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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5% 과징금, 처벌 만능주의의 위험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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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연간 산재 사망자 3명 이상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아직 본회의 통과 전이지만, 건설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5%라는 숫자는 회계상 비율이지만, 기업에게 적용될 경우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의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3명 이상 사망 사고가 발생한 22개 기업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최근 3년간 약 6,900억 원, 연평균 2,3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이 가능하다는 추산도 나왔다. 일부 대형 건설·제조 기업은 단일 사고로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원을 부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과징금이 영업이익 규모에 연동된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과징금을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산정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사망사고라도 영업이익 1조원 기업은 최대 500억원, 100억원 기업은 최대 5억원이 부과될 수 있다. 과징금이 법인 전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될 경우, 사고가 특정 사업장에서 발생해도 해외 사업 등 다른 부문의 수익까지 제재 기준에 포함된다. 사고와 무관한 부문의 실적이 제재 규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형벌과 과징금의 중복 부과는 법리적 논쟁을 낳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미 형사 처벌과 벌금 규정을 두고 있으며,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여기에 영업이익 연동 과징금이 추가되면 동일 사고에 대해 형벌과 행정제재가 함께 부과되는 과잉 처벌의 구조가 된다.

제재가 중첩될 경우 기업의 법적 부담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기업은 안전 리스크뿐 아니라 규제와 법률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사업 축소, 고위험 분야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과 제조 산업은 하도급 중소기업, 지역 협력사, 현장 고용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규제 부담이 크게 높아지면 그 영향은 원청을 넘어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규제 환경은 결국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계에서 해외 투자 유인 확대를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안전을 높이하려면 처벌을 중복적으로 늘리기보다 인센티브 설계가 핵심이다. 명확한 기준, 사고의 중대성에 비례한 책임 부과, 산업 특성을 반영한 차등 적용이 현장의 준법 동기를 높인다. 경영진 책임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안전 인프라와 기술·교육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사고 예방의 토대다.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표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단순히 처벌 강화로 해결하려는 것 은 현장 중심의 자율과 책임을 망각한 잘못된 접근방식이다. 안전은 처벌을 늘린다고 확보되지 않는다. 현장이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고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예측 가능한 법과 비례 원칙, 그리고 산업 특성을 반영한 책임 구조 위에서 자율과 책임이 작동할 때 비로소 안전은 지속 가능해진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