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월 9일 핵실험을 단행 했다. 핵폭발 치고는 너무나 위력이 미약한 바람에 며칠 동안 미국은 핵폭발을 인정하지 않았다. 10월 14일 동해 상공에서 방사능이 검출됨으로서 핵폭발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는 했지만 그 위력이 너무 약하다는 문제가 이직도 완전히 해소 된 상황은 아니다. 미국과 소련이 보유한 핵무기는 그 파괴력의 표준 측정 단위가 메가톤(mega ton), 즉 100만 톤 이다. 보통 규모의 핵폭탄이 1 메가톤이며 아주 큰 것은 수십 메가톤, 즉 TNT 수 천만 톤에 이른다.
핵폭탄 이라 하면 적어도 1 만 톤 정도의 폭발력을 가지는 것이 보통인데(히로시마 ,나가사키의 경우 12,000-20,000톤 정도였다) 북한은 이번의 실험에서 4킬로톤 (즉 4,000톤)짜리를 폭파 시킬 것이라고 중국에 사전 통보 했었다. 그러나 지진파에 의한 측정은 최소 200톤, 최대 800 톤 정도의 폭발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핵 실험을 완전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전 통보한 파괴력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폭탄이 아무리 작은 폭발력을 냈다 해도 북한이 터뜨린 것은 재래식 폭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강한 것이다. 현존하는 재래식 폭탄 중에서 최대의 파괴력을 가지는 폭탄은 미국 전함의 주포에서 발사하는 약 1톤 정도짜리다. 북한의 폭탄은 재래식 폭탄 중 제일 큰 것 수 백발을 동시에 폭발 시킨 위력이라 보면 된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럭 수 백 대에 TNT를 가득 싣고, 그것을 동시에 터뜨린 위력이라 생각하면 쉽다. 북한은 일단 핵실험을 단행 한 것이고 그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핵무기임에 틀림없다. (미국은 17일 북한의 핵실험을 공식 확인 했다. 핵폭발 규모는 1Kt 미만이라고 발표 했다)
Q. 국제사회는 왜 핵실험 한 북한을 제재하려 하는가? 전쟁이라도 발발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
최근 한국 사회의 지도자들이 북한 핵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잘 들으면 전략적으로 헷갈리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핵문제를 '작은 문제’라고 말하는 가하면, 유엔에 의한 제제가 한반도에 긴장을 '확대’하는 경우에 한국은 그것을 반대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긴장이 이미 최악으로 확대 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북한을 제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만약 그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 해도, 그것은 북한이 제대로 된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도록 그냥 놔두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발 할 것을 두려워하여 제재를 하지 않고 북한이 핵을 계속 개발 하도록 방치 한다면 그런 상황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훨씬 더 나쁜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 상황에서 가장 열악한 안보 환경에 처할 나라는 물론 대한민국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 과 공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공존할 유일한 방법은 무릎을 꿇고 사는 일일 것이다.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한 한국은 그야 말로 국가 안보를 오직 북한의 선의(善意)에만 맡겨두어야 할 상황이 될 것이다.
Q. 북한의 핵은 결국 우리 것이 될 것 아닌가?
보통사람들은 물론 군사 안보에 상당한 식견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북한이 핵개발 하는 정치적 목적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북한은 자신이 통일의 주역이 되기 위해 핵을 개발하는 것이다. 핵을 개발함으로써 주변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 특히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고, 한국에 대해 압도적인 전략적 우위를 확보 함으로써, 통일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도로 통일된 나라에서 우리도 핵보유국 이라고 가슴 뿌듯할 대한민국 시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나마 지금 막강한 미국이 북한 핵에 단호하지 못한 것은 동맹국 한국의 안전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의해 통일된 한반도가 핵보유국으로 남는 것을 가만 둘 미국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북한이 핵을 가져도 우리가 통일을 주도 할 것이라고 천진난만하게 생각할 수 없다. 북한이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들과 싸울지도 모를 위험을 감내하며 수 십 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핵을 개발한 이유를 너무 가볍게 생각 하면 안 된다.
