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보기▶ https://youtu.be/GNUjIc37X9o
오늘은 물가 이야기입니다. 미국 물가가 올랐다고 세상이 떠들썩 합니다.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 하락으로 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주가 하락에 있을 겁니다. 구매력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나타나지만 주가하락은 당장 느껴지니까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CPI 4.2% 상승 소식이 나오자 이미 며칠에 걸쳐 주가가 추락했습니다. 그 여파는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오늘은 물가가 오르면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은 어떻게 되는 건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미국 물가 상황이 어떤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4.2%가 올라서 세상을 놀라게 한 수치는 CPI라는 것인데요. Consumer Price Index, 즉 소비자 물가지수입니다. 평균적인 도시인이 살아가면서 소비하는 품목들의 가격을 조사한 수치입니다. 4.2%는 전년 동기 대비의 상승률이며,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블룸버그가 경제전문가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던 예상치를 두배나 뛰어 넘었습니다.1
CPI와 함께 Core CPI라는 수치도 같이 논의할 때가 많습니다. Core란 핵심을 뜻하지요. Core CPI는 CPI 조사 품목 중에서 유가와 식료품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제외하는 이유는 이 품목들의 가격 등락이 너무 심해서 물가 상황을 왜곡해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ore CPI가 오르면 물가가 진짜 오르는 거라고 받아들여도 되는 거죠. 4월에 Core CPI는 3.0% 올랐는데요. 이것은 1995년 12월 3.0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입니다.
물가가 오른 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수요의 회복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미국인들이 늘었습니다. 특히 여행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습니다. 실제로 CPI 증가에 가장 크게 작용한 항목은 중고차 가격, 항공요금, 호텔 요금의 상승입니다.2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둘째는 기저효과 때문입니다. 기저효과란 비교의 대상이 되는 숫자가 작아져서 현재의 숫자가 커 보이는 효과를 말합니다. 이번 4월의 4.2% 상승은 작년 4월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 4월과 5월은 물가가 매우 낮은 시기였습니다. 작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소비가 얼어 붙었고 소비자 물가도 오를 여지가 없었습니다. 4월과 5월은 절정이었죠. 그 덕분에 이번 4월의 CPI가 유난히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효과는 5월에도 또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미국 연준은 일시적 현상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2%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바람직하며 아직 그 정도도 도달하지 않았다는 생각인 듯합니다. 기준 금리도 인상할 계획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 물가연동국채에 반영된 기대 인플레이션율인데요. 물가가 오른 만큼 실질수익률을 보전해주는 채권입니다. 여기에 반영된 기대 인플레이션율, 즉 예상 물가상승률은 2020년 3월 19일 0.5%로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해서 2021년 5월 13일 2.51%입니다. 투자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물가가 매년 평균 2.51% 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 수치는 계속 높아져왔습니다.
금리도 그렇습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이후 줄곧 0.25%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이것을 올릴 계획이 없으니 믿어 달라고 투자자들을 설득합니다. 하지만 기준금리와는 달리 시장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지표가 미국 국채 수익률인데요. 국채 구매자가 실질적으로 얻는 금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20년 8월 4일 0.52%로 최저점을 찍은 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5월 14일 현재 1.64%입니다. 작년 8월 최저점에 비해 3배가 오른 것이죠. 연준의 기준금리는 묶여 있지만 시장금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오르고 있었던 겁니다.
