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였다. 은행 파산은 자산-부채간 만기불일치 등 유동성 문제, 실적 악화로 인한 재무건전성 문제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타나지만 이번 SVB의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예금의 대량인출사태(뱅크런)이다.
SVB의 파산 직전 3월 9일 인출액은 420억 달러이었으며, 10일 예금 인출규모는 1천억 달러로 이틀간 총 1,420억 달러 규모의 예금인출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 말 SVB 예치금 1,750억 달러의 약 8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SVB에서 뱅크런이 발생하자 연준은 즉각 은행의 패쇄결정을 내렸다.
2007-2009년 금융위기 발생 후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상황에서 상당수의 많은 미국은행은 여유자금을 상대적으로 높은 채권에 투자했다. 일반적으로 연방정부의 단기 채권이나 만기가 긴 중장기채권 및 공적 보증상품인 Agency MBS(모기지담보증권)는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채권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SVB의 주된 손실의 원인이 되었다.
2022년 말 SVB는 1,200억 달러의 채권을 보유하였으며, 이는 예치금의 69%, 전체 자산의 55%에 해당되며 이는 미국은행 채권 평균의 두 배 이상인 큰 규모이다. 개인 고객이 주고객인 시중 상업은행과는 달리 SVB의 주요 고객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하고 있는 테크기업이다.
2010년부터 지속된 저금리 시기 동안 대규모의 자금이 테크기업으로부터 유입되었기 때문에 SVB의 성장세는 가파랐으며 풍부한 자금은 대부분 채권투자로 이어졌다. SVB의 25만 달러 미만의 계좌 비중은 전체의 3%에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계좌는 25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예치금을 소유한 법인기업의 소유이다.
하지만 법인기업 고객 예금은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큰 규모이기 때문에 개인 고객의 예금보다 가격 변동성에 민감하여 위기 시 자금의 이탈속도가 빠르다. 채권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SVB는 매도 가능한 증권인 국채, Agency MBS 등 215억 달러의 채권을 매각하고 22억 5천 달러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이에 위기를 감지한 고객들은 대량 인출을 시도했다.
연방정부는 SVB 사태가 발생한 직후 폐쇄명령을 내리면서 원칙적으로 25만 달러의 예금자보호 한도에 대해서만 지급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그 발표를 보증 한도와 관계없이 전액 보증으로 번복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발표하였다.
SVB의 대규모 손실을 연방정부가 떠안게 되면서 공적자금으로 충당해야 할 상황으로 바꿨었다. 과거 연준은 2021년 11월 SVB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재무상태표의 문제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였다.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에 연방정부의 빠른 의사결정은 한편으로는 수긍될 수 있으나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규제당국의 책임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사후 관리방안으로 자산 보유액이 1천억 달러 이상인 은행에 대해 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 강력히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조차 언제나 사건 발생 후에 정부에 의해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 반복된다.
미국 발 은행파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금리 인상기 동안 기업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실물경제의 악화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금융안정 모니터링을 통해 적절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시중은행과는 달리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건설업 부진에 따른 부동산 PF대출 등에 대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금융기관의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면밀히 진단하여 부실 가능성을 낮추는 규제당국의 관리감독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또한 부실 또는 파산 시 늘 논쟁이 되는 공적자금의 투입 여부와 책임소재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설윤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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