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혁명 당시 ‘공포정치’로 유명한 급진 지도자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가격 통제 사례는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혁명 후 시민들이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불만을 쏟아내는 등 민심이 흉흉해지자, 로베스피에르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모든 프랑스의 어린이들은 값싼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며 우유 가격의 인하를 지시했다. 다시 말해 우유 가격을 강제로 절반으로 낮춰 고시한 것이다. 아울러 이를 어기고 정해진 가격보다 비싸게 우유를 팔면 차익의 두 배를 벌금으로 물었다. 나름 가난한 사람들도 자녀들에게 우유를 먹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로베스피에르의 서슬 퍼런 위협에 당장은 우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민들이 환호했지만, 결과는 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유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으며 시장에 나오는 우유 역시 급감했다. 지정 가격이 사료 값(건초 값)도 안 되자, 낙농업자들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젖소 사육을 포기하고 대신 도축하여 고기로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즉, 젖소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우유 생산량도 감소했고 이에 따라 우유 가격은 더욱 상승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소고기 값만 폭락했다.
로베스피에르가 낙농업자들을 불러 젖소를 키우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들은 사료 값(건초 값)이 너무 비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로베스피에르는 우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번엔 젖소 사료 가격도 억지로 낮췄다.
이에 사료업자(건초 생산업자)들은 역시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원가도 받지 못하는 사료 생산을 포기했고 건초를 불태워버렸다. 이로 인해 사료 값도 덩달아 폭등하고 말았다. 그 결과 우유 값은 공급이 더욱 부족해져 10배로 뛰었고, 갓난아기도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우유 마시기가 힘들어졌다. 오직 소수의 부자들만 우유를 마실 수 있었다.
이외에도 로베스피에르는 각종 농작물 등에 대해서도 최고 가격 제도를 실시했지만 이와 같은 가격 통제는 식품과 생활필수품들을 아예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었다. 로베스피에르는 시장을 마음대로 통제하여 시민을 위한 선정을 펼칠 수 있다고 자만했으나 역설적으로 의도와 다르게 시민을 위협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특히 이 사례는 요즘 들어 자주 거론되는데,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선한 의도(?)로 시행한 정책들이 대부분 나쁜 부작용만 키운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경제 현실이 감안되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시장 기능을 저해하는 과도한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고,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이것이 바로 수요 공급의 법칙이며 애덤 스미스가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이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어야 할 가격을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면 시장 왜곡이 발생하여 체계가 무너지고 만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는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가격 통제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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