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마르크스

최승노 / 2018-05-07 / 조회: 18,963       브릿지경제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 트리어 시내에 거대한 마르크스 동상이 세워졌다. 사회주의 전통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중국이 기증한 것인데, 트리어 시에서는 그 동상을 받아들일지 여부로 논란이 컸다. 마르크스의 사상이 인류에 큰 재앙을 불러왔고 더구나 중국이 선물한 것이었기에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리어 시의회는 동상을 받아들였다. 그 덕택으로 트리어 시에는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도 성대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시간여에 걸친 연설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당·국가 지도사상으로 사상적 무기를 제공했고 중국을 낡은 동방대국에서 인류사상 일찍이 없던 발전의 기적을 이루게 했다”며 “당이 변함없이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적 지혜와 이론역량을 흡수하고 '신시대 중국적 사회주의’를 견지·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공산주의 질곡에서 벗어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경제성장을 이룬 사실을 외면하고 그 공을 사회주의로 돌리고 있다.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멸망하면서 사회주의는 역사적으로 끝났다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가 다시 살아나 자본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공산이념을 정치적으로 유지하며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덩샤오핑이 개방노선을 택하면서 자본주의 국가와 교류를 늘리며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장악한 중국 정부는 세계의 질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물론 중국의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부분적으로 시장경제를 택하고 있지만 경제의 상당부분이 계획주의 정책, 큰 정부의 통제 정책 등 사회주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 및 법질서는 여전히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것이라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정치적으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에 중국은 정치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의 도전은 성장을 이룬 국가 내에서도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본능적 감성을 자극하고 이성적 판단을 흐리는 반시장적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시장경제의 원리를 스스로 허물고 자본주의의 장점을 훼손하는 나라가 나오고 있다.


그런 사회주의의 길은 자유의 길이 아니라 독재와 노예로 가는 길임을 밝힌 사상가가 바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이다. 그는 저서 '노예의 길’을 통해 “사회주의 사상을 받아들인 사회에서는 전체주의적 속성이 확대되고 결국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자본 축적을 통해 성장해 온 인류의 삶의 방식을 자본주의라고 부른 이는 마르크스였다. 자본주의라는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 다른 이념에 비해 가장 현실적이고 성과가 뛰어난 이념이라 인류는 그 장점을 살리는 방식을 통해 번영을 이루고 평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다.


마르크스가 남긴 사회주의 유산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 사회주의를 과신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대체하려 했던 실험은 모두 허망한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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