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진국이 됐나? 환율로 본 한국 경제의 위상

김정호 / 2020-06-16 / 조회: 8,824


김정호_2020-16.pdf

동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3sxOwPJsUf4&t=131s


요즈음 알게 모르게 선진국이 되었다는 느낌에 취해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을 도입할 때가 됐다는 주장 같은 것은 그런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코로나에 잘 대응했다는 것은 다른 선진국들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방역시스템 하나만으로 선진국이 되지는 않습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여러 가지를 갖춰야 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돈의 위상입니다. 선진국의 돈은 대개 안전자산입니다. 한국 돈은 과연 안전자산일까요, 아니면 아직도 위험자산일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꼼꼼히 따져 보려고 합니다.


오늘 보여드릴 자료는 5개국의 주가와 4개국의 환율, 그리고 금값입니다. 살펴 볼 기간은 6월 8일부터 13일까지입니다. 이 기간이 흥미로운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 심리가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그것을 말해 줍니다. 이것은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인데요.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입니다. 3월 20일경부터 상승을 계속하던 주가가 6월 8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 2차 유행의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12일에 다시 약한 반등으로 돌아섰습니다.



주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진국인 일본의 니케이225지수, 선진국이 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한 한국의 코스피지수, 신흥국인 태국의 SET지수, 또 다른 신흥국인 멕시코의 지수 모두 8~9일부터 하락하다가 12일 무렵에 약한 반등세로 돌아섰습니다. 시기가 약간씩 다른 것은 시차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가지수들은 투자자들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를 반영합니다. 8~9일부터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 심리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아 치우기 시작했고 주가도 떨어졌습니다. 주식은 안전자산이 아니라 위험자산입니다. 12일부터 주가가 반등한 것은 어느 정도 위험 심리가 줄었거나 또는 주가가 위험을 반영해서 충분히 떨어졌다고 느꼈음을 말해 줍니다.


여기서 안전자산, 위험자산의 개념을 정리하고 넘어가죠. 위험이 커졌을 때 수요가 늘면 안전자산입니다. 수요가 느니까 대부분 값도 오릅니다. 위험자산은 그 반대입니다. 위험이 커지면 수요가 줄어듭니다. 값도 대부분 낮아집니다. 대부분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자산의 공급 측면을 따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죠.



이제 이 같은 주식시장 상황, 위험 심리의 변화가 통화 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의 원화가 선진국답게 안전자산이 되었는지, 아니면 아직 위험자산에 머물러 있는지를 알아 보려는 겁니다. 이 그래프가 9일부터 13일까지의 원화의 환율 변화인데요. 모양이 복합해서 잘 판단이 안되시죠? 비교의 대상이 있으면 판단이 쉬워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표적 안전자산, 대표적 위험자산의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알아보고 그것과 원화 환율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안전자산으로는 일본 엔화와 금을 보았고. 위험자산의 사례로는 멕시코 페소화를 살펴 봤습니다.


이 그래프는 6월 8일 이후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의 환율을 보여줍니다. 6월 8일 달러당 108.43이던 환율이 계속 떨어져서 11일에는 106.89로 마감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2일부터는 반등을 해서 107.50 수준이 되었습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엔화 환율도 떨어지고 주가가 반등하니까 엔화 환율도 반등했습니다.



그런데 환율과 통화의 가치는 반대입니다. 엔화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미국 달러에 대한 엔화의 가치가 올랐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위험이 증가한 8일 이후 엔화의 가치는 계속 올랐습니다. 반면 위험이 해소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한 12일 이후에는 환율이 올랐는데 이는 엔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입니다. 위험할 때 가치가 오르고 위험이 가시면서 가치가 떨어진 것, 그것이 바로 안전자산의 속성입니다. 일본 엔화는 전형적인 안전자산입니다.


금값도 엔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미국 금선물 시장에서의 온스당 금 가격인데요. 6월 8일 종가가 1705.1달러였는데 계속 올라서 11일에 1739.8달러가 됩니다. 12일부터 약간 떨어져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엔화처럼 금도 위험이 증가하자 값이 오르고 위험이 해소되자 상승을 멈췄습니다. 금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입니다.



이제 위험자산의 움직임을 볼까요? 멕시코의 페소화인데요. 6월 8일 종가가 달러당 21.50이었는데요. 주가가 하락하면서 환율이 치솟아서 6월 11일은 22.78로 마쳤습니다. 12일 주가가 오르면서 하락으로 돌아서서 12일은 22.26으로 마감했습니다. 즉, 페소화 환율은 위험이 증가하면 오르고 위험이 감소하면 떨어졌습니다. 가치는 그 반대죠. 즉, 페소화는 위험할 때 가치가 떨어지고 안전할 때 가치가 오릅니다. 일본 엔화나 금과는 반대로 멕시코의 페소와는 위험자산입니다.



한국 원화는 어떨까요? 환율 그래프로 다시 돌아가보죠. 엔화나 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른 9일부터 12일 기간을 보죠. 원화는 9일에 보합세를 보이다가 10일에 환율이 떨어집니다. 즉, 10일까지는 가치가 높아진 겁니다. 그런데 11일부터 환율이 오릅니다. 즉 가치가 떨어집니다. 12일부터 가치가 떨어진 엔화 및 금과 다른 움직임입니다. 즉, 10일과 12일은 안전자산과 같은 패턴인데 9일은 중립적이고 11일은 오히려 위험자산처럼 움직였습니다. 한국의 원화는 안전자산의 속성과 위험자산의 속성이 섞여 있습니다.



우리의 원화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 돈은 태국의 바트화입니다. 원화 환율이 떨어질 때 바트화도 떨어지고 원화가 오를 때 바트화도 올랐습니다. 종합해보면, 한국 원화는 멕시코 페소처럼 위험자산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 엔화나 금 정도로 안전자산도 아닙니다. 태국 바트화와 비슷하게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성격이 섞여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방역의 성과는 좋습니다만 그것과 경제는 별개입니다. 경제가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원화가 아직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것은 경제 전체가 온전히 선진국이 되지 못했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방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빚내서 돈 쓰는 것 자제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그런다고 우리도 그 흉내를 내다가는 돈 가치가 떨어져서 언제 외환위기가 닥칠지 모릅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6.14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나? 5개국 주가, 환율, 금값 비교>의 텍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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