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세계정치와 한반도

이춘근 / 2007-01-10 / 조회: 20,556
들어가는 말


매년 연초 국제정치를 전망 할 때, 낙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행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국제정치 그 자체가 애초에 낙관적인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데, 비록 남을 해 칠 의도가 없는 경우라도 다른 나라를 피해 입힐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결국 국제분쟁을 야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2007년의 세계와 한반도 역시 다른 해 보다 날 것이 전혀 없어 보이는 한해다.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사건, 10월 9일의 핵실험 등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급격한 불안 상황은 2007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도 전혀 해소 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정확한 감을 못 잡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 될 수 있는 시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2007년의 국제정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한국 및 미국의 국내정치적인 변수도 고려해야한다. 올해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 이며, 미국의 경우도 부시 대통령 임기의 막바지에 이르는 시점이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가 복잡하게 상호 작용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며, 국가들이 선거를 앞둔 시점의 국제정치는 대체로 다른 때와 비교할 때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다.


이미 북한은 노골적으로 한국의 대선에 개입 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밝히고 있고, 이는 금년 1년 동안 한반도의 정세는 어떤 측면에서든지 요동 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의 1년 전에 미국이 과감한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세력들의 도발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은 바로 한국과 미국의 국내정치적 변화가 국제정치적 불안정과 맞물려 복잡한 국제정세가 형성 될 복잡다단한 한해가 될 것이다. 세계와 한반도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2007년의 안보 정세를 전망 해 보기로 한다.



세계정세


미국의 대 중동 외교 정책의 기반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2007년 반 테러전쟁 개시 6년째를 맞이하지만 기존의 전쟁 수행 원칙과 전략의 측면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작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패했지만 미국의 외교정책이 본질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본 국제이슈해설 #95. 2006년 11월28일자, 미국의 중간선거와 외교정책 참조) 특히 미국의 중동 정책 및 대 이라크 정책에 본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외교 정책의 시행 방법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원칙은 거의 같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대 중동 정책과 관련, 이스라엘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랍 국가들에게 더욱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다. 미국의 유대인들은 80% 이상이 미국의 민주당을 지지하며, 이번에 구성된 미국 제 110대 국회 의원 중 유대인의 비율은 사상 최고인 8% (유대인 유권자는 1.8 %) 에 이르고 있다. 특히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상원의원 100명중 13명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이라크 문제


부시 행정부는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목적을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즉 이라크를 민주화 시키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라크의 민주화가 목표라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지고 있는 것이며 이길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적 목표, 즉 '후세인 제거’ 라는 목표는 지난해 12월 30일 후세인의 사형과 더불어 완전히 성취 되었다. 사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현실적 목표는 '미국에 테러의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후세인 정권을 교체함’ 이었다. 그러나 이상주의자들인 네오콘과 부시 행정부는 목표를 더 크게 잡았다. 최근 타계한 포드 대통령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려는 이론은 이해 하지만... 미국의 안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굳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며 현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미군을 증파함으로서 이라크를 안정화 시키는데 기여 하겠다는 이상주의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연 부시 행정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지만 만약 미국이 보다 현실주의적 정책을 채택, 이라크에서 철군 한다면 이라크는 그야말로 내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란의 핵문제


현재 이라크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 즉 미국의 국가 안보에 더 큰 위협을 미치는 문제는 이란의 핵개발 문제다. 이미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기지들을 무력 공격할 수 있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은 어떤 경우라도 이란의 핵을 허락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란의 핵은 이스라엘 역시 방관할 수 없는 문제다. 중동지역에 상당 규모의 전쟁이 발발 할 수도 있는 뇌관이 바로 이란의 핵문제다.



한반도 정세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북한의 입장


지난해 연말 6자 회담이 열렸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사실상 결렬 되었다. 미국은 6자 회담을 고집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어떤 경우라도 핵을 보유한 북한의 현 정권을 용남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과 북한의 현 정권은 핵을 체제 그 자체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는 상황에서 북한 핵 문제가 6자 회담이라는 외교의 장에서 해결 된다고 믿을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을 폐기 시켜야만 하며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 국제이슈해설 #96, 2006년 12월 11일 자 참조) 선군주의 강성대국에 핵이 없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북한의 현 정권은 “반미주의”를 정권존립 정통성의 근거로 삼고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합리적인 대안으로 생각할 것이며 북한은 온갖 방법을 동원, 정권의 연명을 도모 할 것이다. 북한 연명 전략의 가장 큰 대상은 이제 대한한국 한 나라로 줄어들었다. 이미 중국마자도 유엔 및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2007년 한국의 안보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부분이 바로 북한의 대남 개입 전략이 초래할 상황들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


