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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플랫폼 규제입법… 시장중심 사후규제 해법 부터

글쓴이
최승노 2025-12-11 , 브릿지경제

최근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규제 입법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홀드백 법제화, 닥터나우 방지법 등 다양한 규제가 단기간에 쏟아지는 모습이다.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플랫폼이 경제 전반의 유통 인프라 역할을 강화하면서,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규제의 방향이 문제 발생 이전부터 사업모델 자체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플랫폼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와 시장 경쟁 강도가 매우 높아, 과도한 사전 규제는 혁신을 위축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규제 논의의 문제는 무엇보다 '규제의 필요성’ 자체가 아니라 '규제의 방식’에 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특정 행위의 일률적 금지와 행위 정당성 입증책임 부담 등 정당한 경쟁 전략과 반경쟁 행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양면시장이라는 플랫폼 산업 특성상 일부 행위는 경쟁을 저해할 수도 있지만, 다른 경우에는 소비자 가격 인하와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규제는 이를 '잠재적 위험’만으로 금지하는 선규제 형태를 띠고 있다.

플랫폼 산업이 과도한 규제의 영향을 받으면 가장 먼저 부담을 지는 것도 소비자와 소상공인이다. 코로나19 시기 미국 일부 도시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결과, 플랫폼은 줄어든 수익을 소비자 요금으로 전가했고 배달료가 오히려 상승했다. 주문량은 줄어들었고 서비스 품질은 떨어졌다. 많은 도시가 제도를 철회하거나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플랫폼 수수료에는 결제, 데이터 분석, 광고, 배달기사 연결 등 다양한 서비스 기능이 포함된다. 상한제를 통해 이 비용 구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플랫폼은 광고료 인상, 서비스 축소, 입점 제한 등 다른 방식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소비자·소상공인·배달기사 모두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제가 효과적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플랫폼 산업은 기술 변화가 빠르고 서비스 구조가 복잡하다. 때문에 문제의 발생 가능성만을 근거로 특정 행위를 미리 금지하는 방식보다는 실제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날 때 이를 제재하는 사후 혹은 자율규제가 적합하다.

사후규제는 문제 행위와 피해를 명확히 특정할 수 있어 책임 소재가 분명하고, 정상적인 경쟁 전략까지 위축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알고리즘 노출 기준, 광고 표시, 수수료 정보 공개 등 업계 자율규제와 가이드라인을 결합하면, 플랫폼의 혁신 유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투명성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

지금 한국 플랫폼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사전규제가 아닌 시장 환경에 맞는 기준 마련이다. 둘째, 경쟁 저해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응하되, 효율성을 높이는 경쟁 전략은 보호하는 균형 있는 규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선택권과 후생을 규제 설계의 중심에 둬야 한다. 플랫폼은 이미 우리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규제의 목적은 사업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시장이 작동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규제의 양이 아니라 규제의 질, 그리고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