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와 스페인의 상반된 경로

김형수 / 2023-11-24 / 조회: 1,824       매일산업뉴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기조는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그리스는 경제 성장을 위한 조기 대응에 실패했다. 반면에 스페인은 부채위기를 겪은 국가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두 국가의 경제 회복률 차이는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비롯됐다.


2009년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재정위기는 2012년 유럽 재정위기로까지 번졌다. 그 중 ‘PIGS’ 혹은, ‘GIIPS’라고 불리는 남유럽의 국가들은 특히 심각한 부채위기를 겪었다. 재정위기에 대응하여 각 국가는 저마다 다른 정책을 펼쳤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그리스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스페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는 공공부문 및 노동시장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트로이카(EC, ECB, IMF)의 요구에 따라 개혁을 추진하는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었던 것이 구제금융 종료 후 공공부문 재계약 제한 규정 철폐 등이 계획되어 있었다. 재정정책 부문에서는 재정위기 극복 방안으로 세율 인상을 택했다. 관광업이 중심인 그리스에서 해외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체류 세금까지 추가로 도입했다. 그 결과, 내수가 침체되고 성장잠재력이 제한되었다.


스페인은 유럽 재정 위기를 겪은 ‘PIGS’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였다.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 중 노동유연성 확보 방안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위기 이후 정규직 과보호 완화 조치 등의 구조개혁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스페인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한 때 유로존 평균치를 상회하기도 했다. 구조개혁의 성공과 동시에 실업률은 2012년 24.8%에서 2019년 14.1%까지 감소했다.


다양한 형태로 긴축재정 정책을 펼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공무원 임금 삭감, 연금 동결 등 공공부문에서의 지출을 억제하고자 노력했다. 2010년도부터 2014년도까지의 긴축정책을 기반으로 스페인은 이어지는 3년 동안 3% 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두 국가가 겪은 충격의 강도와 기반 산업 자체의 차이도 물론 존재한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의 대응은 경제성장률 격차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 재정위기 이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의 유무가 두 국가의 운명을 갈랐다. 정치적 이윤에 치중한 그리스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강도 있게 추진하지 않았다. 반면에 스페인은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차이는 금융위기 이전 스페인보다 높았던 그리스의 노동생산성이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에 비해 뒤쳐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세율을 인상한 그리스의 선택 역시 패착이었다. 세율인상은 오히려 내수 회복세를 둔화시켜서 세입 규모를 더욱 감소시켰다. 증세는 당장의 재정 문제를 해결할 방편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길러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


국가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과 은행시스템 정리 조치는 당장의 국민들에게 반발을 살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구조개혁은 위기 이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다. 스페인 정부의 정책은 결국 성과를 거두어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경기가 확장되도록 이끌었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그리스의 경제도 경쟁력 확보를 통해 달성됐다. 2019년 시리자 정부가 선거에서 패배하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가 그리스의 새로운 총리로 당선됐다. 이후 그리스는 포퓰리즘으로부터 벗어나 과감한 긴축정책과 구조개혁 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그리스의 경제는 극적으로 회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은 '투자 적격'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고 자유로운 시장 환경을 조성할 때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재정위기 직후 스페인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리스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긴축정책을 펼치고 시장에서의 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돈을 풀어 해결되는 경제 문제는 없다. 특히 위기 상황일수록 재정을 축소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김형수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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