미국 연준과 투자자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 줄다리기에서 누가 승리하게 될까요? 저는 투자자들이 이길 것으로 봅니다. 그 때가 언제일지 정확히 맞출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인플레이션은 기정 사실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을 팔고 무엇을 살지를 정해야 하겠지요. 그러자면 중요 자산들의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를 내다봐야 할 텐데, 그것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죠.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어땠는지를 알아보고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마침 최근에 '인플레이션 시기 최선의 전략’이라는 논문이 헨리 네빌 등 5명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발표가 되었습니다.3 1926년부터 미국, 영국, 일본의 인플레이션 시기에 다양한 투자 대상들의 투자 수익률이 어떠했는지를 분석한 논문입니다. 내용이 복잡하지만 마침 그 핵심 내용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길래 여기에 인용합니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것은 석유, 구리, 곡물 같은 원자재에 대한 투자입니다. 인플레이션 시기의 수익률은 연평균 14%에 달합니다. 평시의 수익률 1%에 비해서 굉장히 높습니다. 우리가 투자한다면 펀드나 선물 같은 형태로 해야겠지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금도 인플레이션 때 수익이 높습니다. 평시에는 수익률이 -1%인데 인플레 시기에는 13%입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금투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를 벗어나면서 생겨나는 현상입니다. 금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책이면서 동시에 코로나19 같은 위험요인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금가격에 상승 압박을 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19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은 금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하지요. 2021년 5월 14일 미국 선물시장에서의 금가격이 온스당 1,840달러 선이고 전반적으로 상승세에 있습니다만 상승압력과 하락압력 중 어느 쪽 힘이 더 클지는 여러분이 직접 가늠하시길 바랍니다.
주식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입니다. 비인플레이션 시기의 평균 수익률 10%과 매우 대조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는 것은 경제의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이고 그것이 기업의 실적을 통해서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주식 투자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더 가려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온건한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상황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요.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2% 물가상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온건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주가가 더 높아질 수 있죠.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해치고 물건 사재기를 하는 등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빠지면 주가도 낮아질 겁니다. 위 그래프의 사례에는 그런 상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미국 CPI 상승 소식에 주가가 떨어진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거라고 예상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방금 설명해 드렸듯이 인플레이션 때에는 주식투자 수익률이 낮았다는 과거의 경험과 정보 역시 상당히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듯이 그것이 정상화되어 가는 앞으로의 몇 년 동안도 경제의 격랑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신껏 잘 대비하셔서 소중한 재산을 잘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 https://www.bloomberg.com/markets/fixed-income?sref=9fHdl3GV
3 Neville, Henry et al, The Best Strategies for Inflationary Times (April 28, 2021).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3813202 or http://dx.doi.org/10.2139/ssrn.3813202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68 | 중국 공산당, 기업 장악을 위해 미국 돈도 버리다! 디디추싱 사태를 보는 시각 김정호 / 2021-07-20 |
|||
67 | 수소경제, 신의 한 수 또는 악수? 김정호 / 2021-07-13 |
|||
66 | 신안 해상풍력발전 투자 48조 원, 어떻게 볼 것인가? 김정호 / 2021-07-06 |
|||
65 | 중국 고립은 심화되는데, 위안화는 왜 강세인가? 김정호 / 2021-06-29 |
|||
64 | 글로벌 최저한세, 증세 경쟁의 시작인가? 김정호 / 2021-06-22 |
|||
63 | 엘살바도르는 왜 비트코인에 승부를 걸었나? 김정호 / 2021-06-15 |
|||
62 |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배터리 산업, 괜찮을까? 김정호 / 2021-06-08 |
|||
61 | 탈원전으로 위험 고조되는 한국 전기 사정 김정호 / 2021-05-25 |
|||
▶ | 이미 시작된 인플레이션, 내 투자는 어쩌나? 김정호 / 2021-05-18 |
|||
59 | 에너지 혁명: 과거, 현재, 미래 김정호 / 2021-05-11 |
|||
58 | 이건희 상속세 한국은 12조, 영국은 4조, 스웨덴은 0원 김정호 / 2021-05-04 |
|||
57 | 전문경영의 민낯: 미국형은 비정, 일본형은 무능, 한국형은 부패 김정호 / 2021-04-27 |
|||
56 | ESG 거품론, 왜 나오나? 김정호 / 2021-04-20 |
|||
55 | 오세훈의 재건축 정상화가 넘어야 할 산 김정호 / 2021-04-13 |
|||
54 | LH 대책에 대해서 김정호 / 2021-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