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정의를 오늘날 자유로운 문명의 모든 가치들을 파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고 있는 악몽으로부터 인간들을 구출하기 위해 씌여진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특히 오늘날 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으로써 등장한 한국의 공동체주의자들이 공동체주의의 이념적 요소로 사회적 정의를 수용하고 있는데, 그들은 사회적 정의에 대한 하이에크의 비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정의는 얼핏 보기에는 온정적인 것 같고, 보편적인 것 같지만, 내용이 비어 있기 때문에 이 내용을 채워야 한다. 이 내용이란 정치적 세력 판도에 의해 결정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적 정의라는 이름으로 얻는 특혜나 편익은 정치적 소득이고, 이 소득은 부도덕하다.
하이에크는 이 책에서 사회적 정의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사회적 정의의 이름으로 요구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고, 그것은 언제나 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적 정의는 따라서 내용이 없는 구호일 뿐이다.
정의는 언제나 인간 행동과 관련될 경우에만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인간 행동의 무의도적인 결과에 정의를 적용할 경우, 그것은 마치 자연을 정의롭거나 정의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자생적 질서로서의 시장질서에서 형성되는 소득분배에 정의를 적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시장질서에는 분배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질서의 소득분배는 인간들의 상호작용의 의도되지 않은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질서에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면 발견적 절차로서의 시장의 기능을 파괴시킨다. 이러한 파괴는 자유로운 문명의 파괴를 야기시킨다. 사회적 정의의 요구에 기초하고 있는 도덕은 연대이다. 이것은 원시부족 사회의 모럴이다. 따라서 거대한 사회에서 사회적 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원시적 본능의 발로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본능의 실현은 거대한 사회를 원시 사회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정의는 오늘날 강력한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사회적 정의, 그것은 분배적 정의와 동일한 것인데, 그것은 내용이 비어있고, 또한 자생적 질서로서의 시장질서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이름으로 제기하는 특정 그룹의 욕망충족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을 은근히 심어주기 위한 일종의 주술일 뿐, 자유로운 사회질서에 이를 적용할 경우 자유로운 문명의 모든 가치들을 파괴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제7장에서 제11장까지 네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제6장까지는 그의 첫 번째 저서인 규칙과 질서에서 다루고 있다. 제7장에서는 정치적 현실에서 매우 다의적으로 사용되어 빈번히 혼란스러운 공공이익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자유주의의 기초, 즉 자생적 질서의 기초가 되는 행동규칙의 성격과 관련된 공익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제8장에서는 자유주의 사회와 적합한 정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장에서 논의한 결과를 기초로 하여 사회적 정의, 또는 분배적 정의를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의 내용은 제9장과 제11장이다. 제10장에서는 시장질서의 성격과 기능원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설명은 역시 사회적 정의에 대한 비판을 더욱 강화시켜 주고 있다. 따라서 저서의 내용을 세계의 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열린, 자생적 질서와 행동규칙의 관계, 둘째로 자유주의 사회와 정의, 그리고 셋째로 자유주의와 사회적 정의, 이러한 세 가지 맥락을 중심으로 하이에크의 정의관을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소개]
하이에크는 1899년 비엔나에서 출생하여 1992년 프라이브르크에서 영면했다.1921년과 1923년 법학과 경제학 두 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영국,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의 대학에서 강의하였다. 사회주의와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함으로써 경제자유주의를 지지하고 시장경제를 옹호한, 오스트리아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197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노예의 길’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요저서로는 ‘개인주의와 경제질서’, ‘과학의 반혁명’, ‘법·입법 그리고 자유’ 등이 있다.
[목차]
제7장 공공이익과 특수한 목적
제8장 정의를 찾아서
제9장 사회적 혹은 분배적 정의
제10장 시장질서, 혹은 카탈락시
제11장 추상적인 규칙의 기광과 부족사회의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