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자유 제8호_노동시간 규제 해소 담긴 반도체특별법 신속 입법과 중단기 과제.pdf
1. 서론: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의제의 장 형성
미 트럼프 대통령의 민감국가 지정, 글로벌 수요 둔화, 공급망 불안, 후발국의 추격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이 다중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여야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제정하는 입법 논의를 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13일(목) 본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보류되면서 여야 간 의견 차이로 인해 장시간 표류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노동 규제 완화 여부이다. 글로벌 기술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R&D 인력의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R&D 인력의 근무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주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예외는 포함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여야 간 대립 속에 정부는 지난 3월 12일(수), 특별연장근로 인가(불가피하게 법정 연장 근로시간 초과 필요 시 근로자 동의 및 노동부 장관 인가 거쳐 주 64시간 연장근로 허용)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특례 신설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에 업계(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부의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방안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가장 최근 접수되어 소관위 심사 중인 반도체특별법안은 여당(국민의힘)의 경우, 구자근의원 대표발의(의안번호 6153, 2024.12.3.) 법안인 반면, 야당(민주당 중심)의 경우, 김종민의원 대표발의(의안번호 6794, 2024.12.20.) 법안이다. 두 법안과 정부 반도체 대책을 비교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본 이슈보고서는 이러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의제의 장이 형성된 시점에 1)글로벌 반도체시장의 현황, 2)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진단 및 과제, 3)국내외 주요국의 반도체산업 지원 정책 비교, 4)반도체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특별법 신속 처리 주문과 중단기 입법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현황
◩ 반도체산업의 현황: 한국 시장점유율 '18년 23.6% → '23년 13%, 10%p 급격한 하락
반도체란, 전자기기에서 연산, 제어, 전송, 변환, 저장 등 첨단서비스 수행 핵심부품이며, 반도체산업이란 반도체를 생산하는 제조업뿐만아닌, 후방산업인 제조 장비, 소재산업을 포함한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정보 저장 기억), 시스템반도체(정보 처리)로 구분되며 매출액 기준 시장 규모는 3:7 정도이다(김양팽, 2022).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액(조원)은 '00년 26조, ’10년 61조, '20년 159조원, ’22년 224조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시장점유율은 '00년 7%, ’10년 14%, 18년 24%를 달성해 지속적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여왔으나, 최근 '19년에 18%로 급격히 감소 및 정체를 보이다가, 급기야 ’23년 13%까지 하락하였다. 반도체 세부분야별 시장점유율은 '21년 기준 메모리/시스템 반도체는 각각 59.1%/3.0% 였다.
주요국의 반도체 매출액 및 세계시장 점유율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미국은 약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다음이 한국으로 '21년 20% 수준을 회복했으나 그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매출액은 ’21년 기준 약 1,166억달러 수준으로 미국의 약 40% 수준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삼성이 '83년 DF 자체 생산 시작 이후, 메모리반도체 중심 성장을 거듭했으며, 2013년 일본을 추월했다. 한편 대만의 경우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성장과 함께 ’20년에 시장점유율이 '21년에 8.3%로 ’18년대비 3%p가 증가하였다. 동일기간 우리나라는 3.8%p감소하였다.
◩ 세계 AI반도체 시장의 성장 전망: '20년 153억달러 → ’27년 1,194억달러, 약 7.8배 전망
AI․IoT․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신산업이 출현해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AI반도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Gartner(미국 정보기술연구․자문회사)의 전망에 의하면, ai반도체의 시장규모는 '20년 153억달러에서 ’23년 343억 달러로 성장, '27년에는 1,194억달러로 ’20년대 대비 약 7.8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2024)은 AI프로세서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이 팹리스(반도체 직접 미생산+설계전문) 업체로 제조 기술/설비를 보유하지 않고 있기에 최첨단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는 대만의 TSMC(V파운드리기업)가 계속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최첨단 프로세서 제조 기술력 제고 및 설비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상대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3.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진단 및 과제
◩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 감소와 메모리․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 격차
한국은 주력분야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아직 경쟁우위이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18년까지 29.1%로 1위를 차지했으나, 이후 중국의 추격을 받아 2위로 밀려나 ’22년 18.9%까지 하락하였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점유율이 약 60%로 세계 1위이지만 소폭 감소하고 있는 반면, 시스템(비메모리)의 경우 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나 한국은 3%에 불과해, 반도체 시장 전체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높지 않은 현실이다(박재영, 2022).
