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전세계 쇼핑의 달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의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에서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행해지는 날이다. 소매업체의 경우 1년 매출의 70%가 이 때 이루어진다고 한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은 이 기간에 추수감사절까지 판매하지 못했던 재고 상품들을 쏟아낸다.
판매자와 유통업체는 재고 물품을 소진시켜서 이득을 보고 구매자는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온라인 유통망을 이용하여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해외 직구에 뛰어드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 대표 마윈이 쇼핑으로 외로움을 극복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광군제 이벤트를 시작했다. 첫 시장은 미미하였으나 2017년 하루 만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을 뛰어넘으며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올 해에도 알리바바 그룹은 총매출 83조 7900억원의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전자 상거래를 통해 아파트와 자동차까지 판매하는 광군제는 내수와 해외 수출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다. 유통혁신에 한 발 앞선 결과다. 우리 기업과 소비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행사가 존재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중국보다 6년 늦은 2015년 시작되었다. 정부가 메르스로 침체된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했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대상을 내국인까지 확대한 것이다. 현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이하 코세페)’의 명칭으로 불린다.
그러나 코세페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실질적으로 소비 심리를 자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떠한 차이 때문에 코세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되지 못할까?
기업이 나서서 행사를 벌였던 미국과 중국과 달리 우리는 정부가 주도한다. 해외에서 성공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추진한 것이다. 업체가 적극적으로 참가한 것이 아니고, 심지어 참가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우려해 참여한 기업도 있다.
백화점이 코세페에 참가하는 경우 판촉비의 절반을 백화점이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행사는 6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실적을 채우는 숫자놀이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유통구조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언급한 두 나라는 상이하다. 미국의 경우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게 물건을 직접 매입한다. 그러므로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체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단순히 제조업체가 물건을 팔 수 있는 공간을 빌려준다. 그에 따른 수수료를 통해 운영한다. 그러므로 유통업체도 굳이 눈에 불을 켜고 코세페를 홍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만 코세페를 기다리는 사람은 드물다. 정부가 단순히 해외에서 잘 되고 있는 것을 모방만 하려고 들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유통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해외에서 되니까 우리나라도 되겠지’하는 전시성 행정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위협하고 행정력만 낭비하는 꼴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무언가 만들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유통기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유통혁신을 가로 막는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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