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 미국에서는 중간 선거가 있었고 민주당이 12년 만에 상하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 했다. 한국의 많은 언론들과 분석자들이 중간 선거 이후의 미국 대외정책에 관한 많은 해설을 내놓았다. 본 국제이슈 해설은 일반적인 해설과 입장을 달리한다. 미국의 대외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불필요한 손해를 초래할 외교정책을 수립 할 수도 있다. 미국 중간선거의 의미에 관한 해석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 주] |
1. 미국의 선거제도
미국은 2년마다 선거가 있는 나라다. 임기 2년인 하원 의원 전체와 임기 6년인 상원 의원의 1/3이 매 2년마다 새로 선출 된다. 인구 비례로 뽑는 하원의원은 총원 435명이며, 각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은 작은 주나 큰 주나 모두 2명씩 100명이 정원이다. 상원은 100명중에서 금년에는 33명, 2008년 11월 다시 33명, 그리고 2010년에는 34명을 새로 선출한다. 상원은 잔여 임기가 각각 다른 의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미국 의회의 기준은 하원의원 기준이다. 지난 11월 7일 선거를 통해 선출 된 의원들은 2007년 1월 초부터 2009년 1월초까지가 임기인 제 110대 국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금년에 뽑힌 상원의원들은 앞으로 임기가 6년 이니 110대, 111대, 112대 미국 국회의원으로 봉직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매 4년 마다 있고 국회의원 선거는 매 2년 마다 있게 되니 대통령 선거가 없는 해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게 되는데 이를 중간 선거라고 부른다. 2004년에는 대통령, 상원의원 1/3, 하원 전원의 선거가 있었고 금년인 2006년에는 상원의 1/3, 하원 의원 전원을 새로 선출한 것이며 금년의 선거는 중간 선거중 하나 인 것이다.
중간 선거 결과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이 패배 상하 양원 모두를 민주당이 다시 지배하게 되었다. 선거 결과는 하원에서 230: 201 (무소속 1, 공석 3) 였던 공화당의 우세가 231:201(3석 미정)의 민주당 우세로 바뀌게 되었고, 55:44 (무소속 1)로 공화당이 우세했던 상원도 51:49의 민주당 우세로 바뀌게 되었다. 이로써 1995년 이래 12년간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의 의회 지배는 종료 되게 되었다.
2. 미국 선거에 대한 한국인들의 각별한 관심
이번 미국의 중간 선거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지난번 미국 대통령 선거 못지않은 관심을 한국 국민이 보였는데 특히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부 한국 사람들, 북한의 입장을 민족의 이름으로 두둔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특히 공화당의 패배, 민주당의 승리를 내심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 민주당의 승리는 부시의 강경한 대북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북한도 미국 민주당의 승리를 간절히 원한 것처럼 보인다.
한 가지 의문스러운 일은 주체를 부르짖는 북한이나 최근 자주외교를 강조하는 한국이 미국의 선거에 왜 그토록 관심을 갖느냐는 것이다. 말로는 자주를 외치면서도 그들은 스스로 미국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북한 문제의 해결에 있어 미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대미 종속론자라고 부르는 것은 자가 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원하는 대로 민주당이 승리했고 공화당이 패배 했다. 한국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의 무능, 부패, 및 잘못된 이라크 전쟁 때문에 공화당이 패하게 되었다고 해설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 북한 정책, FTA, 및 이라크 정책이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희망 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미국의 대외 정책 특히 대북한 정책에는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천명 되었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미국의 대외 정책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 외교 정책결정 과정의 일반 이론, 미국 중간선거의 일반적인 역사로부터 도출되는 경험적인 교훈에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국가와 미국의 정당제도에 대한 기본을 모르고 민주당은 평화주의자, 공화당은 전쟁하는 정당이라는 왜곡된 정보는 일반 시민들 뿐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상당한 지식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언론에도 만연 되어 있다.