산업통상자원부․산업연구원(2021)의 주요국의 반도체산업 경쟁우위 평가 결과(100점 세계최고수준 가정, 전문가대상 델파이조사), 한국은 전체 71점, 메모리반도체 87점, 시스템반도체 63점으로 나왔다. 반면, 미국은 각각 96점, 91점, 99점, 중국 74점, 65점, 80점, 대만 79점, 69점 85점, 일본은 78점, 79점, 78점으로 평가됐다. 미국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였으며, 중국과 대만은 시스템반도체가 상대경쟁력이 높았다. 한국은 전형적인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최약체로 평가되어 그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우리나라 제조역량을 높이고 제조공정에서 역할과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삼일PwC경영연구원, 2024).
◩ 취약한 시스템메모리(비메모리) 생태계 및 향후 성장성 큰 AI반도체 경쟁력 취약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한 자리매김(포지셔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CPU, AP, GPU 등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반면, 가격은 중국(폭넓은 포트폴리오 기반 범용제품 경쟁력)에, 비메모리 파운드리는 대만에 글로벌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비모리생태계 구조 역시 매우 취약한데,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총액(22년 기준) 약 20조원 가운데 상위 3대 대기업(삼성전자 73.9% SK하이닉스 5.9%, LX세미콘 11.2%)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해 저변이 매우 취약하다(삼일PwC경영연구원, 2024).
시스템 반도체에 해당하면서 향후 성장성이 큰 AI반도체의 글로벌경쟁력 또한 낮게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AI반도체 관련 기업은 가전 등 온디바이스(DeepX, 텔레칩스, 삼성전자, LG전자) 부문에서 일부 제품을 상용화했으며 데이터센터(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등) 부문은 Reference 구축 및 사업의 본격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AI반도체 기술수준은 선도국인 미국 대비 80%(중국 90, 유럽 85, 일본 70), 기술격차는 2.5년으로 분석되고 있다(한국수출입은행, 2024).
◩ 반도체 전문인력 수급 부족과 핵심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 기반 취약화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사장에서 향후 10년간 약 12.7만여명의 신규 반도체 전문인력 수요를 예측했는데, 현재 직업계고와 대학(원) 등을 통한 전문인력 공급규모는 연간 약 5천여명에 그칠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관계부처 합동, 2022). 경선주(2022)는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의 원인을 '10년부터 10여년 간 지속된 정부의 반도체R&D 투자 감소와 이에 따라 취약해진 R&D생태계로 진단하고 있다. 1997년~2010년까지 약 13년 간 수행된 ’시스템집적반도체기반 기술개발사업' 이후 메모리반도체의 호황기 였던 2010년~2020년까지 약 10년 간 R&D 사업은 관련 예산을 감축하며, 전무하였다. 산학연 중장기 R&D투자도 소극적이어서 핵심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 기반이 상당히 취약해졌다.
4. 국내외 주요국의 반도체산업 지원 정책 비교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은 반도체로, 반도체야말로 첨단산업의 핵심 부품이자 안보자산으로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이다(박재영, 2022). 그래서 국내외 주요국은 자국 반도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2022년 CHIPS & Science act(반도체 및 과학법)을 제정하고 기초과학기술․진흥(2,000억달러), 반도체 생산 세액공제(240억 달러), 미국 산업생태계 지원(527억달러, 반도체 생산시설보조금 약 390억 달러), 반도체 기술R&D 약 137억달러 등 총 2,782억 달러 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구체적 반도체산업 육성방안으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와 국가첨단패키징제조프로그램 신설, 6개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신설, 반도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NSTC 예산의 30~50% 국가반도체R&D 의제 투입, 기초과학 연구 및 인력양성(유치원이전~대학원 교육 전주기 STEM 교육) 등이 담겼다.