Q. 핵을 보유한 북한은 한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북한이 미국, 일본의 한반도 문제 개입을 차단할 수 있을 정도의 핵전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북한은 한국을 통일하기 위한 단계적인 군사작전을 전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경우 한국은 적극적인 저항을 할 수 없게 된다. 예로서 만약 북한이 서해의 NLL을 무시하는 도발을 감행하고 작은 섬 한 두 개를 점령하는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고 하자. 그 경우 한국은 심각한 딜레마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 섬을 다시 빼앗기 위해서는 확전(擴戰)을 각오해야 하는데, 핵을 가진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핵을 보유한 나라는 전략적 옵션이 대폭 증가한다. 핵은 쓰는 무기가 아니다. 핵은 쓸지도 모른다고 협박하기 위해 가지는 무기다. 쓰겠다고 협박하는 것만으로도 게릴라 전, 소규모 정규전 등 각종 분쟁 상황에서 핵보유국은 압도적인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이 상황을 백분이용, 결국 자신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을 이루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Q. 주변국들은 왜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이 저마다 다른가?
이 세상 모든 나라들이 다른 나라의 행동에 대해 똑같이 반응 하는 것은 아니다. 태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했다고 우리나라가 놀라지 않는다.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운 경우에도 그런 경우가 많다. 미국이 항공모함을 몇 척 더 만든다고 캐나다가 놀라지 않고 멕시코가 반응 하지도 않는다. 다른 나라의 무서운 무기에 반응 하는 나라는 적대관계, 적어도 라이벌 관계(rivalry)에 있는 나라여야 한다. 북한 핵에 대해 중국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일본과 미국은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 적대감, 라이벌 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이 누구를 위협하기 위한 목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핵을 만들었다 하라도 북한 핵은 북한을 '적’ 혹은 '라이벌’로 생각하는 주변국의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1994년 당시 미국은 북한을 미국에 대한 전략적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제 공산주의가 다 무너진 마당에 북한이라는 소국이 미국의 이익에 위태로운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9.11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핵 및 대량파괴무기에 의한 테러 위협에 전전 긍긍하는 미국은 북한을 갑자기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보게 되었다. 테러리즘의 맥락에서 북한 핵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이유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이 테러리즘에 사용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북한 핵을 사활적인 문제로 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9.11 이전 미국은 북한이 핵을 한두 발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미국은 북한 핵을 "동결(freeze)" 시킴으로써 북한 문제를 “해결” 했다고 생각했다. 당시 문제는 “핵확산” 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이 번민하는 문제는 “핵 테러리즘”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단 한발의 핵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Q.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해결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미국은 이 세상 모든 나라의 핵무기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미국이 문제 삼는 핵은 테러리스트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는 핵이다. 미국은 후세인 통치하의 이라크와 현재의 이란 및 북한 정권이 핵을 개발한다면 그 핵폭탄은 테러리스트들에게 건네 질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한 핵폭탄 이라 간주한다. 미국이 말하는 핵문제 해결이란 이 나라들이 보유한 핵무기도 다는 나라의 핵(예로서 영국, 프랑스, 심지어 파키스탄이 가지고 있는 핵)과 같은 상태가 되든지, 아니면 빼앗아 버리던지 둘 중 하나로 가능하다. 전자의 방법은 북한을 핵을 가지고 있어도 위험하지 않은 나라로 바꾸는 것이고 후자는 핵을 빼앗는 것이다. 미국은 이 나라들의 정권을 민주정권(최소한 반미정권이 아닌 정권)으로 바꾸는 것을 문제 해결을 위한 더욱 확실한 방법, 그리고 오히려 더 쉬운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Q. 결국 미국 때문에 북한은 핵 실험을 한 것 아닌가?
