를 위해서도 유익하다고 역설하였다.
나아가,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은 향후 협력분야로 마약거래와 위조지폐, 무기밀매 등의 초국가적 범죄 문제, 국경안보, 테러 대책, 대량파괴무기와 운반수단의 비확산, 재해구조 등 인도적 지원 활동 등 9개 항목을 제시하였으며, 구체적인 이행방법으로 양국의 외무·국방 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회(2+2), 자위대와 호주군의 공동훈련 등을 명기하였다.
<표 2>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주요 요지
◎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민주주의·인권·자유·법의 지배 등의 가치와 안전보 장상의 이익 등을 기초로 함. ◎ 공동 관심분야 관련 안전보장의 진전을 위해 자위대와 호주군의 실질적 협력 을 강화함. ◎ 일본·호주의 안보협력은 미국·일본·호주의 협력 강화를 위해서도 유익함. ◎ 북한 핵, 탄도미사일, 납치문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내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함. <양국간 세부 협력 분야> ◎ 마약거래와 위조지폐, 무기밀매 등의 초국가적 범죄 문제 ◎ 국경안보 ◎ 테러 대책 ◎ 대량파괴무기와 운반수단의 비확산 ◎ 평화활동 ◎ 전략적 평가와 관련된 정보의 교환 ◎ 해상과 항공의 안전 ◎ 재해구조 등 인도적 지원 활동 ◎ 전염병 대유행 등 긴급사태 대응 계획 <이행 방안> ◎ 협력 추진을 위한 행동계획 책정 ◎ 외무장관간 전략대화와 방위담당 각료의 대화 강화 ◎ 정기적인 각료간 대화(2+2) 창설을 포함하여 외무·방위 등 합동대화 강화 |
<출처> 朝日新聞, 2007.3.13 참조.
IV.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전략적 함의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에서 일본·호주의 안보협력이 미국·일본·호주의 협력 강화를 위해서도 유익하다고 언급하였듯이, 최근 미국의 세계전략 구상, 미·일동맹의 글로벌화와 일본의 정치·군사적 역할 확대 등을 고려해 볼 때, 일본·호주의 안보협력은 양자간 차원 이상의 전력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전략적 함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을 매개로 미국을 구심으로 하는 3각 안보협력체제가 구축될 수 있게 되었고, 아울러 안보협력의 수준도 안보대화의 수준에서 자위대와 호주군의 공동훈련에 따른 미·일·호 3국 군사협력의 수준으로 질적 강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둘째, 아시아·태평양지역은 한미동맹, 미일동맹, 미호동맹 등 미국과의 양자동맹으로 이루어졌으므로, 미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맥락에서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전략적 의의를 의미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미·일동맹과 미·호동맹을 연계할 수 있는 일본·호주 안보협력의 질적 강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자간 안보협력의 기반이 구축되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동맹의 구축도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셋째,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자간 안보협력과 다자동맹의 구축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에 뒤이어 미·일 양국과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에 주목된다. 제2차 아미티지 보고서에서도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에 관해 언급되어 있는데, 일본은 2006년 12월 일본-인도 도쿄 정상회담을 통하여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십’의 구축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고, 양국 군 관계자의 교류 강화 및 함정의 상호 방문 등에 합의하였다. 아울러, 2007년 2월에는 미국·일본·인도 3국의 군사전문가들이 두 차례 모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안보 문제를 협의하였으며, 4월 16일에는 미국·일본·인도 3국의 합동 해상훈련이 일본 동쪽 태평양 연안에서 전개되었다. 이와 같은 미국·일본·인도 3국의 안보협력은 중국 견제로 분석되고 있다. 인도가 자국의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이고, 중·러와도 합동 군사훈련을 한 점에 주목하여 인도의 '중국 견제 가세’에 신중한 견해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의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미·일·호 3국 안보협력체제에 인도가 전략적으로 실질적인 참여를 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즉, 중국이 21세기의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제질서를 주도하기에 한계가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국제정치의 속성상 미·일동맹 또는 일본과 인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의 강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국제질서를 주도하면서 '유사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미·일·호·인 의 전략적 연대 고리가 구성될 수 있으며, 4개국 전략대화의 창설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세계속의 미·일동맹’을 지향한 전략적 공통목표의 설정과 더불어 미·일동맹의 변혁의 일환으로 미·일 연합군 유사체제를 지향한 주일미군 재편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일미군의 재편과 일본의 군사적 역량 강화 작업은 미국의 중국 견제를 지향한 포위망 구축 전략과도 연관되어 있으므로, 일본과 호주의 전략적 협력의 강화는 미·일동맹과 연계되어 유사시 중국 견제를 위한 포위망 구축 전략으로 귀결될 수 있다. 즉, '일본·호주 안보공동선언’의 전략적 의미와 관련하여 미·일동맹과 연계된 대중국 견제능력의 증강을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배정호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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