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00일 평가와 과제 / 경제정책 분야
일단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들 평가를 중심으로 본다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부정평가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빠른 기간 내에 국정 운영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부분은 그 원인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경제정책 분야에서 본다면 다른 정권들의 출범 당시 상황과 비교해 윤석열 정부가 특별히 심각한 잘못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경제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쉽고 미흡한 점을 수없이 지적할 수 있겠지만, 각자 생각들도 다른데 그들의 조언을 잘 듣고 정책을 폈다고 해서 경제 분야의 정책수행 지지도가 올라갔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필자의 판단이지만 최악의 편가르기 정책으로 국민들을 괴롭힌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 분야에서 아직 국민들에게 이래서 새로운 정권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공감할 만한 정책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물론 윤석열 정부 경제관료들의 면면을 보면 매우 안정적이고 검증된 인사들이다. 그런데 바로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만일 정치적 포용이나 인사 등의 면에서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면 국정 수행 지지율이 이렇게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어떤 면에서 경제정책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에서 중요한 평가 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갤럽의 7월 4주차 국정수행 평가에서 부정평가의 원인 가운데 인사 문제가 21%로 가장 높기는 했지만 무능, 자질부족(8%)-경제민생 무관심(8%)-국고낭비, 복지, 부동산, 정책비전 부족(4%) 등도 꼽고 있어 합계로는 정책 능력에 대한 불신이 20%로 인사 문제만큼이나 부정평가의 중요 원인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긍정평가를 한 그룹에서는 안정적(2%)-열심히 한다(4%)-변화, 쇄신(2%)-원전정책(2%)-유능함, 합리적(1%)-부동산정책(1%) 등으로 정책 관련 분야가 합계로는 12%의 긍정평가 요인이 되고 있어 긍정평가 원인은 4%에 불과한 인사 문제처럼 지지율 추락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책분야도 상당한 정도로 부정평가를 받은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오랜 공직 경험과 경륜을 가진 안정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했는데도 정책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편가르기 정책으로 망가진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것만으로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인데 정책 분야에서조차 평균 이하 성적을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한 가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열심히 자유와 시장주의를 외쳤지만, 대통령 생각의 실질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정확하지 않고 내각에도 대통령의 비전을 수용하고 구체화할 용기와 능력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후보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능력 있는 인재들을 쓴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능력 있는 인재를 알아보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전 대통령이 집권 초 경제정책 지휘자로 발탁한 김재익 경제수석은 안정되고 검증된 경력을 가진 인사는 아니었다.
정통 공무원 출신도 아니고 직급도 국장으로 장차관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다. 정책의 틀을 전환할 만한 능력과 용기를 가진 인재를 발탁하고자 한다면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정책을 운영했다는 경험은 오히려 부적격일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경제정책을 전환한다고 하지만 현재 정책의 내용들은 왜곡된 정책의 틀을 바꾸는 것이라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문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를 본 계층의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 예컨대 세 부담의 부분적 완화, 선심성 정책의 부분적 축소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매우 안전하고 큰 무리 없이 진행하는 방법이겠지만,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하는 작업들은 전폭적인 국민적인 지지 없이는 추진될 수도 없다.
오히려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 정책 전환을 내세워 야당이 반대할 수 없게 하면서 국정을 이끄는 역량을 보이거나, 야당 반대로 실패할 경우 더 큰 국정 운영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정책 비전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정책의 내용들은 마치 다수당이 몸조심하는 듯한 인상을 보인다.
국정 비전의 구체적 내용 파악과 집행 능력 부족
대통령 자신도 취임사에서의 자유시장주의 외침과는 달리 앞뒤를 재는 신중한 정치가로서의 모습을 보였는데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비전의 결여로 인식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화물연대나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신중한 접근으로 비교적 원만한 해결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부의 철학이 무엇인지는 의문으로 남았고, 주당 근로시간 제한, 최저임금제 문제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단 근로 문제만이 아니라 코로나 피해보상 지원, 서민층 채무경감, 부동산 종부세 완화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안정적이고 점진적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만 적어도 새 정부의 탄생에 걸었던 국민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낮게 평가될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지지율 추락과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준금리의 급속한 인상으로 서민층을 비롯한 기업 부담도 가중되었지만 그 자체를 가지고 정책 실패로 비난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한국경제의 선택 문제나 시장주의 원칙을 관철할 규제개혁 추진에서 현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좀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우선 미중관계의 선택에서 한미동맹 수복이나 대중 경제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모호성 견지라는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 안이한 상황이 아니고, 이미 우리 경제는 어느 한 진영에 일방적으로 의존한 성장 지속은 어려운 단계에 와 있는 만큼, 우리 능력으로 미국과 중국에 대해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 방법으로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규제개혁도 그저 일자리 만들고 경제 살리기 위한 것으로 밀어붙이면 그로 인해 손해 보는 집단이나 야당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책 실패는 예고된 것과 같다.
규제개혁이 기업,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감을 얻는 과제가 되도록 설득할 비전과 역량, 전략을 가진 인재를 활용할 수 있어야 대통령 본인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자유주의가 공허한 말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성구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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