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경제학의 대부인 에드윈 밀스(Edwin Mills) 교수는 인구의 대도시 집중현상이 급속한 경제성장의 불가피한 일부분이며, 어쩌면
성장의 전제조건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인 제인 제이콥스 역시 이 가설에 동의하며 한발 더 나아가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도시 중심의 역동적
경제발전만이 지속적 성장을 담보해 준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경제적 팽창의 근간은 바로 역동적 수입대체 활동을 하는 도시에 있다. 이
사실을 간과하고 국가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운영할 경우 결국 정체와 쇠퇴의 운명을 맞게 된다며,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제국과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고찰했다.
중국제국시대의 위대한 도시들이 정체하기 시작하고 유럽 전역이 후퇴하고 있던 암흑시대에 아드리아해 북쪽 연안의
진흙으로 된 늪지대의 지저분한 작은 도시 베니스가 떠오르고 있었다. 일본 도쿄 역시 베니스와 같은 역할을 통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넓고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권으로 성장하여 일본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또한 급성장하는 환태평양 국가들 역시 모두 주요 도시, 즉 서울,
싱가포르, 타이베이, 홍콩 등의 매우 밀집되고 복잡한 도시권의 성장을 기반으로 이들 국가경제를 견인하였다.
반면, 현재 프랑스에는
오직 파리만이 중요한 도시권 기능을 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주요 도시인 글래스고, 맨체스터, 버밍햄 등이 도시권 형성에 실패하고 런던만이
도시권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코펜하겐은 도시권이 발달했으나 더블린, 벨파스트, 카디프, 리버풀, 리스본, 마드리드, 자그레브,
모스크바 등은 도시권이 없다. 상파울루는 도시권이 형성되었지만 리우데자네이루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몬테비데오는 없다. 도시권이 발달하지 못한 이들
국가와 도시권들은 정체되고 있다.
저자는 국가중심의 통화제도, 군수산업의 육성, 빈민지역 보조금, 투자, 국제원조, 심지어
경제개발계획조차 오히려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쇠퇴의 거래’로 규정하며, 도시중심의 활발한 수입대체와 도시간 무역활성화를 강조했다. 일본과
환태평양 지역의 눈부신 근대화는 시장, 일자리, 기술, 이전, 자본 등의 동인이 균형적으로 힘을 발휘하여 수입대체에 성공한 도시권의 발전
덕분이었다며, 국제기구와 후진국 정부에서 일하는 개발전문가들에게 막연하고 순진한 개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보다 현실에 기초한 신중한 통찰력을
요구했다.
저자에 따르면 성공적 경제발전은 목적지향적이기보다 제한이 없고 중도에 편의상, 또 경험에 따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목표를 미리 설정하는 산업전략이나 경제개발계획은 즉흥성이 무시되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즉, 개방적 표류를 통해 자기조정이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유연성과 창의성이 강화되어 경제의 비약적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 책은 비록 1984년에 출판되었지만 소연방의 해체와
중국의 중앙계획경제 몰락을 예언할 정도로 현실감각과 통찰력이 뛰어나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정책적 시사성은 정책결정자를 비롯해 여론의
관심을 끌 만하다. 특히, 저자의 혜안과 통찰력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수도권 집중화 문제에 대한 뜨거운 논쟁에 영향력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도 이 책이 훌륭한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