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폭탄테러 사건과 반 테러 전쟁

이춘근 / 2005-07-11 / 조회: 6,661

1. 들어가는 말


지난 7월 7일 런던 시내 지하철에서 동시 다발적 폭발 테러 사건이 발생 했다. 2012년 올림픽 경기의 개최지로 확정된 런던 시민들 수 만 명이 트라팔가 광장에서 올림픽 개최의 기쁨을 축하한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또한 테러가 발생할 당시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는 세계 선진 8개국의 정상 회담, 즉 G-8 정상 회담이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테러 역시 고전적인 의미의 정치적 테러가 아니라, 미운 상대방을 가능한 한 대량으로 살상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노린 복수(復讐)와 미움의 테러리즘 이었다.


고전적 의미의 정치적 테러리즘이란 대량 인명 살상과는 관계가 없다. 고전적 테러공격의 경우 상대방을 공포로 몰아넣기 위한 (terrorize) 잔인한 인명 피해가 수반되기는 하지만 인명 피해의 정도는 미약했다. 휠체어를 탄 늙은 여인을 유람선에서 바다로 밀어 넣는 등 잔인한 테러 행위를 자행 했지만 피해를 당한 사람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테러리스트들은 자기들의 실체와 자신들이 테러 행위를 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와 요구사항을 분명하게 밝혔다.


런던에서 발발한 폭탄 테러사건은 테러발발 4일 째인 7월 11일 현재 테러리즘을 행한 당사자를 체포하지도 못했고, 누가 테러를 했는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폭탄의 폭발 양식 및 인명 피해의 정확한 규모도 파악 하지 못한 상황이다. 테러리즘 발생 2일 후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이 테러를 주동 했으며, 테러의 원인은 영국이 미국과 더불어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에 적극 개입 했다는 사실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추상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단체(유럽에 근거를 두고 있는 알 카에다 조직)가 나오기는 했다.


7월 7일 런던의 테러사건은 사망자 최소 50인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단 한명의 사체도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폭발 이었다. 부상자는 1,000명 이상으로 2차대전시 독일의 공격 이후 60년 만에 런던 시민이 처음 당하게 된 최악의 사태라고 간주되고 있다. 2차 대전 종전 60주년 기념행사를 치루기 직전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당한 영국은 종전 기념식을 예정대로 치루고, 테러에 대해 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 했다. 영국의 주요 신문들은 「Can't Live with Fear」(두려워하며 살 수는 없다) 「A Nation Defiant!」(테러위협을 거부하는 나라!) 등의 머리기사를 통해 영국인들이 테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다른 테러 정보가 입수되자 영국 제 2 의 대도시인 버밍햄 시는 시민 2만 명을 대피 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이다. 이태리에서는 런던 테러 직후 2일간 무려 140명 이상 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하는 등 유럽 각국들은 모두 테러에 대한 경계를 일층 강화 하고 있다. G8 정상 회담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강화 한다고 선언 했고, UN 도 테러범들을 규탄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 했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도 일제히 이번 테러를 비판 했다.


2. 알 카에다 및 현대 테러리즘의 특징


테러리스트, 혹은 테러리즘은 약자들이 최후 수단으로 택하는 저항의 수단이었다. 그래서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학자 혹은 전문가들 사이에는 One Man's Terrorist is Another Man's Freedom Fighter (한 사람에게 있어 테러리스트는 다른 사람에게는 자유의 투사)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테러리스트가 자유의 투사로 인식 될 수 있을 정도로 테러의 목적은 정치적인 것 이었고 그들의 행위는 정치적 수단으로 인정되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의 투사와 테러리스트를 구분하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자유의 투사는 어린이, 노약자를 비롯한 무방비 상태의 시민을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당시 프랑스의 저항군(레지스땅스)은 프랑스에 주둔한 독일군의 가족(아이들이나 부인)들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그들이 자유의 투사라는 명예를 유지하고 있으며 안중근, 윤봉길은 정확한 정치적 표적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의사(義士, Freedom Fighter)로서 존경 받는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중동을 중심으로 급격히 번져나간 테러리즘은 정치적 목적도 불투명하고 테러의 방법도 더 이상 자유의 투사답지 못한 것으로 변질 되었다. 버스를 타고 등교하던 어린 학생들, 장을 보는 아낙네들, 디스코텍에서 춤을 추고 있는 젊은이들, 아침에 출근하여 막 일을 시작하려는 죄 없는 시민들, 지하철을 타고 출근중인 시민 등 표적의 선정에 차별성이 없게 되었다.


과거 전통적 테러리스트들은 비록 잔인한 폭력을 행사 하기는 했지만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함 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뿐 아니라 도덕적 정당성도 얻으려 노력 했다. 그러나 최근 테러리즘은 분노와 미움을 표출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가급적이면 더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자 하며 정치적 목적도 불분명하다. 그레함 앨리슨(Graham Allison) 교수가 지난 해 여름 발간한 책 「핵 테러리즘(Nuclear Terrorism)」에 의하면 알 카에다는 미국인 400만 명을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요구사항은 너무 크고 추상적인 것 들이라 과연 그들이 진짜 그 목표를 원하는지 조차 알 수 없으며, 그들의 요구사항은 들어 주려 해도 들어 줄 수 없는 것 들이 대부분이다.


