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소유와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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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 리처드 파이프스 / 서은경 |
출판사 | 자유기업원 (2020.07.01) |
추천인 | 복거일 |
서평
재산을 소유한 자들만이 권력의 압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재산과 자유의 관례를 다룬 『소유와 자유』
많은 사람들이 연구해서 정설이 나온 주제에서 개척적 연구가 나오기는 무척 힘들다. 재산과 재산권은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특히 경제학자들과 진화생물학자들이 깊이 연구해온 주제다. 그런데도 재산과 자유와의 관계를 다룬 리처드 파이프스(Richard Pipes)의 『소유와 자유(Property and Freedom)』은 1999년 나오자마자 바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나는 이 책을 저자 파이프스의 자서전 『나는 살았다(Vixi)』에서 처음 만났다. 자서전에 대한 서평에서 파이프스가 러시아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면서 1980년대 초엽에 미국 레이건 행정부에서 대소련 전략을 수립한 실무 책임자였다는 얘기를 읽었다. 냉전에서 미국 대통령을 보좌해서 대소련 전략을 수립한 참모라면 정치학자, 외교관 또는 군사 지휘관이라는 것이 나의 선입견이었다. 그래서 그가 하버드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라는 점이 내 마음을 묘하게 끌어당겼다(파이프스 교수는 하버드에서 오래 가르쳤고, 그의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러시아사학계 원로인 이인호 교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악의 제국”이라 부른 소련과의 치열한 대립에서 미국이 끝내 이긴 일을 중심적으로 다룬 그 자서전에서 나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 초강대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의 얘기들은 모두 흥미롭고 교육적이었지만, 내 마음에 특히 선연하게 남은 것은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파이프스의 평가였다.
원래 영화 배우였던 레이건은 지식인의 풍모를 지닌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지식을 드러내기보다는 농담을 좋아했고, 사람들은 그에게서 너른 지식이나 깊은 통찰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소련의 본질을 통찰하고 소련의 취약함을 확신한 것은 레이건이었다. 덕분에 소련과의 적극적 대결 정책을 추진하고 끝내 소련의 붕괴를 부를 수 있었다. 당시 CIA가 소련의 안정성과 능력에 대해 터무니없이 높이 평가한 것을 생각하면, 그의 통찰은 놀랍다. 파이프스는 레이건의 이런 통찰이 그의 도덕성에서 나왔다고 진단했다. 레이건의 깊은 도덕성이 그에게 사악한 체제의 근본적 취약성을 꿰뚫어 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깊이 음미할 만한 얘기다.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민족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가 우파 이념이라는 그른 견해가 널리 퍼진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하이에크가 『노예의 길』에서 소상히 밝힌 것처럼, 파시즘이나 나치즘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적대적 이념이고(민족사회주의의 '사회주의’는 결코 장식이 아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도 원래 열렬한 공산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이 우파 이념을 따르는 우파 세력이라는 견해는 그들이 공산주의를 막겠다고 나선 데서 비롯했다. 당시 러시아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집권하자 서유럽에선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고, 많은 사람들이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는 방파제로 여겼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파시즘과 나치즘 세력이 패퇴한 뒤에도 소련의 비밀정보기관 KGB가 그런 오해를 확산시켰고, 무솔리니와 히틀러가 우파라는 견해는 더욱 널리 퍼졌다. 나는 KGB의 그런 공작에 대해서 그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러나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었다. 재산권이 확립되지 못한 동유럽에서 자라난 파이프스에게 서유럽의 재산권은 경이로운 제도였다. 그러나 서유럽의 학자들은 재산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별달리 주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정치권력과 재산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사유재산 제도가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의 진화에 결정적 요소라는 것을 발견했다. 국가 형성기에 사유재산 제도가 있었던 영국은 자유롭고 발전된 사회를 이루었고, 사유재산 제도가 없었던 러시아는 위치, 인종 및 종교에서 유럽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이 지나치게 방대해져 서유럽의 나라들에 비해 훨씬 억압적이고 뒤떨어진 사회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Property and Freedom』에서 펼쳤다고 했다.
재산과 재산권을 주로 경제학자들과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들을 통해서 공부했던 나에게 그런 역사적 접근은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나는 바로 『Property and Freedom』을 구했고, 거기서 나의 이념적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역사적 지식들을 많이 얻었다.
『Property and Freedom』의 첫 부분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재산이라는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폈다. '재산’이라는 말은 우리 마음에서 물질적 사물들을 불러내지만, 실제로는 훨씬 너른 뜻을 지녔으니, 특허나 저작권과 같은 지적 재산들도 포함한다. 17세기 이후 유럽에선 재산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어 생명과 자유를 핵심으로 한 사람이 자신의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주장할 수 있는 것들 모두를 가리키게 되었다. 현대의 '인권’이란 개념은 그처럼 넓게 정의된 '재산’에서 도출되었다.
