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남긴 변화는 상당하다. 비대면 산업과 IT 산업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연금개혁’ 논의는 성장의 이면에 가려져 있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인간의 수명도 늘었다.
하지만 '내 집 마련’과 '하늘을 찌르는 교육비’ 등으로 저출생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자연스레 미래세대의 고령부양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다.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노후에 대한 부담만큼은 적어야 한다.
독일, 일본, 스웨덴 등이 그랬듯 연금개혁은 선진국을 넘어 세계를 주도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에는 논의의 시대적 당위성이 충분하다. 이제는 '진짜’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국민연금제도의 가장 큰 위협은 단연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법 제4조에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하여 연금보험료를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의 국민연금은 2041년 1778조 원의 적립기금을 정점으로, 2042년부터 연간 수지가 적자가 되어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OECD에 따르면 2075년 한국의 노인부양비는 79%에 육박한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급속하게 진행되는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는 시점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독일과 스웨덴, 연금개혁에 성공한 선례
국민연금을 설계하던 시점에 70%의 소득대체율과 3%의 보험료율을 가정하고 설계했는데, 정부는 예상보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1999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소득대체율을 각각 60%와 40%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1999년에는 수급개시 연령도 65세로 하향조정했다.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기초연금 수령액 등을 조정한 4가지 안을 담은 국민연금 정부 개혁안을 발표했다. 1안과 2안은 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9%의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1안에서는 기초연금 30만 원(현행), 2안에서는 기초연금을 10만 원 인상한 40만 원을 제시했다.
1안과 2안의 차이는 기초연금 액수인데, 사실 기초연금은 2007년 소득대체율을 40%로 하향조정하면서 연금급여가 설계된 것이다. 기초연금은 일반재정에서 재원을 충당한다는 점이 다르지만 어쨌거나 국민연금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1안과 2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계와 문재인 정부가 핵심적으로 주장한 안은 3안이다. 소득대체율을 45%로 5%p 올리고, 보험료율을 12%로 3%p 인상하게 되면 연금의 소진 연도가 2063년으로 6년 정도 늦춰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장기 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이는 결국 '소득대체율’의 상승과 소진 연도를 늦추는 데 중점을 두고 보험료율과 기초연금을 조정한 것인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거니와 미래세대에게 굉장히 무책임한 처사라는 점에서 두고두고 비판받을 만하다.
또한 현재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16% 정도로 급격히 인상하거나 2060년 이후에는 현행의 3배 이상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는 지금과 비교했을 때 같은 혜택을 받는 데 3배 이상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함을 의미한다.
부과식 보험료의 경우에도,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83%로 1%를 하회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2080년에 이르면 40%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미래세대에게는 노령 인구에 대한 부양부담과 보험료 납부 부담이 급격히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연금개혁에 성공한 해외의 선례들은 어떠한가? 독일은 2003년 인구구조 등을 반영한 지속성 계수를 연금 급여 산정에 활용했다. 이는 가입자 수와 수급자 수의 비율 등 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일정 기준보다 악화되는 시점에서는 연금 급여가 자동적으로 줄어드는 자동조절장치이다.
이를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게 되지만 재정의 위험부담을 개인에게 상당 수준 안기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다층적 연금체계로 전환하여 기본적인 급여 액수까지는 연금을 활용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 액수에 대해서는 개인연금 혹은 보험 등을 활용하도록 하여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에게도 노후보장에 대한 책임과 선택권을 부여했다.
스웨덴에서는 18.5%의 보험료 중 16%를 가상의 개인 계정에 적립하도록 하며 2.5%는 투자회사와 은행 등이 운영하는 연금펀드에 의무적으로 납부하도록 하여 연금 급여의 일정 수준을 개인의 선택에 맡겼다. 이 점은 앞서 언급한 독일의 사례와 유사하다.
연금제도의 구성 외에도 스웨덴의 연금개혁은 절차적 측면에서 충분히 본 받을 만하다. 1991년 연금개혁을 위한 논의 기구를 구성해 원칙을 결정한 후 1992년 국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공개 논의에 부쳤다.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룬 후 1994년 의회를 통해 입법에 성공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통합적 연금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 누구나 방대한 양의 연금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제공했다.
연금개혁에 관해 많은 논의가 정치권에서 있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노동계의 강한 입김이 작용하는 '닫힌 논의’를 중단하고 투명하고 공개된 연금개혁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본과 같은 '향후 100년 재정 균형’을 목표로 실질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현재 10%대의 실질소득대체율을 높여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여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연금개혁은 복잡한 논제이기에 단기간에 근시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제는’ 미래세대를 위해 논의의 첫 삽을 떠야 할 시점이다.
전서일 청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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