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선택, 미국인가 중국인가? -Economic Prosperity Network의 대두-

김정호 / 2020-05-26 / 조회: 9,908


김정호_2020-13.pdf

동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AhmmzR86MXU


안녕하세요? 오늘은 코로나 사태로 더욱 격화되고 있는 디커플링 사태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에게 고통스러운 선택이 코 앞에 닥쳐왔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미국과 중국 사이를 더욱 갈라 놓고 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두 나라의 경제가 거의 한 몸인 듯 얽혀 있었는데 미국이 중국을 떼어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커플이 되었다가 떨어진다고 해서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부릅니다.


미-중 사이의 디커플링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 부과, 중국으로의 첨단기술 이전 규제, 화웨이에 대한 제재 등이 그 내용입니다. 그러던 중에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에 엄청난 피해를 가하게 됐죠.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인, 유럽인들이 중국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디커플링, 즉 중국을 떼어내려는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마치 디커플링의 희생자인 것처럼 비쳐지지만 중국 자신도 사실 또 다른 형태의 디커플링을 오래 전부터 추구해오고 있었습니다. <중국제조 2025> 같은 국산화 프로젝트들이 그런 겁니다. 미국 기술로부터 독립하겠다, 미국 없이도 경제가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선언이었죠. 조금 어려운 말로 하자면 중국 주도의 서플라이 체인에서 미국을 배제하겠다는 속셈입니다. 다만 그것을 이룰 때까지 미국의 기술과 자본, 시장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죠. 그러다가 미국이 디커플링에 나서면서 중국의 계획에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린 겁니다.


코로나 사태는 디커플링을 미-중 사이의 관계에서 전세계가 얽힌 현상으로 키웠습니다. 이전까지는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더라도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금지하는데도 영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는 알아서 할 테니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였죠.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유럽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의 부정직하고 적반하장 격인 태도를 확인하게 되었고 이 나라들도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겠다,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디커플링은 미국을 선두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들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 국가들 사이의 대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디커플링은 전세계인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것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미국에 있던 공장을 중국으로 옮겼던 이유는 원가가 싸지기 때문이었죠. 품질도 그럭저럭 괜찮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 공장을 철수해서 본국이나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그 반대 현상을 감수해야 합니다. 원가가 올라서 판매 가격도 높아지겠죠. 판매가 줄고 이윤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전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발생할 거예요. 기업도 소비자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기업들 중에는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중국이 입는 피해는 막대할 겁니다. 미국 및 유럽 자본이 중국에서 빠져 나가면 상당한 실업자가 나올 겁니다. 중국 자체의 기업들도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죠. 2018년 중국의 GDP에 대한 수출입의 비중이 38%예요.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공장을 돌릴 수가 없어요. 내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타격이죠.


물론 중국보다는 덜 하겠지만 미국 역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미국도 수출입 비율이 28%이고 그 중 상당 부분이 중국과의 무역이죠. 중국 제품의 수입이 끊어지면 당장 물자부족과 물가 불안에 시달리게 될 수 있습니다. 애플, 테슬라 등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은 매우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과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중국 때리기에 나선 여야 정치권에 상당히 비판적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디커플링에 우호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4월 17일자 기사에서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1 중국 내 미국 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25개의 미국 대기업을 대상으로 디커플링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했는데요. 작년 10월에 조사했을 때는 66%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는데요. 2/3가 중국을 떠나기 어렵다고 답한 겁니다. 이번 3월 다시 조사해보니 44%만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답니다.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 머무르더라도 어차피 거의 망할 지경이니 중국을 떠나서 입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아졌기 때문이죠.



트럼프는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을 최대한 미국에 받아들이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그러지 않을 것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 Economic Prosperity Network, 경제번영네트워크입니다. 미국에 우호적인 나라들로 경제번영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중국을 떠난 기업들에게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이 네트워크에 속한 나라들로 가라고 권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거기서 만들어진 상품을 미국이 사주겠다, 또 그곳에 투자도 해주겠다 이런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던 세계 제조업의 서플라이 체인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고 선언입니다. 새로운 개념의 동맹인 것이죠.


경제번영네트워크로의 참가 자격이 궁금해집니다. 미 국무부의 키쓰 크라치(Keith Krach) 국장은 민주적 가치, 투명성, 법치주의, 상호이익의 추구 등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물론 미국의 리더십을 받아들인다는 거라고 밝혔습니다.2 네트워크 성격에 대해서 클리포드 메이(lifford May)라는 분이 워싱턴타임즈에 칼럼을 썼는데요. 회원국들은 아마도 미국과 서방의 적성국인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과 너무 깊이 엮이지 않을 것을 요구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3 클리포드 메이는 민주주의방위재단 회장이자 워싱턴타임즈 칼럼니스트인데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쓴 듯해 보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이와 관련해서 호주,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 베트남과 협의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4월 29일자로 보도했습니다. 한국도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이니 협의 대상에 포함된 건 당연하겠죠. 문제는 우리 자신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국익을 생각한다면 답은 자명합니다. 한국인 중에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습니다. 아산재단이 미국의 시카고 카운슬(The Chicago Council)과 공동으로 미-중 관계에 대한 한국인들의 여론을 여러 차례 조사했습니다.4 가장 최근은 2019년 7월인데 한국인 1,000명 대상으로 '미-중 갈등이 지속된다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를 물었습니다. 78%가 미국, 14%가 중국으로 답했습니다. 2014년 조사에서는 미국이 60%, 중국이 25%였는데 최근에 들어서 미국을 선택하는 비율은 늘고 중국 쪽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4·15 총선 이후 친중국 여론이 조금 늘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한국인의 다수는 중국식 공산당 권위주의보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선호할 거라고 봅니다.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미국 연합에 가입할 것이 분명한 나라들 11개국의 GDP는 44조 달러인 반면 중국 연합에 남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 12개국을 합치면 19조 달러입니다. 미국 연합의 절반도 안됩니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은 미국, 중국 가리지 않고 전세계 모두와 비즈니스를 하는 거지만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중국이 아니라 미국주도의 네트워크가 우리에게 이익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불안합니다. 아직 미국과 동맹을 파기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보다는 중국에 너무 매달리는 듯합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가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참가하지 않았고, 경제번영네트워크와 상당 부분 겹치는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도 외면했습니다. 미국과는 방위비 문제로 직접적인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포함된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는 참가했습니다. 이러다가 아예 미국과 등을 돌리고 중국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중국, 이란, 파키스탄, 북한, 이런 나라들과 같은 무리에 속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국민이 나서서 바른 길로 가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재난지원금 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이니까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5.20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미국 주도 디커플링 & 경제번영 네트워크, 한국인의 선택은?>의 텍스트입니다.



1 https://www.wsj.com/articles/pandemic-makes-u-s-china-economic-breakup-more-likely-u-s-businesses-in-china-say-11587113926 

2 https://www.youtube.com/watch?v=upV9gh8yMSY 

3 https://www.washingtontimes.com/news/2020/may/12/an-american-led-economic-prosperity-network-could-/

4 https://www.thechicagocouncil.org/publication/cooperation-and-hedging-comparing-us-and-south-korean-views-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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