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 원을 돌파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연일 '집값 상승'을 우려하며 각종 규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집값이 오른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집값 상승'은 부동산 가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기간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한국의 광의통화(M2)는 2025년 4월 기준 4249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년 대비 5.8%나 증가했다. 본질은 화폐 공급의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이다.
새정부의 32조원 규모 추가경정 예산도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 추경의 재원으로 19조 8000억 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국가가 빚을 내서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이렇게 발행된 국채는 결국 한국은행이 매입하게 되고, 이는 시중에 새로운 돈을 공급하는 것과 같다.
동시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24년 7월 3.5%에서 2025년 7월 2.5% 1년 동안 총 1%p를 연이어 인하하고 있다. 시중에 더 많은 돈이 돌아 다니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결과는 명확하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를 우리는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바로 이 인플레이션의 결과다.
집 자체의 가치가 오른 것이 아니다. 같은 집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진 것일 뿐이다. 마치 물가가 오르면 똑같은 라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겠다며 6억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2주택자 이상의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켰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일반 서민들은 아예 시장에서 배제됐다. 반면 현금이 풍부한 부유층은 오히려 유리한 매수 기회를 얻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이 '현금 부자들만의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민생 회복을 위해 돈을 풀수록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르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규제 강화가 아니라 화폐 가치 안정이다. 정부는 통화 공급을 실질 경제성장률에 맞춰 조정하고, 재정 지출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 수단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해당 지역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신호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공급 증가를 유도한다. 정부가 이런 가격 신호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이 마비된다.
시장에 유동성이 계속 증가하는 한,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진정한 해법은 건전한 화폐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자율적 조정을 허용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공정하게 자산 형성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박혜림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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