중국은 2014년 국가 반도체 펀드 1기 조성(1,387억 위안/약 25조원), 2019년 2기 펀드(2,041억 위안/약 36조원) 조성 등 반도체 굴기 추진 본격화, 2020년 新시기 집적회로 산업 및 소프트웨어 산업 고품질 발전 촉진 정책, 국가 중점R&D 계획, 2021년 제14차 5개년 발전계획 상 반도체를 국가안보 및 발전의 핵심영역으로 규정했다. 구체적 산업 육성 방안으로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기업 세제혜택, 혁신기업 자금조달, 산학연 실무형 인재양성 및 베이징대 등 전국 주요대 반도체 학과 신설 등을 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6월,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을 발표, 2023년 5월 개정안을 발표했다. 반도체(반도체 매출액 5조엔→'30년 15조엔,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해외 반도체기업과 적극 교류), 정보처리(차세대 정보처리 기반 조성 및 생성형 AI이용․개발 지원, 고도 정보통신 인프라(디지털인프라 지방 분산 대규모 자연재해 대비, 국제적 데이터 유통거점화), 이차전지(’30년까지 이차전지 제조 능력 확충, 개발․생산 세계거점화) 등 4개 분야 계획을 담고 있다(김양팽, 2024). 이에 일본 정부는 1단계 생산거점 확보(4,500억엔), 2단계 차세대 설계기술 확보(4,850억엔), 3단계 미래 기술 연구개발 등 예산을 적극 투자하고 있다. 또한 TSMC, 마이크론 등에 총 반도체공장 설립지원금으로 2.5조엔을 투자한 바 있으며, 반도체 지원 금액을 10조엔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만은 크게 1)반도체 제조기반 강화(반도체 클러스터 확장/연계, 첨단기업 리쇼어링 촉진), 2)기술 및 핵심 장비․소재 경쟁력 강화(미래반도체기술 자주화(미래소자․전기회로․소재․제조공정 검증기술 등 R&D 지원, 산학연 산학연협력플랫폼 구축, R&D보조금 지원(연구개발 총 경비 40~50%), 제조 장비․소재 공급 현지화, 글로벌 첨단기업 유치 확대(세제․보조금 지원), 고급인재 안정적 확보(2,000명의 반도체 고급인재 양성, 400명 박사급 예비전문인력 양성 등) 등의 계획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삼일PwC경연연구원, 2024).
우리나라는 국가첨단산업특별법을 2022년 8월, 제정, 공장 신증설 규제 해소, 인프라․투자․R&D 인센티브 강화, 미국 등 공급망 협력체계 강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투자 지원 확대 및 팹리스 기업 성장 촉진, 인재양성(대학정원 확대, 반도체특화 전문대학원) 등을 담았다. 정부는 2023년 3월, 국가첨단산업육성 전략을 발표,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팹리스 기업 최대 150개 유치,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필수 인프라 구축 지원, 경쟁국 수준 규제 및 인허가 개선 등을 담았다. 또한, 2023년 4월, 조세특례제한법(K-칩스법) 통과, 국내 기업뿐만 아닌 외투기업에도 동일 적용되는 국가전략기술(반도체 등)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을 담았다. 타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의 시사점이자 한국의 부족한 점은 크게 1)첨단기업 생산시설 혹은 해외 반도체기업 공장유치 보조금 지원, 2)반도체 국가기금 조성, 3)R&D 보조금 지원, 4)교육 전 주기 기초과학/STEM 교육 지원 등으로 보인다.
5. 반도체산업특별법 신속 처리 필요성과 중단기 과제
본 이슈보고서는 최근 입법 논의 중인 1)반도체산업특별법을 둘러싼 의제의 장, 2)글로벌 반도체시장 현황과 국내 반도체산업 진단, 3)주요국의 반도체산업 지원 정책 비교 및 시사점 도출 등을 진행했다. 글로벌 기술패권과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인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글로벌기업들의 치열한 경쟁과 각국의 지원 상황을 볼 때 반도체산업특별법의 3월 이내 신속한 통과는 반드시 필요하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연구개발 분야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제조․생산․공급 분야 종사 근로자를 포함한 노동시간 예외 적용 등 규제 해소 조항이 담겨야 한다. 아울러 향후 중단기 과제로 추경을 통해 1)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의 신속 구축을 위한 도로․교통․기반시설 등 SOC 신속 건설 지원, 2)AI반도체 R&D 예산 확충, 3)AI․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규제샌드박스(적극 발굴․정비), 4)반도체학과 신․증설 규제 완화 및 한시적 별도 정원제 신속 도입 등을 제안한다.
◩ 참고자료
∙경선주(2022), 반도체 산업 및 기술환경 변화에 따른 전문인력 양성방안,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1989호.
∙관계부처 합동(2020. 10. 12.)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관계부처 합동(2025. 3. 12.),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방안.
∙김양팽(2022), 반도체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KIET 산업경제 산업포커스.
∙김양팽(2024), 일본의 반도체․디지털산업 전략, 월간 KIET 산업경제 해외산업이슈점검.
∙박재영(2022) 반도체 산업 경쟁력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①글로벌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주요 이슈의 이해,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2003호.
∙박재영(2022) 반도체 산업 경쟁력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②글로벌 경쟁 우위 확보 방안,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2041호.
∙산업통상자원부․산업연구원(2021), 밸류체인 기반 산업 경쟁력 진단시스템 구축사업-반도체 산업편.
∙삼일PwC경영연구원(2024), 글로벌 패권전쟁의 중심에 선 반도체 산업, Industry Focus.
∙의안번호 6153,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구자근의원 대표발의), 2024. 12. 3.
∙의안번호 6794,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김종민의원 대표발의), 2024. 12. 20.
∙한국경제인협회 보도자료, 2025년 3월 12일(수),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방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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