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키운 것은 '기업', 한 해 제조업체 3만개 증발
기술개발 안주하던 독일 몰락의 길 … 한국도 대비해야
뚝뚝 떨어지는 경제자유지표 … 정부·기업 다시 뛰어야
대한민국을 키운 건 기업이었다. 산업의 시작인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공장이 세워지고, 물자가 움직이며, 노동력이 퍼져갔다. 그렇게 움튼 산업은 조선·철강·석유화학 같은 기간산업으로 피어났고, 반도체·자동차·가전으로 뻗어나가 대한민국을 세계 무대에 올려놓았다.
'한강의 기적’은 정부 주도의 개발계획과 맞물려 있었지만, 결국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은 기업이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생존하며 다시 국가경제를 일으켰다. 오늘날 대한민국 GDP의 70% 이상이 기업 활동에서 나오고, 수출 의존도가 40%를 넘는 현실에서 기업은 단순한 경제 주체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 기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우리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작년 한해만 3만개의 제조기업이 사라졌다. 하나하나가 1인 기업인 자영업자는 무려 100만 곳이 문을 닫았다. 무자비한 규제와 노동자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원인인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경제 주체인 기업이 사라지자 시장은 정부와 소비자만 남았다. 호텔경제학을 골수에 담은 정부는 기업에 세금을 걷어 국민에게 소비쿠폰을 뿌려대지만, 경제를 떠받쳐온 호텔은 이미 사라진 뒤다.
뉴데일리는 2025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업이 사라져 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탈출구를 점검해 본다.
세계 최강 제조산업 독일의 몰락
2023년과 2024년 역성장을 기록한 독일의 경제상황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 유럽 경제를 쥐락펴락한 10여 년 전에서 멈춰섰다. 최근의 베를린 거리 중심 상권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는 10여 년 전 생산된 낡은 벤츠들이 대부분이다. 최신식 전기 택시가 점령한 서울 도심과 비교하면 과연 이 곳이 자동차의 나라의 수도가 맞는지 의심부터 든다.
21년 만에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독일도 증시 만큼은 활황이다. 독일 대표 주가 지수 DAX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 20일 8441.71을 저점으로 지난 7월에는 2만4549.56까지 치솟았다. 국가 생산성을 후퇴했지만, 주식시장은 3배 불어난 셈이다.
아이러니한 경제지표는 독일 정부가 인위적인 친환경 정책을 밀어붙이며 시장 자금이 금융산업으로 쏠리면서 시작됐다. 독일은 지난 20년 간 러시아의 값 싼 에너지를 토대로 무시무시하게 성장하는 중국의 경제 붐의 덕을 톡톡히 봤다. 자동차를 비롯해 기계·화학 제품을 중국에 팔아치우며 안주한 탓에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다. 그동안 켜켜히 쌓은 기업 규제와 노동자 위주 정책들도 한 몫했다. 자금난과 인력난에 등 떼밀린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했고, 그나마 남은 곳들은 실적 부진을 거듭하다 해외 자금에 팔려나갔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들이 독일 경제의 버블로 남은 측면도 있다.
韓, 독일보다 일본보다 빠른 추락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독일이나 일본의 위기와 비교하면 더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독일은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바이에른 지역을 중심으로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중견기업들의 활약으로 변동성을 줄였다. 일본 역시 저성장이지만 2023년에 한국을 오히려 성장률에서 앞서는 등 탄탄한 펀더멘털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0년 -0.7%, 2021년 4.1%, 2022년 2.6%, 2023년 1.4%로 급격한 변동폭을 보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뚝뚝 떨어져 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오히려 더 불안정하고 급격한 성장 둔화를 보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는 대기업 중심 구조가 흔들리는 와중에 정부 정책은 규제 강화와 노동자 편향으로 기울었고, 기업 규제와 의무를 늘린 탓이다. 중대재해처벌법, 3차에 걸친 상법 개정, 노조법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동일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나라 중에서도 한국의 성장 둔화가 가장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만 늘고 투자 의욕을 꺾이는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 고용·투자 계획을 흔드는 불확실성에 내년 사업 계획을 짜지 못할 지경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 … 8대 주력 산업 모두 위태
중국은 정부 주도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제조업 굴기에 나섰다. 세계사에 없던 '정부 주도 시장 경제' 시스템을 만든 중국은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첨단 산업에 쏟는다. 산업 기반인 철강, 배터리를 포함한 석유화학 산업은 이미 한국을 뛰어넘었다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조선과 디스플레이는 제로베이스에서 경쟁이 이뤄지고 있고, 그나마 남은 반도체 산업 하나로 겨우 버티고 있다.
