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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 도입의 현실과 향후 법개정 과제

자유기업원 / 2025-07-02 / 조회: 62


이슈와자유12호_주 4.5일제 도입의 현실과 향후 법개정 과제.pdf


1. 서론: 주 4.5일제 논의의 부상


 최근 정치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주 4일제 및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 4.5일제 시범 운영 발표 이후,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이를 '삶의 질 향상’과 '노동 혁신’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관련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근로기준법·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포함한 일련의 노동시간 단축 법안을 발의하고, 장기적으로는 주 4일 근무제를 목표로 공론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연설 등을 통해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으며, 노동·시민단체와의 간담회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제도 검토가 시작되었다. 2025년 6월, 고용노동부는 주 4.5일제 도입 계획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하였으며, 향후 시범사업 추진과 함께 관련 입법도 병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 4일·4.5일제 관련 제4도화 논의를 정책 의제로 채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정서와 맞물리며, 공공기관과 일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 4.5일제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정서적 기대와 정치적 공약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측면이 크다. 산업별 수용 가능성, 노동시장 구조, 생산성 변화, 임금체계에 대한 실질적이고 정밀한 분석 없이 제도 도입이 추진될 경우, 그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은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유연한 적용 방식, 업종별 차등 도입 방안, 생산성 향상 전략 등 구체적 설계가 병행되어야 하며, '덜 일하고 많이 쉬는 제도’라는 단순한 프레임을 넘는 구조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2. 현행 주 5일제 운영과 노동시간 관련 현행 노동법 검토


 2000년대 초반, 우리 사회는 '주 5일제' 도입을 앞두고 긴 시간에 걸쳐 사회적 논의와 제도 설계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단순히 근로일 수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제도의 시행이 산업 전반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있었다. 기업, 노동계,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생산성 변화, 임금 체계, 교육 시스템, 기업 운영 방식 등 제도의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기회를 충분히 논의했다. 정보화와 자동화, 서비스업 확산 등 산업구조의 변화가 제도 전환을 뒷받침했고, 그 결과 주 5일제는 약간의 진통이 있었으나 점진적으로 안착되어 갔다.

 현행 주 5일제는 「근로기준법(이하 법)」 제50조와 제53조의 규정에 근거한다. 법정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사용자가 근로자와 합의한 경우 주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허용된다.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규정도 하고 있다. 법 제51조·제51조의2에 의거,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시 3개월 이내에서 탄력적인 근로시간 적용이 가능하며, 법 제52조에 의거 역시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시 1개월(신상품/신기술 R&D 업무 3개월) 이내 하루·일주일 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의 선택적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 52시간제’는 2018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어, 현재는 거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법제는 근로자의 건강권과 삶의 질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최근 새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주 4,5일제’는 매우 대조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주 5일제가 수년에 걸친 사회적 합의와 준비를 거쳐 제도화되었던 것과 달리, 주 4일제는 “일을 줄이면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당위적 주장에 치우친 채 논의가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주 4.5일제 시범 도입이나 일부 공공기관의 파일럿 운영 등 제한된 실험적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곧바로 전국적 제도화의 근거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주 4.5일제를 둘러싼 논의는 생산성 제고 여부, 임금 보전 가능성, 직무별 수용성, 업무 재배분 방식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실증적 분석 없이 정책화되고 있다. 노동 강도와 성과 압박이 높아질 수 있는 구조,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 산업별 적용 격차 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 없이 제도 도입만 강조하는 접근은 노동시장에 혼란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은 물리적 시간만 줄인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실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생산성 혁신, 업무 프로세스 개선, 고용 구조 개편, 조직문화 변화가 병행되어야 하며, 제도만 앞세운 급진적 접근은 사회적 반발과 함께 실효성 없는 행정만을 남길 위험이 있다.

