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흐름 역행하는 反기업법… 韓 경제자유 뚝뚝 떨어진다

■ 2023년 경제자유지수 순위 '4계단 하락’

홍콩·싱가포르·뉴질랜드 '톱3’

대만도 계속 순위 올라 '7위’

韓 통화건전성 등 양호했지만

정부규모·무역자유도는 낮아

기업규제에 순위 더 떨어질듯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자유 보고서에서 2023년 기준 한국의 경제적 자유 순위가 전년 대비 네 계단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41위까지 떨어졌던 한국의 순위는 윤석열 정부로 교체된 뒤인 2022년 34위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한 해 만에 다시 후퇴했다.

26일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경제자유지수는 7.53점(10점 만점)으로 세계 165개국 중 38위에 머물렀다. 지수 자체는 전년인 2022년 7.49점보다 소폭 올랐지만 상대적 순위는 네 단계 떨어졌다. 한국의 경제자유지수가 가장 높았던 것은 2015년(7.72점·33위), 순위가 가장 높았던 것은 2010년(7.65점·27위)이었다. 2000년부터 순위를 유지해온 홍콩이 이번에도 8.55점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뉴질랜드·스위스·미국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로 주목받는 대만의 경우 2015년엔 21위에 그쳤지만 이후 순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2023년엔 7위에 올랐다. 프랑스(44위)·이탈리아(46위)·노르웨이(48위) 등은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다. 중국(108위)·러시아(148위)는 100위권 밖이었다.

이번에 나온 경제자유지수는 자유기업원이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 미국 케이토(CATO)연구소 등 전 세계 92개 자유주의 연구기관들과 공동으로 제작·발간한 '2025년 세계경제자유’를 통해 공개됐다.

정부 규모·재산권 보호·통화 건전성·무역 자유·시장 규제 등 5개 분야 45개 영역을 평가, 그 나라의 경제적 자유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여준다. 정부 규모가 작을수록, 재산권 보호가 잘 이뤄질수록, 통화 건전성이 높을수록, 무역 자유가 이루어질수록, 시장 규제 수준이 낮을수록 경제자유지수가 높아진다.

한국은 통화 건전성(14위)·재산권 보호(28위) 측면에서 성적이 양호했지만, 정부 규모(113위)·무역 자유(59위)·시장 규제(39위) 등에선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5개 분야 가운데 가장 순위가 낮은 정부 규모 분야는 100위권 밖에 머물렀고 점수 자체도 6.18점으로 2010년(7.28점)에 비해 수치가 대폭 하락했다.

7.07점을 받은 시장 규제 역시 경제 규모에 비해 순위가 낮을 뿐 아니라 2015년부터 감소 또는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규제 점수는 9.22점으로 높았지만 기업 규제는 7.08점, 노동 규제는 3.87점에 그쳤다. 기업 규제와 노동 규제 모두 1990년부터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추세다. 최근 정책 흐름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한국의 순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은 “최근 노동 분야 등 시장 규제 강화 흐름이 반영되면 2년 뒤 나올 2025년 통계에서 한국의 순위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