현대판 테러리즘을 대표하는 조직인 알 카에다는 그 목적이 현 아랍국가의 정부를 붕괴 시키고 원리주의적인 이슬람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알 카에다란 말은 아랍어로 “기지”(base)를 의미한다. 그들이 미국을 미워하는 이유는 미국이 서방(the West) 과 이교도(기독교, 카톨릭교)를 대표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국이 자신들의 조국을 '더럽혔다’고 말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테러 행위를 미국을 응징하는 것이라며 정당화 한다.


최근 베니딕트 14세의 교황 즉위 이후 알 카에다 의 한 멤버는 상부에서 명령만 내리면 자신은 교황청이던 백악관이던 어떤 곳이라도 공격하겠다고 선언 했다.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Abu Hafs al Masri Brigade) 이라는 테러조직은 이번 런던에 대한 테러리즘을 “이교도들의 수도를 하나씩 폭파 시키겠다”는 그들의 계획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3. 반 테러전쟁의 진행과 성과


2001년 9월 11일의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테러리즘은 미국 및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국가 안보 정책에서 우선순위 상 하위에 속하는 것이었다. 테러 공격이 성공적이지도 못했고, 그 피해 규모도 상대적으로 경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로서 1993년 2월 26일 뉴욕의 무역 센터에 대한 폭발물 테러는 7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지만 즉각적인 반 테러 전쟁을 유발하지는 않았다. 1994년 알 카에다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암살 및 12대의 여객기를 동시에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적어도 9.11 이전 까지 테러에 대한 대응을 전쟁 이라고 생각한 서방측 지도자는 하나도 없었다. 테러리즘이란 변호사, 경찰 및 비정상적인 인간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문제였지 정치가, 군인들이 대응할 문제는 아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테러 조직은 1996년부터 1998년 사이 5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미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바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집단이 미국에 선전 포고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우습게 생각, 대응하지 않았고 실제로 대규모의 테러 공격이 자행 되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것은 9.11 이었다. 9.11이 야기된 후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즘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미국 국방정책의 최우선 과제로서 반 테러전쟁을 전개해 오고 있는 것이다. 9.11 이후 미국과 서방측의 전략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테러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서방측은 테러전쟁에서 패하고 있다’ 고 주장한다. 사실 9.11 이후 알 카에다 에 의한 테러는 202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발리의 폭파사건(2002년 5월8일), 191명이나 사망한 마드리드폭발사건(2004년 3월 11일) 등 십 여 차례에 이른다.


그러나 이슬람 테러리즘이 성공하는 반면 서방진영의 반 테러 전쟁은 실패한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테러리스트들이 세운 100회의 공격 계획 중 99번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지만 1번 실패함으로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경우 반 테러 전쟁을 실패라고 말해야 할까? 서방측을 비판하는 자는 실패라고 말할 것이며 요즈음 세간의 평도 그렇다.


7월 7일 발발한 폭탄 테러도 사실은 5회 이상 테러 계획을 사전에 탐지, 공격을 좌절 시키는데 성공 한 후 발발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의 공격을 막으려는 싸움은 결과로 판단되기 때문에 방어자측이 결정적으로 불리한 게임일 수밖에 없다. 물론 테러리스트들과 똑같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보복하는 방법을 쓴다면 테러리즘을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적어도 선진 문명국에 있어서 대안으로 고려될 수 없는 것이다. 그 대신 테러리즘의 주요 표적인 교황 베네딕트 14세는 런던 테러 직후, 테러리스트들의 마음도 어루만져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 했다.


비록 테러리즘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테러를 통제(control)하는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9.11 이후 오 사마 빈 라덴은 사실 칩거 상태에 있으며 알 카에다의 고위급 간부 중 2/3는 사살 되거나 체포당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들과 테러리즘을 지원할 개연성이 높은 정권을 테러 전쟁의 표적으로 삼아 전쟁을 수행 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미국의 반 테러전쟁의 표적이 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제테러리즘과 북한의 연관성 때문이다. 미국은 알 카에다에게 팔려 나갈지도 모를 북한의 핵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테러는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테러공격의 일부는 성공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완벽한 방위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테러리즘의 표적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나라들의 국민이 아니라 저들이 서방(West) 혹은 이교도(Infidels) 로 간주하는 모든 나라의 시민들일 것이다. 또한 저들은 테러를 방지하는데 소홀한 나라들을 주된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9.11 이후 적어도 현재 까지 미국은 자신을 향한 대규모 테러공격 음모를 100%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9.11 이후 테러 공격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만 성공할 수 있었다.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닌 우리나라도 테러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춘근 /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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