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분양받아 1년 내 파는 경우 양도세 80%를 부과하는 초강력 카드를 여당이 뽑아들었다.
이 법안은 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를 경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제출한 것이나 여당안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조세체계에서 세율 80%는 아마 전 세계에서 최고일 것이며 취득세, 매매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이익의 100%를 뺏겠다는 극단적인 세율이다.
이런 극단적인 세율은 한국이 정책에 실패한 것을 반증한 것으로 전 세계에 부끄러운 기록이 될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취득세를 싱가포르처럼 10~15%로 해보라는 말을 했으므로 앞으로 그 정책도 나올 모양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종부세 대폭 상향 조정을 7월 국회에서 끝내겠다고 결심했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세금 장치를 동원하면 문 대통령 말마따나 취임 초 수준으로, 즉 서울 52%가 오른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떨어질 것인가.
시장의 반응은 무엇일까. "현재의 부동산팀은 신뢰를 상실했다"는 딱 한마디다.
양치기소년도 스물한 번이나 기짓말한 적은 없다. 그러므로 시장이 안 믿는 것을 원망해선 안 된다.
역사적으로 세금으로 부동산 정책에 성공한 선례가 없다.
부동산 세금으로 치면 영국이 GDP 대비 3.28%로 세계 1등이지만 부동산 가격상승률 또한 세계 최고였다.
자유를 총칼로 억누를 수 없듯 가격을 세금으로 잡으려는 것은 천하의 바보짓임이 입증된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올 1월 16일자에 세계 각국의 부동산정책을 비교하면서 "오로지 공급만이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통계치로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이 이론을 서울 집값에 도입하면 주택보급률은 대체로 110%쯤 돼야 집값 안정에 정상이다. 그런데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에 약간 못 미친다.
서울 주택 수가 290만호이므로 정상 수준이 되려면 40만6000호가 더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현 정부 초기부터 시장이 불안불안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공급을 늘리라고 충고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수현 정책실장, 그리고 서울시장 박원순 등은 "주택물량은 충분하다.공급이 능사는 아니다"고 계속 고집을 피웠다.
이 세상에 수요공급의 법칙을 이길 힘은 없다. 현 정책팀은 집 공급을 막는 짓만 골라가면서 21번이나 정책이라고 내놨다. 그것이 집값을 잡을 거라고 국민을 속였다.
양치기소년도 거짓말을 스물한 번이나 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발굴해서라도 공급물량을 늘리라"며 김현미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공급'을 강조한 게 처음이다.
대통령의 지시 후에도 아직까지는 세금 강화 타령뿐이다. 양도세로 80%를 뺏고 종부세율은 4%까지 올릴 모양인데 집값이 안 오르면 25년 만에 집을 국가가 뺏어가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보유세는 1%밖에 안 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인간에게 목숨만큼 중요한 것은 재산이다.
리처드 파이프스는 '소유와 자유'라는 고전 반열에 오른 명저에서 러시아가 오늘날까지 푸틴의 독재를 은근히 즐기고 2036년까지 초장기 집권이 가능하게 개헌을 해준 것은 사유재산을 해본 경험이 일천해서라는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자유가 불안하다. 재산을 소유해본 역사가 짧아서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가계자산 구성의 70~80%는 부동산이므로 국민에겐 남북관계보다 부동산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
수도권 인구가 얼마 전 남한 인구의 50%를 초과했다는 기록이 발표됐고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출퇴근, 학교 교육여건 문제로 시달린다.
집값 폭등으로 서울서 살다가 경기도로 밀려난 서민들의 애환을 부동산기사의 댓글에서 보면 처연하다.
문 대통령이 개각하는 걸 보면 남북관계 책임자들에만 신경을 쓰고 서민들의 애환에는 무신경해 보인다.
엊그제 개각을 하면서도 통일일꾼들만 북한 김정은이 호감을 살 만한 인물들을 발탁하고 지난 3년간 부동산정책에 실패해온 국토부나 기재부 쪽은 손도 대지 않았다. 3040세대는 분노하여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시장은 현 부동산 팀을 믿지 않으니 22번째 대책도 안 믿으려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평가하면 부동산정책을 실패에 이르게 한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매점매석을 보장한 임대제도와 부동산매매법인을 키운 것으로 지목된다.
이 정책의 담당자가 문재인 청와대 1기의 김수현 정책실장이었다. 그는 노무현 청와대에서도 이 업무를 담당하며 대패를 해본 경험이 축적돼 있었다고 믿었다.
그가 지휘봉을 잡아 임대주택등록제도라는 것을 도입하면서"부동산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김현미도 당연 맞장구쳤다.
임대업자는 26만명에서 52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약 160만채를 소유하면서 재산세 75% 감면, 임대소득세 60%, 종부세 완전 비과세 혜택을 부여했다. 양도차익은 70~100% 면제다.
이 정도면 김수현이 누구와 짜지 않고는 이런 짓을 했는지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왜 이런 부동산에 불을 지르는 정책을 태연히 폈을까?
첫째는 현실경제를 해보지 않는 사회주의적 이념자가 머릿속 상상을 국가정책으로 바로 연결시킨 어리석음이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입안할 때 항상 시장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 때 현장 사람들을 불러 의견을 반영하니 부자들 좋은 일만 시켰다"며 전문가 의견 청취를 일절 금기시하고 있다.
이번에 최종판 정책을 만들면서도 비전문가인 이념파 국회의원들이 보복성 세금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둘째는 재산가를 적대시하는 질투의 경제학으로 풀려고 한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강남 재건축 고도제한을 49층에서 35층으로 낮추고, 재건축 자체를 불허해 강남이 공급 부족으로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 역시 특정 세력과 결탁하지 않았다면 어리석음을 고백한 셈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역사에서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성공한 정부는 없었다.
런던 부동산은 천정부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1980년대 가격 그대로인 게 이를 증명한다.
22번째 최후의 대책이 성공하려면 세금이 아닌 공급, 그것도 강남 그린벨트 해제에 의한 대량 공급이 아니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위에서 분석한 대로 서울에서 40만호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여당 국회의원 몇 명이 강남 아파트를 처분하는 쇼(show)는 그냥 쇼일 뿐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박원순이 꼭 막고 있는데 김현미가 그냥 직권해제를 저질렀으면 그만일 문제였다.
문 대통령이 박원순 시장을 청와대로 불러 "그린벨트 내놓으시오"라고 호통을 쳤더라면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시민단체 눈치를 보는지 그렇게 안 해왔다. 그 많은 국무회의나 청와대수석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부동산 안정에 대해 몇 번이나 강조했는지 내 기억엔 별로 없다.
민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인 부동산 문제에 북한 문제의 반, 반에 반도 정성을 쏟지 않은 것으로 국민은 생각할 것이다.
노무현정부 하면 부동산 실패가 하나의 브랜드가 돼 있다. 문재인정부도 그 딱지가 붙지 않도록 노력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몇 달 안 남았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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