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로고
정보
네트워크
교육
FreeTube
오디오클립
도서
CFE 소개
ENG Facebook YouTube search

디지털 화폐, 시장이 이끌며 경쟁과 선택 시스템으로 가야

김시진 / 2025-08-19 / 조회: 123       마켓뉴스

지금 전 세계는 ‘디지털 화폐 체제’라는 문 앞에 서 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손이 누구냐에 따라, 안쪽 풍경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중앙은행이 문을 열면 그것은 통제의 시스템이고, 민간이 이끌면 경쟁과 선택의 시스템이 열린다. 


최근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실험이 잠정 중단된 사이 그 빈틈을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정부는 민간 발행의 제도화를 추진 중이고, 금융권은 이미 ‘KRW 스테이블코인’의 브랜드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이유로 민간 발행에 선을 긋고 있다. ‘화폐는 국가만이 설계할 수 있다’는 전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자본 규제 우회와 통화정책 무력화를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반대 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무조건 옳았는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부양책, 2022년 고금리 쇼크. 그 어떤 순간에도 통화정책은 완벽하지 않았고, 예측 또한 실패했다.


민간이 설계한 디지털 화폐가 정부보다 못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민간은 글로벌 송금, 실시간 결제, 블록체인 금융 등 새로운 수요에 맞춰 스스로 진화해 왔다. 정부는 혁신을 따라잡기 위해 규제를 만들었고, 그마저도 뒤늦게 손을 들었다. 미국은 CBDC를 포기하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선택했다. 왜? 혁신은 중앙에서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화폐는 신뢰의 결과이지, 권한의 결과가 아니다. 화폐는 법률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통용되고, 사람들이 신뢰할 때 비로소 ‘화폐’가 된다. 스테이블 코인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담보 기반의 가치 연동을 보장하고, 사용자 경험과 유통망으로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한다. 반면 CBDC는 그저 ‘국가가 발행했기 때문에’ 믿으라는 말뿐이다.


시장은 정부의 신뢰가 아니라, 성능과 투명성을 본다. 미국의 ‘지니어스 법’은 이를 제도화했다. 준비금 요건, 발행 기준, 공시 의무. 민간 화폐도 충분한 조건 아래서 신뢰받을 수 있음을 제도적으로 보증한 것이다. 통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경쟁 자체를 막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일이다.


자유시장 화폐의 가능성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지급 결제 시장의 실질적 표준이 되고 있다. 테더(USDT), 서클(USDC), 페이팔USD(PYUSD)는 하루 수십억 달러의 거래를 처리하며, 이미 금융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다. 반면 대부분의 CBDC는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적 완성도, 확장성, 혁신성과 유연성 모두 민간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은 ‘비은행이 발행하면 자본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그 규제 자체가 시장을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국 규제는 경쟁을 위한 심판이어야지, 특정 주체의 독점을 위한 방패가 되어선 안 된다.


국가가 아니라 시장이 화폐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은행이 설계한 화폐만이 ‘진짜’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내려놓을 때다. 디지털 시대의 화폐는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다수의 선택지로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CBDC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공공 영역에서의 보완재로 기능해야 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의 자유로운 경쟁과 실험이 허용되어야 한다. 둘 중 무엇이 살아남을지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선택지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정비하고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제는 화폐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아직도 묻는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주권을 해치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는 되묻는다. 진정한 주권은 누가 돈을 찍느냐가 아니라, 누가 돈을 선택하느냐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앙은행의 해석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의 실험이 허용되는 구조다. CBDC는 통화정책의 도구일 수 있지만, 시장 혁신의 언어는 아니다. 혁신은 항상 자유로부터 시작된다. 화폐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김시진 자유기업원 연구원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352 디지털 화폐, 시장이 이끌며 경쟁과 선택 시스템으로 가야
김시진 / 2025-08-19
김시진 2025-08-19
351 집값 상승, 화폐 가치 하락이 만든 착시 현상
박혜림 / 2025-08-13
박혜림 2025-08-13
350 기업이 사라진다--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율 개편 시급
이호경 / 2025-08-06
이호경 2025-08-06
349 세수 늘기는커녕 경제만 위축시켜 재정 위기 자초
최승노 / 2025-07-31
최승노 2025-07-31
348 상법 개정, 균형 잃은 개입이 기업을 위축시킨다
고광용 / 2025-07-31
고광용 2025-07-31
347 규제보다 실험, ‘AI 기본법’ 네거티브 규제로 유연성과 창의성 장려해야
김상엽 / 2025-07-29
김상엽 2025-07-29
346 대학정책, ‘복제’가 아니라 ‘구조 개혁’이 답이다
최승노 / 2025-07-24
최승노 2025-07-24
345 언로를 여는 ‘귀명창’행정이 고창군정을 성공으로 이끈다
고광용 / 2025-07-24
고광용 2025-07-24
344 생태계 통제 가능하다고 본 행정 오만이 `러브버그` 혼란 불러와
김시진 / 2025-07-24
김시진 2025-07-24
343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의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
박혜림 / 2025-07-16
박혜림 2025-07-16
342 "서울대 10개" 아닌 "세계 최고 대학" 탄생의 제도적 환경이 먼저!
고광용 / 2025-07-10
고광용 2025-07-10
341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이 필요하다
최승노 / 2025-07-09
최승노 2025-07-09
340 쌀값 상승, 정부 개입보다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할 때
이호경 / 2025-07-01
이호경 2025-07-01
339 고창 생활인구의 역설과 기회: 사라지는 인구, 모여드는 사람
고광용 / 2025-06-30
고광용 2025-06-30
338 기업 자율성 해치는 상법개정안 재추진, 원점 재검토 필요
한규민 / 2025-06-26
한규민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