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재건축 정상화가 넘어야 할 산

김정호 / 2021-04-13 / 조회: 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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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 시장의 당선은 가뭄에 단비 같은 사건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영원할 것 같기만 했는데 서울 시장과 부산 시장을 야권이 되찾아 오다니 지금도 현실 같지 않습니다. 오세훈 시장, 박형준 시장, 제발 잘해서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까지 연결시키길 바랍니다.


오세훈 시장의 경우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서울시 재건축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겁니다. 민주당 낙선의 가장 큰 원인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였습니다. 오세훈 후보는 재건축 정상화를 통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재건축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확률이 높아집니다.


박원순표 도시정책의 상징은 서울역 앞 걷는 고가도로와 35층 재건축인 것 같습니다. 헌 신발 3만켤레로 슈즈트리라는 것을 설치했다가 보기 흉해서 돈만 낭비한 바로 그 고가도로입니다. 또 3주거지역 재건축은 35층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제죠. 은마아파트 같은 곳에서 50층으로 재건축을 하게 해달라며 신청서를 넣는데 박원순 시장은 35층 이상은 안된다며 계속 퇴짜를 놓아 왔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재건축에 대한 이 35층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오세훈 식 재건축이 어떤 것인지는 동부이촌동의 래미안 첼리투스 아파트가 잘 보여줍니다. 강변북로의 동작대교 부근을 지나다보면 지나치게 되는 56층짜리 검은 색의 고층 아파트 건물입니다. 원래는 한강렉스아파트였는데 철거하고 초고층 현대식 아파트로 재건축했습니다. 단지 내 토지의 30%가량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대가로 용적률도 더 받고 고층으로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오세훈 시장 재직 시절 한강 르네상스 사업 덕분에 가능했던 프로젝트였죠. 박원순이 처음 시장이 된 해가 2011년이었는데 이 아파트 착공 시점이 2011년이었습니다. 사업이 조금 더 늦어졌더라면 현재의 그 모습을 보지 못할 뻔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성수동의 트리마제 아파트입니다. 그 후로 서울에서 35층을 넘는 아파트 재건축은 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박원순 시장 시절에도 35층 규칙을 풀어달라는 요구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민주당 측 의원 중에도 도시공학박사인 정재웅 의원 같은 사람은 이 규제를 풀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옆으로 펼쳐서 저층 두 동을 짓는 것보다 고층 1개 동으로 짓는 것이 여러가지 면에서 좋다는 것이죠.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35층 규제가 헌법 같은 것이어서 풀 수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시민들의 뜻을 반영한 규제라는 거죠. 그런데 이런 규제를 헌법에 비유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규제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비민주적입니다.


이 규제는 <2030 서울플랜>이라는 이름의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들어 있는데요. 2013년 말에 완성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계획 수립을 위해 서울시 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 표에서 드러나듯이 서울시 의회로부터는 의견 청취한 것이 전부입니다. 35층 규제처럼 시민의 재산권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내용이라면 당연히 조례로 해야 하고 의회의 의결을 거치는 것이 옳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그런 내용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시민대표라는 사람들의 의견만을 들어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시민대표는 아마도 자기 진영의 운동가들이었겠죠. 35층 규제는 시민의 의견이라기보다 박원순 진영, 좌파운동권 진영의 취향일 가능성이 큽니다. 빌딩 숲 사이에서 벌을 치고, 세종문화회관 앞에다가 벼를 심어 놓은 것과 거의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이 35층 규제와 주거정비지수제라는 것으로 강남 재건축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해 버렸습니다. 같은 용적률이라면 고층일수록 동간 간격이 넓어 인근을 지나는 사람들이 개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1층에 더 많은 개방공간이 생겨나서 주거환경도 좋아집니다. 도시 환경은 핑계일 뿐이고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재건축으로 강남 사람들이 돈 버는 것을 막기 위함인 듯합니다.


일산과 동두천, 동탄 같은 위성도시에는 60층 아파트가 지어지는데 가장 땅값이 비싼 서울의 강남을 35층으로 묶었으니 박원순 전 시장은 토지의 낭비를 강요해 왔던 셈입니다. 그 때문에 고가 아파트가 잘 공급되지 못해서 기존 고가아파트들의 값만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부동산 대란의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강남의 재건축을 성공시키겠다고 공약했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빌딩 숲 속에서 벌이나 치고 벼농사나 짓겠다는 박원순 식의 정책으론 서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거지를 많이 공급할 수 있어야 집값을 낮출 수 있습니다. 신도시의 주택이 모두 중저가 위주로만 공급되는 상황에서 강남, 서초 지역 등 고급 주택들의 가격은 재건축을 통해서만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사례는 공급이 늘면 강남 집값도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했고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그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잠실 리센츠 아파트의 가격 추이를 나타냅니다. 이 아파트의 가격은 2018년 11월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는데 그해 12월 가락동 헬리오시티 9,510세대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자 잠실 리센츠의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헬리오시티의 가격이 낮은 상태로 유지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이후 문재인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서울 전지역의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이 지역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헬리오시티와 잠실리센츠의 사례는 강남의 고가 아파트들도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짐을 보여줍니다. 오세훈 시장은 주택 시장의 이 같은 원리를 다시 살려 내야 합니다.



하지만 재건축을 정상화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서울시의원들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입니다. 시의원 109명 중 민주당 소속이 101명입니다. 자기들이 의결했거나 또는 묵인해 온 정책들이 뒤집히는 것을 원치 않겠죠.


그것을 넘어선다 해도 끝이 아닙니다. 집값 상승이라는 더욱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통해서 집값이 내리는 것은 입주가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입주 전까지는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고요. 또한 기존 아파트 철거 후 주민들이 근처 어딘가에서 살 집을 찾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전세 가격도 오르곤 합니다. 입주때까지 그 몇 년 동안 값만 올려 놓았다며 반대편의 집요한 공격이 쏟아질 것입니다. 그 공격과 비난을 견디지 못하면 재건축 사업을 이어 가기도 어려울 것이고 정권 재창출 역시 쉽지 않을 듯합니다. 재건축을 통해 서울의 집값을 잡으려면 입주때까지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함을 시민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적 설득이 법적 기술적 사항들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오세훈 시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재건축 사업의 성공도 기원합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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