재산에 대한 반감은 일찍부터 표출되었다. 고대 스파르타에서 이미 지배 계급은 재산을 공유하는 관행이 나왔고, 플라톤은 그런 사회를 선망했다. 근대 유럽에선 재산의 평등을 추구하는 이념이 두드러졌다. 원래 기회의 평등을 뜻했고 자유의 한 측면으로 여겨졌던 '평등’은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결과의 평등으로 변질되었다. 이런 변질을 주동한 사람들 가운데 두드러진 이는 프랑수아 노엘 바뵈프였다.
개인의 성격 형성에 필수적인 '재산의 소유’
제2부에선 재산을 제도의 측면에서 살폈다. 동물들의 영역성(territoriality), 어린애들의 소유욕, 그리고 원시 사회들의 관행을 통해 재산이 생명의 본질에 맞는 삶의 근본적 제도임을 드러냈다. 아울러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성격의 형성에 결정적 중요성을 지닌다는 점도 밝혔다. 모든 것들을 공유하는 키부츠에서 자라난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사귀는 일에 무척 서투르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재산의 소유가 개인의 성격 형성에 필수적임을 드러냈다.
재산권이 확립된 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였다. 기원전 8세기 내지 7세기경에 그리스에선 이미 토지의 사유가 시작되었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했다. 반면 동양에선 재산권이 확립된 적이 없었고, 모든 나라들에서 절대 왕정이 표준적 권력 구조가 되었다. 이처럼 재산권의 유무가 서양과 동양 사회들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규정했다. 고대사가 모제스 핀리가 지적한 대로, '자유(그리스어의 eleutheria 그리고 라틴어의 libertas)’라는 말은 히브리어 같은 고대 근동의 언어들이나 극동의 언어들로 번역할 수 없다. 동양에서 자유라는 말은 19세기에 일본사람들이 번역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냈다. 이것은 우리가 속한 전통에 대한 성찰에 긴요하다. 어떤 이념은 그것을 가리키는 낱말과 같이 진공 속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논의해야 할 만큼 절실해야 비로소 나타난다. 우리 전통 문명에 '자유’라는 말이('자유주의’라는 말은 말할 것도 없고) 없었다는 사실은 우리 전통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물론 재산권의 확립은 산업 발전의 바탕이다. 법이 재산을 지켜주지 않는 상태에선 누구도 자기 재산을 보다 낫게 만드는 일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서양에서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근대 문명이 융성한 것은 궁극적으로 사유재산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의회 민주주의
제3부는 영국에서 의회민주주의가 발생한 사정을 살폈다. 인류 문명에 대한 영국의 가장 큰 공헌이라고 평가되는 의회민주주의가 서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아니라(예컨대 영국보다 크고 부유했던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에서 자라난 까닭은 무엇인가? 파이프스가 든 여러 요인들을 살피면(영토의 협소, 외국의 침입이나 내전의 희소, 상대적으로 작은 국왕의 재산, 거대한 상비군의 불필요 따위) 우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큰 요행의 산물인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의회민주주의를 누린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이어 제4부는 영국의 경험과 대척적인 러시아의 경험을 살폈다. 러시아는 시민들이 권리와 자유를 거의 누리지 못한 사회다. 1991년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에도, 러시아 사람들은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를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적게 누린다. 파이프스는 러시아 사람들이 재산권을 지니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그런 사정을 찾는다. 토지가 원칙적으로 국가에 속하고 군주가 마음대로 세금을 거둘 수 있어서, 귀족 계급조차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19세기 러시아 역사학자 세르게이 솔로비에프가 지적한 대로, 서유럽에선 귀족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신들의 소유지들과 연관시켰지만 (예컨대, 영국의 of, 프랑스의 de, 그리고 독일의 von처럼), 러시아에선 그런 관행이 없었다.
동시에 자유롭고 평등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제5부는 20세기의 재산을 다루었다. 파이프스는 역사상 20세기가 사유재산에 가장 적대적이었던 시기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경제적 및 정치적 이유들을 살폈다. 공산주의와 민족사회주의 같은 전체주의 이념이 가장 창궐했던 시기이고 복지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엄청난 세금이 부과되며 정부의 규제가 점점 심해져서 개인들의 자유와 재산권이 크게 위축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의 단언이 이내 이해가 된다.