3. 미국 중간 선거의 역사와 결과
제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60여 년 동안 미국에는 이번까지 총 16회의 중간 선거가 있었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2년차 혹은 재선된 대통령일 경우 6년차에 치러지는 선거다. 중간 선거도 결국 4년 마다 치러지는 선거니까 지난 60년 동안 겨우 16회 밖에 없었던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웬만한 이변이 없다면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이 선거에서 지는 것이 정상이다. 정치를 잘 못해서라기보다는 중간선거의 경우 국민들이 정부를 견제(check) 하려는 심리가 많이 작동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946년부터 매 4년마다 2006년까지 치러진 16회의 중간 선거 중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상하 양원 모두에서 승리한 적은 오직 한 번 뿐 이었다.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상원에서만 승리한 경우 2회, 비긴 적 2회, 패배한 적 11회였고 하원에서 승리한 경우 1번, 패배한 적은 14번 이었다. 16번 중에서 15번을 패 했다니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중간 선거에서 상하원에서 이길 확률은 겨우 7% 도 안된다는 말이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이 패배한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며, 아마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이 승리했다면 그것은 미국 역사상의 대 이변으로 기록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60년 동안 미국의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무능, 부패 혹은 잘못된 정책 때문에 중간 선거에서 그토록 완패 했던 것이란 말인가? 한국 언론이 이번 부시 대통령의 패배를 그렇게 평가 했다. 한국 언론의 평가가 정확한 것이라면 2차 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부시보다 훨씬 무능하고, 부패하고 잘못된 정책을 행했던 대통령이라는 말이 된다. 다른 대통령들은 중간 선거에서 대체로 부시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패배 했으니 말이다. 상하 양원에서 모두 승리를 기록한 적이 단 한번 있다고 앞에서 말 했는데, 그 승리가 바로 바로 현직인 부시 대통령이 2002년의 중간 선거에서 세운 최근 미국 정치사 60년 동안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이번에도 이긴다는 것, 즉 현직 대통령이 중간 선거를 연거푸 이긴다는 것은 확률 상으로도 0에 가까운 일이었고, 만약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이 이겼다면 부시는 재임 중 두 번의 중간 선거를 모두 승리한 기적에 가까운 기록을 세운 대통령으로 기록 되었을 것이다. 미국 정치의 기본과 패턴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선거에서 부시의 패배는 거의 당연한 것이라고 기대 했을 것이다. 아무리 현직 대통령이 유능하고 인기가 좋아도 중간 선거에서는 당연히 지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미국 중간 선거의 역사가 보여주는 패턴이며 중간 선거를 분석하는 사람들의 상식이다.
정책을 평가한다는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을 견제한다는 의미가 더욱 강한 것이 미국의 중간 선거가 가지는 기능이다. 대통령이 너무 잘해도 견제 심리가 발동하는 법이다. 정치란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 질 때 더 잘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미국사람들은 2차대전의 전쟁 영웅이자 컬럼비아 대학의 총장이었던 아이젠하워를 아이크(Ike) 라고 애칭으로 불렀고 I Like Ike (나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좋아한다) 는 선거 구호처럼 대통령을 존경하고 좋아했다. 아이젠하워는 1958년 중간선거에서 상원 13석(47→34) 하원 48석(201→153)을 잃어버리는 대패를 당했고, 1984년 미국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레이건 대통령은 바로 2년 전인 1982년의 중간 선거에서 상원 10석(53→43), 하원 28석(191→163)을 날려 버렸다. 부시가 잃은 상하원의 의석수는 아이젠하워와 레이건에 비하면 오히려 보잘 것 없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마지막 임기 2년을 상항 양원 각각 64:34, 283:153의 압도적 열세에서 보냈으며, 레이건 대통령의 마지막 2년은 상원에서는 55:45, 하원에서는 258:177의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수렁에 빠지거나 사사 건건 민주당에 의해 견제당하지도 않았다. 특히 레이건은 그처럼 열세인 의회를 가지고 서도 그가 원하던 소련공산 제국의 붕괴를 거의 완성한 상태에서 대통령직을 떠날 수 있었다. 레이건의 후임 부시(현 부시 대통령의 부친)는 공산주의 체제를 완전히 종식 시키는 역사적 경험을 하지만 이는 전임 레이건의공적으로 평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 부시 대통령은 임기의 마지막 2년을 상원에서는 51:49, 하원에서는 231:201(3석 미정) 의 열세에서 지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 때문에 앞으로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대폭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미국 외교정책 결정 구조에 대한 무지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미국의 대외 정책과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하원은 더욱 관계가 없고 상원의 경우라도 대통령의 외교정책 방향을 바꾸어 놓지는 않는다. 상원 61명, 하원 292명 등 압도적으로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를 배경으로 했던 민주당 대통령 카터는 미국 사상 가장 졸렬한 외교정책을 편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소련을 붕괴로 이끈 스타워즈 계획 등 초강경 외교정책을 성공적으로 전개했던 공화당 대통령 레이건은 겨우 상원 43명, 하원 163명의 의원을 가지고 있었을 뿐 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상원의원 57명, 하원의원 272명으로 공화당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4. 향후 미국의 대외 정책 전망