 요컨대, 주 4.5일제는 명확한 생산성 근거나 고용 구조 분석 없이, “일을 줄이면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당위론적 접근에 머물고 있다. 임금 보전 여부, 업무 재배분 방식, 직무별 적용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제도 도입만 앞세운 정책은 오히려 노동시장 불균형과 고용 불안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3. 주 4.5일제 도입의 현실적 문제점


◩ 산업 및 직무별 수용도 격차


 근무일을 줄이자는 논의는 모든 산업과 직무에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 IT, 디자인, 콘텐츠 기획 등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직군은 업무의 성격상 유연근무제나 원격근무 운영이 용이하고, 주 4일제 적용 시에도 상대적으로 업무 공백이 적다. 반면, 제조업, 물류업, 서비스업, 돌봄업종 등은 현장 출근과 대면 근무가 필수적인 구조다. 이러한 산업에서는 하루의 공백이 곧바로 생산·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지고, 교대 인력 충원이 필요해지며, 이는 중소기업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압박을 야기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설비 가동률과 공정 연속성이 생산성과 직결되는데, 주 4일제 도입은 생산일수의 감소와 장비 비가동률 증가로 이어져 전체 생산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병원, 돌봄시설, 유통점포 등은 365일 운영이 전제된 업종이기 때문에, 근무일 단축을 인력 충원 없이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동일한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과 특정 산업군에만 구조적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행 법제도 산업별·직무별 여건 차이를 고려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업종별 탄력적 근로시간제’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51조에 따라, 일정 기간 내 평균하여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주별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컨대 제조업, 정보통신업, 콘텐츠 산업 등에서는 업무량이 특정 시기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 바쁜 시기에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한가한 시기에는 줄이는 방식으로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 이 제도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전제로 하며, 2주 단위 또는 3개월 단위로 운영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개정법을 통해 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도 도입이 가능해졌으며, 이에 따라 업무량의 계절적 변동이 큰 업종이나 프로젝트 기반 직군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현행 제도 안에서도 업종별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시간 관리가 이미 가능하다는 점은, 주 4일제 도입 논의에서 중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


◩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성과 압박 증대 


 주 4.5일제는 겉으로 보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제도처럼 보이지만, 업무량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현실에서는 오히려 압축 근무로 인한 부담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줄어든 근무일수 안에 기존 업무를 동일하게 처리해야 하므로, 남은 4일의 근무시간 동안 더 많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 시범 도입된 주 4일제 사례에서도, "업무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피로도가 오히려 더 상승했다"는 근로자들의 피드백이 있었다. 이는 직무의 특성이나 프로젝트 일정의 유연성이 낮은 직장일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평가와 성과에 민감한 조직에서는 단축된 근무시간이 실질적인 성과 압박으로 전가되면서,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 가능성이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실질적인 '휴식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주 4.5일제는 삶의 질 향상이 아니라 업무 피로의 집중과 반복으로 귀결될 수 있다.


◩ 생산성 제고 없는 근로시간 단축, 경제 전체에 부담 


 단순히 물리적 근무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생산성 향상 전략, 업무 프로세스 혁신, 디지털 자동화, 협업 구조 개선 등 근본적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 없이 법률이나 정치 공약 수준에서 추진되는 노동시간 단축은 기업 활동 전반에 왜곡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근로시간은 많은 편이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4.64달러로 미국(97.05달러)이나 독일(93.81달러), 프랑스(88.15달러) 등 국가의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수치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무일수 단축만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줄어든 근무일수를 보완하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의 초과근무와 보상체계를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직접 비용 증가뿐 아니라 경영 불확실성과 의사결정 리스크 확대로 이어진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높아 고정비 상승에 민감하며, 법정근로일수 감소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제도 변화는 투자 위축, 채용 축소, 국내 고용환경의 경직성 심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국내외 기업의 이탈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주 4.5일제는 정치적 구호나 단기적 인기의 수단으로 추진될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적용 가능성과 효과는 산업 구조, 기업 여건, 직무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무리한 일괄 도입은 오히려 일자리 질 저하와 경제 활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실현 가능한 근로시간 정책은 일률적 법제화가 아닌, 유연성과 현실성이 균형 잡힌 제도 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4. 한국의 노동시간에 대한 오해와 실상


 한국은 오랫동안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로 분류되어 왔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근로자  1인당 연간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17시간보다 약 157시간 높다. 이러한 수치만 보면 한국은 여전히 과로 사회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는 중요한 착시가 숨어 있다.