마지막 '전조들’에서 파이프스는 낙관적이지 못한 전망을 내놓았다. 하긴 지금 누가 사유재산과 자유민주주의의 앞날에 대해 선뜻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결과의 평등을 내세우는 이념과 세력이 점점 기승을 부리는 세상에서, 한 세기 전 월터 배저트가 한 얘기가 새삼 아프게 닿는다. “사람들이 동시에 자유롭고 평등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나는 바로 '자유기업원’에서 출판을 관장했던 최승노 박사에게 전화를 했다. 이 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번역판을 출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 박사의 노력 덕분에 이 소중한 책은 이내 『소유와 자유』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원제의 Property를 소유로 옮긴 것은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자유라는 말과 운이 맞아서, 멋진 제목이 되었다. 자기 재산을 소유한 자들만이 권력의 압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책소개
소유권에 대한 보장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가설이 <소유와 자유>의 출발점이다. 즉, 자유가 없어도 어떤 형태로든 소유는 존재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처드 파이프스는 1999년에 출간한 <소유와 자유>를 통해 인류 역사의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 소유와 정치제도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경제와 정치라는 두 주요 세력 간의 관계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증명된다. 특히 사유재산제도가 발달했던 영국은 자유롭고 발전된 사회를 이루었지만, 사유재산제도가 없었던 러시아는 자유가 발달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전제정권이 장기간 통치했다. 이 책을 통해 소유의 존재와 부재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한다면,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라는 공공선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의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개인들의 자유와 재산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요즘, <소유와 자유>는 우리에게 귀중한 경고문이 될 것이다.
저자소개
리처드 파이프스(Richard Pipes)는 하버드대학 역사학과 베어드 리서치 교수로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1981~1982년까지 레이건 정부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문제를 담당하는 안보보좌관을 지냈으며 구겐하임 펠로십을 두 차례 수상했다. 2018년에 94세의 나이로 메사추세츠 캠브리지에서 사망했다. 주요 저서로는 《러시아 혁명 요약사》(1995)와 《볼셰비키 체제하의 러시아》(1994)가 있으며, 그 외에 《소련의 탄생: 공산주의와 민족주의 1917~1923》(1964), 《스트루베: 좌익진보주의, 1870~1905》(1970), 《제정 러시아》(1974), 《스트루베: 우익진보주의, 1905~1944》(1980), 《생존만으론 충분치 않다》(1984), 《러시아 연구》(1989), 《러시아 혁명》(1990), 《공산주의: 사라진 유령》(1994), 《러시아 혁명의 3대 이유》(1995), 《알려지지 않은 레닌》(1996) 등을 펴냈다.
역자소개
서은경(EunKyung Seo)은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AFP의 자회사로 경제뉴스통신사인 AFX NEWS에서 한국특파원으로 일했으며, 외신 톰슨 로이터에서 경제/금융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주요 번역서로 《시티즌경제학》, 《세계 경영자 명언집》, 《와이어리스웹》, 《핑크캐딜락의 여인》, 《신성한 것은 없다》, 《도시와 국가의 부》, 《한국전쟁과 미국 외교정책》, 《위기의 교육과 교육시장》, 《여성과 자유》 등이 있다.
목차
추천사
역자 서문
서문
용어 정의
제1장 소유의 의미
1. 고대의 소유제도
2. 중세시대
3. “고결한 야인”의 발견
4. 초기 근대사회
5. 17세기 영국: 소유의 신성화
6. 18세기 프랑스: 소유에 대한 본격적 공격이 시작되다
7.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8. 20세기
제2장 소유제도
1. 동물의 소유
2. 아이의 소유욕
3. 원시인의 소유
4. 수렵채집사회
5. 사유토지의 등장
6. 농경사회
7. 정치조직의 발달
8. 고대의 사적 소유
9. 봉건유럽
10. 중세 도시
11. 초기 근대 유럽
12. 요약
제3장 영국과 의회민주주의의 탄생
1. 노르만 정복 이전의 시대
2. 노르만 왕조
3. 보통법(common law)의 역할
4. 조세제도
5. 튜더 왕조
6. 초기 스튜어트 왕조
7. 잉글랜드 공화국
8. 후기 스튜어트 왕조
9. 명예혁명
10. 유럽대륙
제4장 세습 러시아
1. 무스코비 왕조 이전의 러시아
2. 노브고로트 공국
3. 무스코비 왕조
4. 러시아의 도시
5. 러시아의 시골
6. 피터 대제
7. 예카테리나 여제
8. 농노해방
9. 화폐경제의 탄생
10. 결론
제5장 20세기의 소유
1. 공산주의
2. 파시즘과 민족적 사회주의
3. 복지국가
4. 현대의 기업과 소유
5. 조세제도
6. 국가권력의 성장
7. 환경보호와 사적 소유
8. 몰수
9. 권원(entitlement)
10. 계약
11. 고용차별 철폐조치
12. 고등교육기관의 인종 및 성차별 금지
13. 버스통학 혼합학군제(school busing)
14. 결론
맺음말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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