대한상의가 포브스(Forbes) 통계를 분석해 보니 글로벌 20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은 지난 10년 간 180개에서 275개로 95개 늘었다. 미국이 575개에서 612개로 37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도약이다. 같은 기간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오히려 줄었다. 그나마 2000대 기업에 새로 포함된 기업은 대부분 금융기업들로 파워차이나(에너지), 샤오미(전자제품), 디디글로벌(차량공유), 디지털차이나그룹(IT서비스) 등 에너지, 제조업, IT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이 활약한 중국과 성장의 질도 갈렸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산업 위주였던 한국 산업이 금융을 앞세운 서비스 산업 위주로 전환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펀더먼털(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 방향성에 매몰돼 저성장기 취약점이 드러나는 맹점을 가진다.
특히 타 산업에 비해 투자금이 많고, 노동력이 많이 요구되는 제조업의 경우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한국 산업 구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김영주 부산대 교수는 "상법, 공정거래법 등 12개 주요 법률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규제가 94개로 늘고, 중견에서 대기업을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343개까지 증가한다"며 "이런 역진적 구조는 기업이 위험을 감수해가며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무차별 확장재정, 기업 투자금 씨가 마른다.
정부는 2026년 예산안을 통해 지출을 728조 원으로 확대하면서 8.1%라는 최근 5년 사이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명분은 AI, 바이오, 친환경 산업 육성과 복지 확충, 국민 안전망 강화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재원이 결국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조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채 공급이 늘면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은행 대출·회사채 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 현재도 '사상 최악’으로 불리는 기업 유동성 상황에서 정부가 국채 시장에서 자금을 흡수하면 기업들은 사실상 더 말라버릴 수 있다.
단기적으로 AI·반도체 R&D나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정부 지원은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가 세금·규제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은 크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메시지는 “정부가 투자 명분은 내세우지만 결국 부담은 기업이 짊어진다”는 것이다.
규제 리스크는 이제 상수가 된 리스크다. 노동·환경·공정경제 분야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기업에겐 또 다른 비용 요인이 된다. 정년 연장 논의, 노란봉투법 같은 노동권 강화 입법, ESG 규제 확대, 지배구조 개혁 요구 등은 모두 기업 경영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정책 불확실성도 기업을 위축시킨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규제 완화와 첨단산업 투자’라는 친기업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동시에 확장재정·노동규제 강화·공정경제 드라이브가 겹치면서 기업들은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어 한다. 규제가 완화될지 강화될지, 세제 지원이 지속될지 중단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고용 계획은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기업 없이는 국가도 없다 … 자유시장경제 지켜내야
대한민국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경제강국으로 올라섰고,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면서 국격도 올라갔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은 자금난, 고금리, 규제 강화,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정부는 확장재정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당장의 시장에서는 국채 발행이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경제자유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적 자유 순위는 2023년 기준 7.53점(10점 만점)으로 세계 165개국 중 38위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41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34위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한 해 만에 다시 떨어졌다. TSMC를 부동의 파운드리 기업으로 키워낸 대만은 2015년 21위에서 2023년 7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의 경제자유지수가 가장 높았던 해는 2015년 7.72점으로 33위였고, 순위가 가장 높았던 적은 2010년 7.65점 27위였다. 보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경제자유가 점차 후퇴했다는 반증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점수 뿐 아니라 순위에서도 장기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정부 역할 축소 없이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해법은 정부와 기업의 '공존’에 있다. 정부가 재정 확대를 하더라도 민간이 숨 쉴 수 있는 자금 환경을 조성하고, 규제 정책을 설계할 때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업이 곧 대한민국이고, 기업이 무너지면 국가경제도 무너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기업의 활력을 지키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기업들 역시 안주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명품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LG전자는 중국 가전 업체들과 합작 개발 생산(JDM) 체제를 구축하고 저가 가전제품을 생산해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중국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중국의 노동력을 활용해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것이다. 한국에 제조업 상당수를 빼앗긴 일본도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결코 철수하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력이 추격당했더라도 일본만의 장인 정신이 담긴 자동차·반도체 소재 등 명품 제품은 충분한 시장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세계 최대 AI 시장을 가진 미국의 엔비디아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만큼은 SK하이닉스 제품을 가져와야 하는 것처럼 제2·제3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반드시 나와야 하는 숙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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