필자가 앞에서 제시한 미국 중간 선거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 외교정책의 진행 방향은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고 결론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미국 중간 선거 결과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본질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전술적인 차원(tactical level)에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의 마지막 2년을 보내면서 기왕의 외교정책 목표들의 달성 여부 및 진행 상황을 다시 분석, 검토 할 것이며 그 분석 결과에 따라 일부 정책상의 전환 혹은 변화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럼스펠드의 경질을 보고 민주당 승리의결과라고 보고 있는데 럼스펠드의 경질은 이라크 전쟁 자체가 아니라 전쟁의 수행 방식에 관한 견해 차이로 이미 오랫동안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었다. 럼스펠드 장관은 마치 월남전 당시의 맥나마라 국방 장관처럼 현지 사령관들 및 현역 군인들과 전쟁 수행 방식에서 갈등을 겪은 사람이다. 공군론자이며 과학주의자인 럼스펠드는 소수의 병력으로 이라크 전쟁을 치르고 이라크를 평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 15만 명도 안 되는 병력으로 이라크 전쟁을 개시 했던 것이다. 요충지를 점령하는 것 만으로도 전쟁은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그러나 후세인을 축출한 이후 한국의 4배나 되는 이라크의 치안을 15만도 안 되는 병력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 이었다. 미국 육군은 이런 문제로 줄곧 럼스펠드 장관과 갈등 관계에 있었다. 미 육군은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 20만-30만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 했지만 과학군 주의자인 럼스펠드는 그동안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육군 대장 출신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럼스펠드와는 다른 군사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럼스펠드와의 갈등 와중에서 물러났던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아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미국 민주당이 보호 무역 지향적인 것은 사실이니 향후 미국 정부는 FTA 체결에 소극적일 수 있겠고 중국과의 경제 거래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택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다. 보호무역주의자들이 국회의 다수가 되니 미국으로부터 많은 이익을 남기는 나라들(한국 포함)은 불리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정책이 본질적으로 바뀌는 일을 없을 것이다. 국가안보에 관해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전혀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자지고 있는 민주당은 평화, 공화당은 전쟁 이라는 잘못된 개념과는 정 반대로 미국의모든 큰 전쟁들은 민주당 대통령 재임 시 참전했던 것이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월남 전쟁 등 미국 사상 최악, 최장의 전쟁들은 예외 없이 민주당 대통령이 개입 결정을 내렸었다.
미국 민주당이 북한 핵에 대해 공화당보다 덜 강경할 것이며 북한에 대해 유화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무지의 소산이다. 북한 핵시설을 진짜 폭격하려했던 대통령은 민주당의 클린턴 이었고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목청 높이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민주당 인사들이다. 민주당의 목표도 북한의 핵을 '제거’ 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뉴욕 대학의 역사학 교수 마르시아 팰리(Marcia Pally)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후 미국의 외교정책은 색달라 질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제기한 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다시 장악하는데 성공한 중간 선거 직후 미국 외교정책의 유명한 잡지인 Foreign Policy 지의 홈페이지 에는 미국 국회건물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었다. “American foreign policy will not stray from its current course no matter which party controls the Capitol.” (미국의 외교 정책은 미국 국회의사당이 어느 당에 의해 지배 되던 관계없이 현재의 진행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춘근 /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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