 실제 근로시간이 많아 보이는 이유는 한국 노동시장의 취업 형태 구조, 특히 자영업자 비중과 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0시간 늘어나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오히려 9시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3.9%로, OECD 평균(17.0%)보다 훨씬 높다. 반면,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12.9%로 OECD 평균(14.3%)보다 낮다. 즉, 자영업자는 본인의 생계와 사업 유지 차원에서 장시간 근무를 감수할 수밖에 없고, 시간제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만 일하는 구조다. 이러한 노동시장 구성의 차이가 OECD 평균보다 높은 연간 근로시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반영해 수치를 다시 계산하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0시간에서 1,829시간으로 줄어든다. OECD 평균과의 격차는 기존의 264시간에서 181시간으로 약 83시간 축소된다. 즉, 취업구조를 감안하면 한국의 실질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그리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보정 이후에도 한국은 OECD 내 장시간 근로국가 상위권(3위)에 머무른다. 하지만 그 원인이 단순히 '일을 너무 많이 한다’는 문화 때문이 아니라, 자영업 중심 구조와 시간제 일자리 부족 같은 제도적·구조적 특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을 단순히 법률로 강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또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짧아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OECD에 처음 보고된 근로시간이 연간 2,119시간에 달할 정도로 매우 길었으나, 2023년 기준으로는 1,874시간까지 감소하였다. 12년 사이 245시간이 줄어든 셈인데, 이는 일본이 1995년부터 2023년까지 28년 동안 259시간을 줄이는 데 걸린 시간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 변화는 상당한 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컨대 2011년 당시 한국과 미국의 근로시간 차이는 286시간이었지만, 2023년에는 64시간까지 줄어들었다. 또한 과거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훨씬 짧았던 이스라엘(2011년 1,939시간)보다 오히려 한국의 근로시간이 더 짧아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제도와 기업 관행 측면에서 단기간 내에 근로시간 감축이 급속히 이루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는 일부 부작용도 동반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연장근로에 대한 유연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고, 정부 역시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는 근로시간 제한을 아직까지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을 더 줄여야한다는 구호 아래 주4일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주 4.5일제 법제화보다는, 자영업자 과로 문제와 고용 유연성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유연근무제, 시간선택제, 재택·시차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로 형태를 확산시키고, 정규직 중심의 경직된 임금체계와 노동시간 규제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아가 이는 육아·고령·재교육 등의 다양한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경력단절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노동시간은 '단순히 길다’가 아니라 '왜 그렇게 보이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정책 설계 역시 평균 수치가 아닌, 구조적 원인을 반영한 유연한 접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5. 해외사례로 본 근로시간 운영의 유연성


 주 4일제를 둘러싼 국제 비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유연성’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주당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지만, 주 4일제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강제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근로시간 단축이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자율적인 선택과 협의에 의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제도의 설계보다는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에 정부의 정책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가 현실에 맞게 근무일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선택적, 탄력적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추세다.

 미국은 대표적인 자율 도입 국가로 꼽힌다. 연방 차원의 법정 근로시간 제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 4일제 도입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의 판단과 근로자와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김민섭, 2023).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주 32시간제를 법제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연방 수준에서 이를 강제하거나 제도화한 사례는 없다. 민간 영역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유연근무제가 활용되고 있으며, 주 4일제도 그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유계숙 외, 2009). 예를 들어, 선택근로제나 탄력근로제를 통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근로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으며, 원격근무와 재택근무 등도 병행되어 기업별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IT, 디자인, 스타트업 산업 등에서는 주 4일제가 생산성과 창의성 모두를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은 과거 장시간 노동 문화가 뿌리 깊은 국가였지만, 최근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성재민 외, 2024). 법으로 주 4일제를 강제하지는 않지만, 제도의 틀을 유연하게 만들어 기업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무방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해진 총 근무시간 내에서 일별 근무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며, 재량근로제는 근로시간 자체보다 업무 결과를 중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도는 특히 일-가정 양립을 필요로 하는 가구나 육아, 간병 등 개인적 사정이 있는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유연성을 제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유계숙 외, 2009). 일본 정부도 이러한 제도의 정착을 위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우수사례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또한 주 4일제에 대해 정부의 강제보다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도 도입을 유도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정부 주도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긴 했지만, 제도의 확산 여부는 결국 기업과 노조 간 자율적인 협상에 맡겨지고 있다(성재민 외, 2024). 이러한 시범사업에 참여한 다수의 기업들은 근로자의 만족도와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제도 지속을 희망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벨기에는 비교적 선도적인 사례로, 주 5일 근무시간을 주 4일에 나누어 일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다만 이는 총 근로시간 자체를 줄인 것이 아니라, 근무시간의 배분 방식을 조정한 것으로, 시간 단축이 아니라 시간 활용의 유연화를 목표로 한 접근이다.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근로형태 다양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성재민 외, 2024).