미국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평화로운 방법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극구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전략이다. 이 세상에 전쟁 하겠다고 계속 위협하는 나라는 오히려 전쟁을 못하는 나라다. 미국은 끝까지 평화를 말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 나라다. 문제는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 핵 문제를 '평화로운 방법을 통해 해결 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불과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사력은 비록 차후에 또 다른 문제를 야기 하지만, 언제라도 가장 신속한 해결 수단이다.


지난 1월 2일 중국의 명성 높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장롄구이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 현재로서는 북한 핵문제가 풀릴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며 “북한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최후엔 군사적 수단을 사용해 북한 핵을 제거하려 할 것” 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시기에 관한 질문에 “내년을 넘기려 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장롄구이 교수의 분석은 미국의 북한 핵에 관한 기본 입장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까지 문제가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2008년 여름 중국은 북경 올림픽을 치러야 하며, 2008년 가을 미국은 대선을 치른다. 북한 문제를 혹처럼 달고 중국이 올림픽을 연다는 일을 생각하기 곤란하며, 미국이 북한 핵을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다는 것은 현 공화당 정부의 필패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북한 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미국의 대 북한 정책은 금년인 2007년 중 더욱 본격적, 적극적으로 전개 될 것이라고 보인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 협조를 이미 확보 한 상태며, 중국의 협력 여부에 따라 북한 문제를 평화적이던, 강압적이던 해결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대응: 남한에 대한 개입


북한의 생존 전략은 지금 대남 전략으로 집중 되고 있다. 북한의 현 정권은 정권 생존이 지속 될 수 있을지의 여부를 한국의 금년 대선 결과에 결부시키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친북적인 정권이 다시 집권하지 않는다면 북한 정권의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북한은 본격적으로 남한의 주권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한다는 것은 바로 주권을 건드리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전쟁들이 바로 한 나라의 주권이 다른 나라에 의해 훼손당하는 경우 발발했던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상대방에 대한 주권 개입은 전쟁의 요건조차 될 수 도 있다는 말이다. 사실 남북한은 양측 간 평화의 전제 조건으로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아니 한다”(1992. 2.19 남북합의서 제 2 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 전복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동 제 4 조)고 약속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07년도 신년 공동 사설에서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한국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북한은 2007년 한국의 선거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며 한국의 친북 세력들은 북한의 지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정권을 수립하고자 할 것이다. 북한은 불리하다고 생각 될 경우 국면 전환을 위한 국지적인 무력 도발 등을 포함하는 각종 수단을 강구할지도 모른다. 이미 한나라당의 유력 후보 한 사람은 “이런 식으로 정부가 (북한에) 끌려 다니다가는 올해 있을 대선이 여()와 야()의 대결이 아닌 '야당 대() 북한과 여당’의 합작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한국의 대선에 개입하는 상황이 방치되는 경우, 한국의 국내정치는 순식간에 국제분쟁으로 비화, 확전 될지도 모르며 이 같은 확전 과정은 우리가 통제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한의 노골적 개입은 우선 한국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과 일본도 북한이 노골적인 개입을 통해 한국에 친북한 정권을 수립하려는 불법적인 노력을 방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에 의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절차를 통한 선거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이 전개 될 경우, 한반도의 장래에 국가 이익이 크게 걸려있는 미국과 일본, 심지어 중국도 수수방관의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맺는말


국제정치 일반, 특히 북한 문제를 논할 때 평화가 담론의 주류인 시점이 있고 강제 혹은 강압이 담론의 주류가 된 적도 있었다. 2007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 이라크 문제, 이란 문제, 그리고 북한 문제들은 지난 몇 년과 비교할 때 점점 더 평화적인 해결 수단의 희망은 줄어들고, 보다 강압적인 대안의 채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 달력의 제한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이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그동안 펼친 정책 목표들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며, 중국도 이제 올림픽이 바로 1년 앞으로 다가 오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 전개 될 때, 우리는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국가와 민족에 이익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즉 북한의 핵이 폐지되는 것,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가 잘 유지 되는 것이 국가발전과 경제발전이라는 대한민국 국가이익을 수호하는 관건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춘근 /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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