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폐해 많은 수도권정비계획법 폐기해야

박용진 / 2023-03-31 / 조회: 4,242       매일산업뉴스

경기 광주에서 생산된 칠성사이다는 반드시 대전으로 갔다가,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거친다. 상품 출고 전까지 적재할 장소의 부족으로, 대전공장의 창고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롯데칠성음료의 오포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잠시 지방에 보관했다가, 서울에 있는 슈퍼 매대를 채우기 위해 되돌아오는 시스템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단 한 평의 공장을 늘릴 수 없는 현실이 불러온 일이다.


이토록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상황을 빚어낸 법은, 언제부터 어떤 근거로서 만들어진 것인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비수도권의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1982년 정부가 제정한 시행령이다. 제정의 기본적 논거는 수도권의 과밀한 인구집중과 기업입지가 비수도권 지역을 침체시킨다는 데 있었다. 중앙에 기업입지의 제한을 두면, 외곽지역으로 밀려가 지방 발전이 된다는 논리이다.


수도권의 발전을 제한하는 데만 초점을 두어,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설계되었다. 특히 광역권에 대해서는 규제의 편의를 위해, 과밀억제‧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눴다. 비수도권의 인구유출을 막고자 산업시설의 수도권 입지를 엄격하게 통제하거나 제한한 조치이다. 이로 인해 사이다 공장이 왕복 200km가 넘는 물류 체제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제정된 지 40년이 흐른 지금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덕분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발전 격차가 해소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도리어 온나라가 지방 소멸의 위기를 걱정하면서, 그 원인을 다시금 ‘수도권으로의 집중’이라 강조하고 있다. 솔직히 오랜 시간 동안 수도권을 억누른다고 지방이 발전하지 않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지역균형을 위해 만든 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모두를 규제의 늪에 빠지게 한 괴물 그 자체였다. 수십 년 내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를 외치는 동안, 지역 격차 해소는커녕 여러 기업과 일부 지역이 발전할 기회와 자유를 틀어막은 것이다.


‘지역 격차 해소’의 명분을 앞세운 법은, 기업에게 스스로 발전과 이익을 제한하게 하는 갑이었다. 특히 시설 입지 면적에 규정을 둠으로써, 기업은 집적의 이익과 함께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간장으로 유명한 샘표식품이 ‘자연보전권역’이라는 규제로 공장증설이 어려워, 글로벌 식품기업과의 수출 계약을 목전에서 포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천안에 창고를 지어 이천본사와 물류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재작년에 충주로 사업장 전체를 이전했다.


발전이 필요한 일부 지역에게도, 수도권 규제는 예외없이 잔인했다. 인구수가 적은 수도권 외곽지역의 경우가, 투자와 자본의 유입이 막혀 발전의 기회를 잃은 케이스다. 1996년 레고랜드가 경기 동부에 테마파크 조성을 계획했지만, ‘3만 제곱미터(㎡) 이상의 관광지 조성 제한’이라는 조항 때문에 확정단계에서 철회했다. 비수도권인 강화와 옹진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 지역이라, ‘기업 지방 이전 지원’이나 ‘양도소득세 감면’과 같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만을 소모하게 한 1982년산 법은, 국가 전반의 발전과 그 자체를 스스로 절제한 규제로 규정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 기업은 정체되거나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기회를 놓친다. 지역은 인재와 자본의 유입으로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의 도약에 제한을 받았으니, 누가 보아도 수도권 규제는 모두가 패배의 길로 접어들게 한 해악이다.


형평성 위주의 수도권 규제는 만악을 낳을 뿐, 하루빨리 폐기되어야 한다. 아울러 규제 만능주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수도권-비수도권이 경제적 효율성과 경쟁력을 함께 강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박용진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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