 결론적으로, 주 4일제를 법적으로 강제하여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연성과 자율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주 4일제 자체보다는 다양한 유연근무제와 병행 가능한 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규범적 강제자가 아니라 실험적 모델을 지원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조력자에 가깝다. 이는 노동시장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정책 방향으로, 근로자 개인의 삶의 질과 기업의 생산성 간 균형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고려하여, 획일적 제도 도입보다 자율적 선택이 가능한 근로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6. 향후 법개정 및 정책적 과제: 노동시간의 유연성·자율성 확대


 획일적인 주 4.5일제 도입은 한국의 산업 구조와 고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가 똑같은 근무일 수를 강제하는 법제화가 아니라, 업종별·직군별·기업 규모별로 현실에 맞는 맞춤형 유연근무제를 확산하는 것이다. 이미 「근로기준법」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며, 주 52시간제 이외에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은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법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실제 도입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유연근무제 운영을 위한 전산 시스템이나 관리 인프라가 부족하고, 제도를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역량 자체가 제한적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제도를 도입했더라도 근로시간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거나, 시범적으로 운영된 재택근무·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한 근로자가 인사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존재한다. 주 4.5일제 도입보다 현행 유연근무제(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더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최근 새정부의 주 4.5일제 논의는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을 제정해 국가가 강제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해법은 현행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근로기준법 제51조·제51조의2·제52조·제53조·제59조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적용 범위를 최대 6개월 이내에서 1년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적용범위를 1개월(연구개발 3개월)에서 6개월(연구개발 1년)로, 근로시간 특례 적용 대상을 AI·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로 하여금 일할 시간에 대한 선택할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노동의 생산성까지 높일 수 있게 된다.


◩ 참고자료

 

 ∙ 고용노동부(2025). 「[설명] 주 4.5일제는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다양한 시각을 수렴해 신중히 검토 중입니다」. 고용노     동부 보도해명자료, 2025.6.20

 ∙ 김민섭(2023). 「OECD 연간 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KDI FOCUS, 128, 한국개발연구원.

 ∙ 근로기준법, 법률 제19520호, 2023. 6. 13. 일부개정.

 ∙ 동아일보(2025). 「쪼개 쓰는 주 4일제… 정작 노동시간은 그대로」. 동아일보, 2025.6.20

 ∙ 성재민·정진호·김기선(2024). 「근로시간 통계 국제비교로 본 정책 방향」. 한국노동연구원.

 ∙ 유계숙, 한지숙, 오아림(2009). 「한국과 미국의 유연근무제도 비교 및 제도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창조와 혁신,           2(2), 105-142.

 ∙ 중앙선거관리위원회(2025). 「제21대 대통령선거 이재명 후보 공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 OECD(2024a). Compendium of Productivity Indicators 2024. OECD Publishing.

 ∙ OECD(2024b). GDP per hour worked (indicator). OECD Data. Retrieved June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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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2-12-20
3 최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논란과 당면 대응과제
자유기업원 / 2022-12-09
자유기업원 2022-12-09
2 제2의 타다 우려, ‘직방금지법’의 문제와 과제
자유기업원 / 2022-11-23
자유기업원 2022-11-23
1 반시장적 쌀 시장격리 의무화법의 문제와 대응 과제
자유기업원 / 2022-11-01
자유기업원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