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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상승, 정부 개입보다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할 때

이호경 / 2025-07-01 / 조회: 72       마켓뉴스

쌀값이 1년 7개월 만에 다시 80kg당 20만 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과도한 가격 상승’이라며 비축미 방출을 예고했고, 일각에서는 쌀값을 잡기 위한 추가적인 개입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쌀값 상승을 단순히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성급히 개입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할 뿐 아니라, 농업과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닌, 산지 재고 부족과 유통업체의 조기 매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4월 벼 매입량이 지난해보다 5000톤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스러운 수급 조정의 결과일 수 있음에도, 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상승을 비정상으로 간주하고 시장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쌀값이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의 신호를 억누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제시한 '쌀값 21만 원 이상은 비정상’이라는 기준 역시 시장 원리에 기반한 판단이라 보기 어렵다. 농업의 생산비는 해마다 오르고 있으며,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으로 농가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과거보다 쌀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는 것을 두고 비상조치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농가의 소득 안정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생산비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 통제는 농민들의 실질 수익을 갉아먹고, 장기적으로는 쌀 생산 기반을 약화 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이러한 시장 개입을 반복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에게 왜곡된 신호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격이 오르면 반드시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농가의 자율성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동시에 무력화시킨다. 자유기업원은 오래전부터 쌀 시장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중 핵심은 시장격리 의무화와 같은 제도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농가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쌀값 안정은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개입으로 달성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반복되는 재정 지출과 생산의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가격 개입이 아닌 정보 제공, 유통 인프라 개선, 품종 다양화와 같은 방식으로 시장을 지원해야 한다. 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농가가 고품질 품종을 개발하고, 수출이나 가공식품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쌀은 단지 식량이 아니라, 농업의 체계와 시장 구조를 비추는 거울이다. 정부는 단기적 물가 안정보다 시장 신호에 대한 존중, 농업 경쟁력의 회복이라는 더 큰 원칙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가격이 올랐다고 무조건 개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자유롭고 유연한 시장 안에서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다. 


이호경 자유기업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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