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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병오년 새해, 경제를 움직이는 정책 신호를 점검할 때다

글쓴이
최승노 2026-01-05 , 브릿지경제

'경제’는 새해를 맞을 때마다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언급된다. 성장과 일자리, 민생 회복은 어느 정부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현 정부 역시 출범 이후 시장과 기업의 역할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밝혀왔다.

이러한 기조는 경제 주체들에게 중요한 방향 신호가 된다. 다만, 경제는 선언보다 정책 전반이 만들어내는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말과 정책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시장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책은 개별 법안 하나하나의 취지로 평가되지 않는다. 기업과 시장은 여러 제도가 동시에 만들어 내는 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규제가 축적되고, 제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며, 사후 책임이 확대될수록 의사결정은 보수적으로 변한다. 투자와 고용은 장기적인 제도 환경의 안정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정책의 일관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이유다.

근로시간제한법,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은 시장과 기업의 판단 환경에 이미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 변화는 기술 활용과 고용, 산업 현장의 책임 구조에까지 미친다. 문제는 법의 취지보다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서 어떤 비용과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지느냐다. 정책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노동과 안전을 다루는 법안에서 정책 신호의 중요성은 크다. 책임의 범위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현장은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업은 위험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이는 고용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도가 의도한 효과를 내려면, 현장에서 어떤 선택을 유도하는지 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AI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는 정책의 속도와 유연성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제도는 명확해야 한다. 기준이 모호하거나 규범이 경직될 경우,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인재와 자본은 보다 유연한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정책 신호 하나가 산업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 기술을 다루는 제도일수록 신중한 설계가 요구된다. AI기본법이 정부주도의 경직성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책이 시장에 전달되는 방식과 속도를 점검하는 일이다. 여러 규제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개별 제도의 내용과 무관하게 시장은 부담의 누적을 먼저 인식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취지와 달리 신호가 왜곡될 가능성도 커진다. 제도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책 간 우선순위와 조정 과정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 문제는 특정 법안 하나의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전반적으로 어떤 방향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다. 시장은 정부의 의도를 제도의 누적 효과로 해석한다. 친시장적 기조가 유지되려면 개별 정책에서도 그 방향성이 일관되게 드러나야 한다. 정책 간의 조화와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새해를 맞은 지금, 정부가 시장을 대하는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 의지는 정책 전반에서 일관된 메시지로 읽혀야 한다.

시장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보다 가격과 비용의 조정이 먼저 작동하는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곧 경제를 움직이는 길이다. 현 정부가 시장 친화적 기조를 유지하며, 주요 쟁점들 역시 균형 있게 조정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