한국 사람들은 미국 때문에 북한이 핵을 만들고, 실험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시 때문에 북한은 핵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북한이 핵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부시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 이었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것이 1950년대 중반부터니까 말이다.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마저 사회주의를 포기한 무렵인 1980년대 후반 북한은 “이제 믿을 것이라고는 핵무기 밖에 없다” 고 말하며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990년대 초반 북한의 핵을 미국의 패권에 대한 작은 도전으로 생각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 핵을 “동결” 하고 그 댓가로 북한에게 당근을 제공 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화당 인사들은 그들이 재야에 있던 1990년대 말엽 클린턴 행정부에게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 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종용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완전 포기 했다고 증명해 줄 수는 없다고 대답했었다. 현 부시 행정부를 주도하는 인사들은 정권을 잡는 경우 북한 핵문제를 다시 제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2001년 1월 공화당 정권을 수립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다가 2001년 9.11이 발발했고, 그 후 약 1년 후인 2002년 10월 3일 북한을 방문한 미국 특사 제임스 켈리는 북한이 핵을(이번에는 우라늄을 통한)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임스 켈리가 확인한 사실은 지금부터 꼭 4년 전인 2002년 10월 17일 세상에 공표 되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가 악화 일로의 과정에 있었고 드디어 북한은 핵실험 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의 온 과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북한 핵을 그냥 놔두는 것은 전쟁을 하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 라고 주장한 미국 전문가들이 한둘이 아니다. 앞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 전개 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행정부가 아니라 클린턴 행정부가 현재 미국 정부라 해도, 혹은 지난 선거에서 케리가 당선 되었다 해도 북한 핵문제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Q.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오늘날 국제정치의 현실은 미국 패권 시대라는 사실을 북한정권은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제기한 나라도 미국이고 어느 날 북한 핵문제가 “해결” 되었다고 최종적으로 선언할 나라도 미국이다. 다른 나라들이 보기에 해결 되었는데 미국이 해결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북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거꾸로 다른 나라들이 보기에 북한 핵문제가 해결 된 것 같지 않은데 미국이 “해결되었다”고 선언 한다면 그때 북한 문제는 해결 된 것이다.
북한이 미국 패권시대라는 이 냉엄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담판하는 것이 가장 빠른, 그리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정권이 모르고 있는 문제는 그 동안 북한이 보인 행동은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거의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아무하고나 안보를 위한 협상을 하지는 않는다. 냉전 당시 미국은 반공 정부인 한, 그들이 독재국가 일지라도 독재를 눈감아 주었고 지원했다. 소련과 싸우는 일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 홀로 초강대국인 이 시대에 미국은 이상주의적 신념과 파워 폴리틱스(power politics)를 병행 하고 있다.
Q. 왜 북한의 핵에 대해 심각함을 느끼지 않는 중국도 국제 제재에 참여한 것인가?
국제정치는 진공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만약 북한의 핵을 방치하고 두둔한다면(중국이 늘 말하는 시급한 눈앞의 이득인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중국은 곧 핵 무장한 일본 혹은 핵 무장한 대만 문제에 당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핵무장한 대만, 핵무장 한 일본은 중국에게는 악몽일 것이다. 중국이 마지못해서, 강도를 낮추어 가며, 제재에 동참 했지만 중국 역시 북한 핵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궁극적인 이유다.
Q. 현재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북한이 핵을 완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문제의 해결과정이 평화 통일로 연계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 문제의 해결이 한반도 북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상황에서 종결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초래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기여한 중국은 그 반대급부를 확실하게 챙기려 할 것이다. 이 같은 경우를 피하는 방안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는 북한 문제의 해결이 우리에게 아주 불리한 상황으로 귀결됨을 막는 결정적인 방안이다. 미국은 한국이 계속 협조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게 북한 문제 해결을 크게 의존할 것이며 그 이득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 가져 갈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때 우리는 통일의 이야기를 꺼내기 조차 어려워 질런지 모른다.
이춘근 /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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