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상근위원 3인을 포함시키는 개편안을 보건복지부가 내놓았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조직으로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다. 공기업처럼 운영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국민연금 운영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 따져볼 문제다. 관련 부서의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만 늘려 결국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문가를 상근위원으로 포함하여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근위원이 전문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기금운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강화할 우려가 더 커 보인다. 상근위원과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인력이 정부 당국의 정책 내용을 기금운용위원회 활동에 반영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개편 방향은 독립성 강화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성 확보도 부수적으로 쉽게 이뤄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 현장에서 전문 지식을 체험한 전문가가 운용위원회의 책임을 맡는 것이 선진화된 방식일 것이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을 사용자와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로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안이다. 무엇보다 노사정위원회처럼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단체들의 대표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세워 다툼을 벌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가 기금운용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위원회 성공의 요인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해 준비된 자금이다. 따라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철저히 정치논리가 배제되어야 한다. 경제논리에 입각해 운용방침이 정해져야 한다. 정치적 구호에 휘둘리거나 정책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기금의 미래를 절대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규모는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커졌다. 이에 걸맞게 운용 수준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역할을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투자 경쟁력을 갖춘 투자자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결코 국민연금을 ‘주머니 쌈지 돈’처럼 여겨서는 안된다.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커지고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연금을 정책수단으로 삼아 기업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고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라는 압력이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경영에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기업경영을 흔들고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정책 실험의 부작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잘못된 정책이 쉽게 국민연금 운영에 반영되지 않도록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기업 경제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일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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