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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高물가•高유가•高환율 시대, 시장을 믿어야 할 때다

글쓴이
최승노 2026-03-18 , 브릿지경제

최근 한국 경제는 이른바 삼중고, 즉 고물가·고유가·고환율 국면에 진입했다. 소비자 물가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으며, 국제 유가는 중동 사태 등으로 인한 국제 정세 불안 속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 역시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달러당 15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 요구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가격 통제, 유류세 인하, 보조금 확대, 차량운행 통제(5부제 •10부제)에 이어 심지어 에너지 사용 제한과 같은 정책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과연 정부가 이렇게 가격을 통제한다고 해서 위기가 해결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가격은 '문제’가 아니라 '신호’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가격은 희소성과 수요·공급 상황을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소비자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을 모색하게 된다. 투자자는 대체 에너지 분야로 이동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경쟁력은 높아지고 수입은 조정되며, 물가 상승은 소비 패턴의 변화를 유도하게 된다.

이처럼 가격은 시장에서 경제 시스템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조정 장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공급 부족’과 '왜곡된 자원 배분’이라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봐도, 가격 통제 정책의 장기화는 반복적으로 실패해 왔다.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면 소비는 줄지 않고, 공급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더 큰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특히 고유가 상황에서의 보조금 정책은 재정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에너지 절약 유인을 약화시키는 이중의 문제를 낳는다. 고환율 상황에서의 시장 개입 역시 외환시장 불안정을 오히려 더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할수록 정부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의 강도’가 아니라 '방향의 정확성’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입’이 아니라 '기능 회복’이다.

고물가·고유가·고환율이라는 '삼중고’의 경제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시장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먼저,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하는 과도한 규제와 직접적 통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물류·유통 등 공급 측면의 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재정 정책은 단기적 인기보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시장을 신뢰한다는 것은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책의 유혹은 언제나 '즉각적인 효과’에 있다. 고물가·고유가·고환율이라는 삼중고는 분명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또 다른 왜곡을 낳는 '개입’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정부의 확대’가 아니다.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 회복을 위한 '정책적 절제’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